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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Sep 22. 2023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할 책, 읽을 수 있는 책

흔히들 사서의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모르기에 막연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순수하게 부러워하는 쪽과 은근히 비아냥대며 깎아내리는 쪽이 있다. 


   과연 도서관에서 책을 바로 옆에 두고 일하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을까? 평소 그렇게 생각해 왔다면, 미안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흔히들 사서, 사서교사라고 하면 책 많이 읽어 좋겠다고들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재도 없이 매번 새로운 학습내용을 창조해야 하는 수업 준비와 각종 프로그램 준비, 아이들과의 좀 더 재미있는 활용과 각종 대회 운영 등을 위해 읽어야 하는 책들이 잔뜩 쌓여있는데 실상은 책 한 장 넘겨보기가 쉽지 않다. 잔뜩 쌓여있는 책들 사이에서 읽고 싶은 책만 더 많아져 가고, 시간은 물리적으로 너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일단 급하게 읽어야만 하는 것부터 발췌독으로 때우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무를 위해 필수로 읽어야 하는 책들만 최소한으로 잡아도 연간 10~15권 이상은 되는데, 막상 한 권을 제대로 읽을 짬이 나지 않으니 얼마나 슬프고 비통한 일인지 모르겠다. 


   좋은 책을 선택하여 이용자들에게 소개할 첫 번째 의무가 있는 우리에게는 독서는 쉼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안타까운 건 현장에서는 책을 잠깐이라도 펴서 읽고 있으면 사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한가한 줄로 오해하고 착각을 한다는 거다. 업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해서 없는 틈을 쥐어짜 내어 읽는 건데도 그렇다. 


   도서구입(수서)을 진행할 때마다 상황은 더욱 애달파진다. 책제목과 저자, 출판사만 타이핑하고 점검하느라 눈알은 빠질 것 같고 팔은 떨어져 나가게 아프다. 이미 만성이 되어버린 터널증후군과 승모근과 삼각근 통증은 도수치료를 매번 받아도 그때뿐, 잘 해결이 안 된다. 한 해 동안 스쳐 지나가는 책표지만 몇 천권, 몇 만권씩 보는 그런 거 말고, 나도 진득하니 앉아서 여유 있게 책 한 권을 깊이 읽고 싶다. 


   바로 옆에 책을 두고도 그림의 떡 보듯 대해야 하는 사서, 사서교사에게 책 읽을 자유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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