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지나도 한참 지났다. 내 방학은 여름인데 같이 사는 짝꿍은 업무특성상 사람들이 자리를 비울 때도 움직이기가 힘들다. 게다가 팀장대리로 다른 직원들 휴가 갈 때 사무실 붙박이를 하느라 도저히 시간이 안 나서 매번 가을이 되어서야 그나마 시간을 낼 여유가 생기나 보다.
시원한 물에서 수영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창 여름철이 아니라서 매번 아쉽고 휴가다운 휴가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 남편과 휴가지를 정할 때 '어디 가고 싶어?'라고 물으면 "나는 풀빌라!"하고 외쳤다. 아쉽게도 풀빌라 철을 맞출 수가 없어 몇 번이나 마음을 접어야 했다. 또 가고 싶다고 말은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몇 번을 찾아보기만 하다가 포기했었다.
그 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풀빌라를 불러댔다. 평소 지방출장이 잦은 편이라 여행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건 더더욱 질색인 남편이지만, 이번에는 큰맘 먹고 풀빌라 예약을 해 보자고 했다. 내가 했던 말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진짜 가고 싶어 하는구나 생각해 준 것이 무엇보다 고마웠다.
드디어 여행 가는 날,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여 회사에서 지원된 명절상품권으로 장도 보고, 부지런히 운전해서 예약된 풀빌라에 도착했다. 위치상 외곽에 있고 씨뷰(sea view)도 아니지만 나만을 위한 프라이빗 수영장이 있는 풀빌라여서 너무 좋다.
풀빌라 1층에는 바베큐장과 제트스파, 전용 프라이빗 실내수영장이, 2층에는 부엌과 거실이, 3층은 침대가 세팅되어 있다. 오자마자 수영을 위한 옷으로 갈아입고 1m 깊이의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놀았다. 날씨가 추워진 것을 감안하여 32도 맞춰져 있는 온수풀이라 춥지 않게 즐기고 있다.
1시간 정도 수영하다가 추워지면 제트스파에 뜨끈하게 몸을 담갔다가 다시 수영장에 가서 놀면 될 것 같다. 수영장 이용은 밤 10시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위의 두 가지를 무한반복할 예정이다. 수영 안 하는 짝꿍 덕에 조금 심심하고 아쉽지만, 제주도 바닷가에서 혼자 4시간 놀던 실력을 발휘해 봐야지.
몇 년이나 망설이기만 하고 용기를 내지 못했었는데 오늘에야말로 그토록 기대했던 풀빌라에서 내일까지 짧지만 알찬 휴가를 보내고 갈 예정이다. 지금 신나서 자랑하는 거 맞다. 모두들 Happy Holi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