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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 신박하다

by Pearl K

각종 채널과 OTT서비스의 등장으로 공중파, 케이블 채널, 유튜브까지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드라마 속에서 살고 있는 시대다. 무엇을 고를까 하는 즐거움도 주지만 보고 싶은 드라마를 모두 섭렵하려면 매우 바쁘다. 물론 예전과는 달리 본방 시간을 놓쳐도 어떻게든 볼 방법이 있다. 때로는 마구 쏟아지는 작품들에 시간차를 두어 옮겨 다니며 채널을 현란하게 바꾸기도 한다.


만약 전체 내용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는 것이 싫다면 youtube에서 많은 드라마, 영화 크리에이터들이 1~2시간 내외로 압축된 깔끔한 요약본을 가지고 구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 K-Drama가 세계적인 위상을 떨치기 시작하면서 해외 크리에이터들의 K-Drama 리액션과 함께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원래도 드라마를 즐기는 편이었는데, 소재나 표현 면에서 자유로워지면서 거대 자본의 투자가 더해지니 한국드라마는 요즘 제대로 날개를 달았다.


그러다 보니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의 막장 드라마들도 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속 시원하고 힐링이 되는 작품들도 있다. 지난 주말, 즐겨보고 있는 드라마 '연인'과 비슷한 시간대에 새로 도전장을 내민 드라마가 생겼는데, 우연히 채널을 돌렸을 때 보다가 최애 작품으로 채널 바꾸는 걸 놓칠 정도로 날 몰입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작품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재밌을 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무인도의 디바>의 타이틀 롤을 맡은 주연배우는 작년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전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오른 박은빈 배우다. 평소에도 박은빈 배우는 특히 작품을 보는 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녀가 선택한 작품이라면 믿고 볼 수 있다는 암묵적 룰이 존재할 정도다.


그녀가 주연했으나 방영 당시 시청률이 별로 높지 않았던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스토브리그' 역시 스포츠드라마는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 최고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남장을 하고 일국의 세자로서의 기개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여인의 수줍음도 표현해야 했던 '연모'는 한국드라마 최초로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 작품의 제작진이 누구인지 살펴보니 '별에서 온 그대', '호텔 델루나', '빅마우스'의 연출을 맡았던 오충환 PD와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드림하이'를 쓴 박혜련 작가다. 특히 두 사람은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타트업' 등 제목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시청률 고공행진 드라마를 함께 일구어내기도 했으니, 얼마나 재미있을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막 1, 2회가 지났을 뿐이지만 아역 배우들의 호연이 눈부셨다. 평범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기호는 하루라도 빨리 돈을 모아 섬을 탈출하고 싶어 한다. 겉으로는 세상 해맑고 생각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기호와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는 섬 소녀 서목하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사랑해 마지않는 슈퍼스타 가수 윤란주(김효진)다.


가수 윤란주는 그녀가 되고 싶은 롤모델이기도 한데, 그 이유는 목하의 꿈도 가수인 데다가 윤란주가 목하와 같은 섬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윤란주의 소속사에서 진행하는 UCC대회에 출품하기 위해 카메라를 찾던 목하는 기호에게 디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기호는 만원에 촬영과 편집을 해 주기로 계약한다. 노래하는 서목하의 모습을 담던 기호는 왠지 설렌다.


서목하는 UCC 대회에서 무려 1등을 하게 되고, 서울에 가서 윤란주를 만나기로 하지만 아버지의 폭력이 두려워 꿈을 접으려고 한다. 그때 목하에게 힘이 되어주는 기호, 둘은 폭력적인 아버지들을 피해 서울로 가는 배를 타기로 한다. 배에 같이 탑승했으나 목하를 찾으러 온 목하 아버지를 보고 기호는 온몸으로 그의 탑승을 막는다. 목하는 아버지를 피해 도망치다가 바다로 떨어진다.


15년 후, 기자로 활동하는 강우학은 동생 보걸이를 따라 무인도에 봉사활동을 왔다가 캐스트 어웨이 버금가는 무인도 소녀 아니 처녀를 만나게 된다. 내용을 들으면 황당하기도 하지만 맛깔스러운 연기로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켜 준 배우들과 합이 척척 잘 맞는 연출과 작가의 환상호흡은 또 하나의 명작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또 하나, 자립준비청년들을 돕는 이벤트도 한다고 하니 착한 드라마 인증이다.


다음 주 토요일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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