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arl K Sep 06. 2023

운전 잘하는 법

매일 아침 출근하는 도로는 속도제한 시속 80km의 고속화 도로다. 2월까지만 해도 과속방지턱이 열두 개나 있는 시골길 같은 도로로 다니다가, 새로운 출근길에서 모처럼 속력을 낼 수 있어서 마치 아우토반*을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첫 일주일만 해도 다른 차들이 쌩쌩 재빠르게 달릴 때 방해가 될까 쭈뼛거리며 끼어들어 소심하게 운전했다. 어디까지 속도를 올려도 되는지, 언제쯤 속도를 줄이고 우측으로 빠지는 도로에 합류해야 할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어느 날엔가는 출근하려고 창밖을 보니 내가 달려야 할 도로 위로 새하얗게 안개가 내려앉아 있었다. 마치 강원도에 있는 양 떼 목장으로 가는 길 같았다. 전조등을 끝까지 다 켜고 한 치 앞도 모를 안갯속에서 조심조심 운전하다 옆을 보니 다른 차들도 모두 함께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다.

   

   사소하고 평범한 날도, 때론 낯설었던 날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의 운전은 대담해져 갔다. 약 3분~5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고속화 도로를 달리는 동안 제한속도의 10%인 88km를 유지하며 가파른 속도 줄타기를 즐기기도 했다.


   고속화 도로이다 보니 큰 공사차량들이 많이 다닌다. 시간 내에 출근하려면 두 개의 차선을 요리조리 옮겨 다니며 눈치싸움을 해야 하는데, 덕분에 운전실력은 정말 많이 늘었다. 가끔 깜빡이 없이 끼어드는 차들 때문에 식겁하는 날도 있지만 이제는 이 도로에 꽤 적응한 것 같다.

   

    천천히 조금씩 달리다 보면 언젠간 운전 실력이 늘어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짧은 거리를 다니던 지난 5년 동안 운전 실력은 그다지 늘지 못했다. 그것보다는 가끔 장거리를 갈 때 빠른 속도로 긴 시간을 달리면 오히려 금세 운전이 늘었다. 고속도로를 타면 연비가 올라가는 만큼 비례해서 운전실력도 늘어나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글을 쓰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혼자서 적당한 템포를 가지고 천천히 써 내려가면 꾸준히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같이 쓸 사람들이 없으니 아무래도 자꾸 힘이 빠졌다. 속도가 자꾸 쳐지니까 앞으로 나갈 힘도 떨어지고 아무리 풀 액셀을 밟아도 속도가 안 났다.


   새롭게 시작한 글쓰기 모임에서 쓰기로 한 합평 글을 준비할 때도 맥락과 흐름을 찾아 쭉쭉 써 나가고 싶은데 맘대로 되지 않았다. 생각한 것을 활자로 표현하는 것은 고사하고 생각의 흐름조차도 뚝뚝 끊기는 상황에 갑갑한 마음만 커졌다. 아마도 그래서 오픈채팅에 올라온 갑작스러운 도전 제안이 자꾸 끌렸나 보다.


   100일의 글쓰기 시즌2라는 스페셜한 고속화 도로에 탑승한다고 생각하니 앞뒤 안 재고 너무 무모한 도전을 했나 싶어 조금은 두렵기도 하지만, 멈춰 있던 글쓰기의 속력을 확실히 올려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가장 힘이 나는 건 혼자가 아니라 함께 쓰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무려 스무 명이 넘는 든든한 글동무들을 힘입어, 따뜻하고 다정한 환대와 응원에 기대어 하루하루 안전한 글쓰기를 마음껏 누리며 달려봐야겠다.


*아우토반 : 독일의 속도 제한 없는 도로로 자동차 경주의 무대가 되면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