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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Oct 03. 2023

치료법은 언제나 하나

이 계절만 되면 찾아오는 약도 없고 이름도 모르는 심각한 병이 하나 있다. 더운 여름 내내 질끈 동여매고 참아냈던 보상을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계절에 맞는 스타일 변화를 원하는 건지. 이맘때가 되면 지치지도 않고 내 머릿속을 슬그머니 비집고 들어오는 질환이다.


   치료방법은 딱 한 가지 있다. 머리와 마음이 원하는 대로 일단 실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분명한 치료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뒤따라오는 후유증이랄까 후폭풍이 꽤나 길고 오래가기 때문이다. 치료는 잠깐이지만 후유증은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6개월 넘게도 이어진다.


   지난번에 찾아왔을 때는 후폭풍 따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치료를 위한 플랜을 실행했다. 덕분에 깨끗이 회복되어 기분이 좋아졌으나, 후유증이 이어지는 기간 내내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던 스스로를 원망할 뻔했다. 후폭풍이 찾아왔을 때 나는 분명히 결심했었다. 다시는 이 병에 휘둘리지 않겠노라고.


   그렇게 2년을 잘 버텼는데 올해 또 찾아온 이 녀석을 막아낼 힘이 내게 부족한 것 같다. 준비 없이 싸우려고 덤볐다가는 반드시 패할 수밖에 없기에, 올해 남은 계절과 내년 여름까지의 트렌드를 먼저 분석해 보고 단호하게 대응해 보려고 한다.


   또 독자 여러분께 이 병의 치료를 할지 말지 조언을 부탁드려 보려고 한다. 잘 생각해 보시고 답해주시기를 바란다.


   이 병의 이름은 바로, 단발병*이다.




*단발병: 긴 머리를 단발머리로 싹둑 잘라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병으로 실행하면 몹시 개운하다. 하지만, 매일 관리가 어려운 단점과 시간이 지날 수록 단발에서 긴 머리로 기르는 중간의 거지존을 견디지 못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대처방법으로는 첫째, 길어질 때마다 즉시 커트하여 숏컷과 단발을 칼 같이 유지하는 것. 둘째, 머리 목덜미보다 위로 짧아지지 않게 다듬으며 긴 머리를 유지하는 것이 있다. 주로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기 시작할 때 여성들에게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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