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의 나를 단단하게 키웠던 건 책 속에서 만난 주인공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지분이 큰 건 역시나 작은 아씨들의 둘째 딸 조와 빨강머리 앤 이다.
차갑고 날 선 말들에 상처 입었던 나는 책 속의 문장들로 용기를 얻었다. 특히 글도 잘 쓰고 해야 할 말도 잘하며 씩씩한 것 같지만 인간관계에 서툴러 날마다 실수하는 조를 다독이는 조의 어머니 마치 부인에게서 다정한 위로를 받았다.
또 빨강머리 앤을 통해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나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앤처럼 잠시 쉴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모두에게 버림받았던 빨강머리에 주근깨가 가득한 못생긴 고아소녀였던 앤은, 포기하지 않았고 매슈와 머릴러를 만난 후 자신의 삶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개척해 나갔다.
책 속의 수많은 주인공들은 좌절하고 넘어지고 방해받았지만 하나같이 끝까지 자신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런 삶들은 붙잡을 것 없던 내게 인생의 나침반 같은 이정표가 되어 주었다.
나의 어린 시절에 책 속 주인공들이 나를 이끌어 주었던 것처럼 내가 만나는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독서활동과 수업들이 그렇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오늘도 변함없이 학교도서관으로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