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날이 왔다

by Pearl K

적게는 1년에 한 번, 많게는 1년에 두 번 오는 그날이 왔다. 바로 식당 봉사의 날이다. 현재 섬기고 있는 교회는 구역 대신 가정교회 체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해 동안 식당봉사와 교회 본당 청소 두 가지를 당번을 정해 각 가정교회마다 돌아간다.


식당을 담당하시는 권사님이 미리 필요한 재료들의 장을 봐 두신다. 손이 많이 가는 메뉴의 경우 토요일에 미리 모여서 하고, 간단한 메뉴는 주일 아침 첫 예배가 끝난 후에 모여서 재료를 메뉴에 따라 알맞은 방법으로 썰어두는 등의 전처리를 한다.


전처리가 끝나고 나면 메뉴별로 팀을 나눈다. 오늘의 메뉴는 두부조림, 깻잎지, 묵은지, 시래깃국이다. 갑작스럽게 호박죽과 인절미 배식까지 추가되었다. 음식은 400인분 가량을 만드는데 보통 2~4명이 메뉴 하나씩 맡아서 바트 2개씩을 채운다. 우리가 담당한 메뉴 중에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건 두부조림이었다.


그래서 이번 팀 배정은 두부에 부침가루를 묻히는 팀, 부침가루 묻힌 두부에 계란을 묻혀 부치는 팀, 완성된 두부를 넓은 쟁반에 배식하기 좋게 정리하는 팀으로 나누었다. 다른 메뉴들은 한 명씩 맡아 준비했다. 그 어느 하나도 쉬운 일은 없다.


메뉴가 어느 정도 완성된 후에는 배식팀과 설거지 팀으로 나누어 교회 성도들의 식사가 모두 끝날 때까지 섬긴다. 식당 봉사를 마치고 나니 옷 앞섶이 다 젖었고, 두세 시간 동안 서 있느라 허리도 다리도 너무 아팠다. 틈틈이 앉아서 쉬어 주었는데도 한동안은 또 쉬고 나서야 겨우 집에 갈 에너지가 생겼다.


1년에 고작 두 번이지만 식당봉사를 하면서 예배 후 매주 식사할 수 있게 준비해 주시는 분들의 헌신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재료들을 손질하여 칼로 썰어내고, 뜨거운 불 앞에 서서 굽고 익히고 끓이고, 사용한 접시들을 깨끗이 닦아내는 일들에 얼마나 많은 수고가 필요한 지를 잠깐이나마 체험한다.


누구라도 인간은 단지 혼자서만 살 수는 없다. 세상을 나 혼자 살아가는 것 같아도 우리는 모두 알게 모르게 다른 이들의 선의와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식당 봉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감사함을 잊지 말자고 되새기게 되는 이유다.



이미지출처: 배식일러스트, 어반브러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