동네에 새로 생긴 애견카페에 다녀왔다. 애견카페란 말하자면 강아지 계의 키즈카페라고 할 수 있다. 놀러 가기 전에 애견미용샵에 들러 위생미용도 받고 깔끔해진 상태로 갈 예정이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예배 마치고 부랴부랴 준비하고 집을 나섰는데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애견미용샵은 큰 마트 내부에 있어서 비를 맞지 않고 안전하게 주차하고 다녀왔다. 미용을 마치고 그동안 걱정되던 귀 치료도 받았다. 이제 비가 그치길 바라며 애견카페로 향했다.
새로 생긴 애견카페의 이름은 '행복하게해줄개' 다. 실내공간에 어질리티도 있고, 창문에 연결된 계단을 통해 잔디밭에 자유롭게 나갔다 들어갔다 하며 놀 수 있다. 고맙게도 우리가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차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해가 나기 시작했다.
새 애견카페가 마음에 들었는지 봉봉이는 평소보다 훨씬 텐션이 올라갔고, 실내와 잔디밭을 번갈아가며 폴짝폴짝 신나게 뛰어다니며 놀았다. 밖에서 뛰다가 더워지면 시원한 실내로 들어와 물도 마시고 좀 쉬다가 좀 진정이 되면 다시 야외 잔디밭으로 나가 놀기를 반복했다.
해가 나긴 했지만 그전에 비가 세차게 내렸던 터라 잔디 운동장은 채 마르지 못했고, 봉봉이가 뛸 때마다 팔과 배, 다리는 온통 흙탕물 투성이가 되었다. 오기 직전에 위생 미용을 하고 간단히 한번 씻었을 텐데, 목욕을 또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차에 일단 태워야 해서 급한 대로 바디 클리너로 몸을 닦아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안고 욕실로 가서 세면대에 눕혀놓고 지저분해진 배와 팔, 다리 부분을 따뜻한 물로 씻어내고 전용 샴푸 바로 구석구석 닦아서 잘 씻어낸 뒤 선풍기와 드라이기, 수건을 모두 이용하여 바짝 말려주었다.
육아와 완전히 비교할 순 없지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쨌든 한 생명을 키우는 것에는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아플 때는 병원을 찾고 털이 길면 적절한 미용도 받아야 하고, 집에서만 있느라 심심하지 않도록 틈틈이 재미있는 자극도 찾아주어야 한다.
10월에 진행할 독서토론 대회를 준비하면서 이번 토론 주제를 동물권으로 잡기로 최근 결정됐다. 국내에서는 특별히 3~4년 전부터 많은 동물권리 관련 도서들이 나오고, 농장 동물, 실험동물, 동물원의 동물, 유기동물 그 외 다양한 분야의 동물권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혹자는 사람도 다 못 챙기는데 동물까지 언제 챙기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나라의 복지 수준을 가늠하는데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가에서 결정된다는 말도 있다. 인류사를 보면 모든 사람의 권리를 처음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유인은 권리가 있었으나 노예에겐 권리가 없었고, 남성에겐 권리가 있었으나 여성의 권리는 인정받지 못하던 시대도 있었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당연히 누려야 할 사람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 현재도 우리는 당연히 누리고 있는 것들이 장애인들에게는 힘들게 싸워 얻어야 하는 것들도 있다. 많은 책에서 이제는 인권을 넘어 동물권을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계속해서 강아지를 키워왔기에 봉봉이를 데려올 때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았었다. 막상 내가 혼자서 강아지를 책임지고 키워보니 새롭게 배우게 되는 것이 정말 많았다. 세 살의 지능을 가지고 평생을 사는 강아지는 보호자의 도움 없이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요즘 휴가철이 지나면 피서지에 유기되는 동물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 내게 맡겨진 혹은 내가 맡기로 한 생명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려는 태도부터가 동물 권리를 지켜주는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행복한 사회가 사람에게도 진짜 좋은 사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