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도 모르게 웅장한 것에 끌리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출근 후 컴퓨터 로그인 화면에 매일 랜덤 하게 소개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자연 풍경들을 넋을 놓고 계속 바라본다.
언젠가 꼭 가고 싶은 우유니 사막의 소금 호수, 에베레스트가 속해 있는 에팔래치아 산맥, 스위스 마터호른의 봉우리, 아마존에 있는 천연 밀림, 이집트의 거대한 피라미드 같은 풍경을 보노라면 자그맣고 사소한 불안 같은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특히 초록초록한 풍경과 새파란 바다를 좋아하는데 두 가지 풍경이 함께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다.
다음은 웅장한 음악이다. 사운드가 빵빵하게 음악을 틀어놓고 즐길 수 있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내가 운전하는 자동차 안에서 듣는 게 가장 좋다. 개인적으로 웅장한 음악을 듣고 싶을 때는 성악가와 가수가 여러 모양으로 협연한 노래를 듣는다. 첫 번째 픽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팀이 부른 [유년 시절의 기행]이라는 곡인데 도입 부분부터 아주 웅장하다.
두 번째 곡은 성악가가 부른 곡은 아니지만 묵직하고 거친 사운드와 투박하게 긁어내는 목소리가 조합된 팀 '창고'의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 장을 살게]다. 노래 가사는 재미있게도 여행을 떠날 용기가 없어서 강릉행 차표 한 장을 사놓고 망설이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다음 곡은 반드시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여야 한다. 차표만 남아 있는 강릉 대신에 춘천으로 훌쩍 기차여행을 떠나보는 거다.
이번에는 한국 곡을 넘어 외국 곡인 팝송 중에서도 떠오르는 곡들이 있다. 오래전 중학생 때 영어시간에 배운 Perhaps Love는 가수 존 덴버와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가 함께 부른 곡이다. 하울이 부른 동명의 곡과는 다른 곡이니 가수를 잘 구분하셔야 한다. 웅장함에서는 빠질 수 없는 Queen의 [Bohemian Rhapsody]가 다음이다. 물론 이외에도 엄청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웅장한 풍경들을 보고 웅장한 음악들을 플레이리스트에 넣어 들으면서 좁쌀 같던 나의 마음이 아주 조금이나마 넓어지는 것 같다.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고 때로 지치고 무너질 때마다 이 웅장함들은 "지금 그거 별일 아니야. 곧 지나갈 거야. 삶은 이렇게 거대하고 내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넓은 걸."이라는 위안과 위로의 마음을 가져다준다.
몇 년 전 양안을 모두 백내장 수술했을 때, 내게는 백내장과 난시와 노안이 동시에 당도했었다. 교정할 수 있는 범위가 2가지뿐이어서 당연하게도 백내장과 난시를 교정하고 노안교정은 포기하기로 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 선생님은 앞으로 노안 때문에 가까운 곳은 잘 안 보일 거라고 하면서 그러니까 앞으로는 저 멀리 보는 연습을 자주 하라고 했다. 멀리 볼수록 눈에는 훨씬 건강하다고 말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은 모든 것을 너무도 가깝게 보려고 할 때 시작되었던 것 같다. 관계도 일도 사람에 대한 기대도. 좁은 시야에 갇혀서 전전긍긍하는 것이 아니라, 길게 보고 멀리 보고 웅장함을 가득 채워 눈뿐만 아니라 마음도 더욱 건강해지고 싶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일단 뒤로 한 걸음 물러나서 나의 상황과 문제들을 멀리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소유한 사람이 되고 싶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