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씩 찬찬히 시간을 들여 보고 곱씹어 보고 싶은 작품이 생겼다. 원작이 웹툰인 이 작품이 드라마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꽤 오래 설레며 기다리고 있었다. 호감 가는 배우가 주연을 맡기도 했지만, 소재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총 12화로 구성되어 있다. 3년 차 간호사인 정다은(박보영)이 내과에서 정신과로 옮기면서 경험하는 정신병동 환자들과 간호사들,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현재까지 총 다섯 편을 보았는데 흔히 조울증이라고 불리는 양극성 장애부터 직장 상사의 가스라이팅으로 촉발된 사회불안장애, 어떤 한 가지에 집착하게 되는 강박증, 이제는 모두가 익숙하게 들어본 공황장애, 충격적인 일로 인한 망상까지 다양한 병증을 다루어 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정신적인 문제가 특정한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꽤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에피소드들을 보는 내내 비슷하게 겪어왔던 상황들이 떠올라 화도 나고 속상했다. 나 역시 3~4년 전 명치 한쪽이 막힌 것처럼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반복되다가, 과호흡이 오고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이 작품을 보면서 막연하게 괜찮아지겠지 하며 참고 버텼던 것들이 사실은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고통을 겪은 것이고, 참다 참다 결국 온몸의 증상으로 표현되는 정도까지 악화되었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동안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면 다시 호흡이 가빠지면서 숨이 잘 안 쉬어졌던 것도 생각났다.
정확한 진단을 받은 건 아니지만 당시 일시적 공황장애 및 사회불안장애가 발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뒤늦게나마 인식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충분히 아껴주지 못한 게 미안했고, 그때의 나를 지금이라도 꽉 안고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남은 일곱 편도 차근차근 한 편씩 꼭꼭 씹어가며 볼 예정이다.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이야기를 해 주는 작품이기에 기회가 된다면 놓치지 말고 관람하시라는 추천을 하고 싶다. 특히 드라마가 끝날 무렵에 나오는 정다은(박보영)의 내레이션들은 위로와 위안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때론 슬프게도, 때론 아프게도, 때론 병들게도 한다. 그렇지만 때론 스스로 변하기 위해 던진 돌이 파동이 되어 자기뿐만 아니라 건너편의 누군가에게 닿기도 한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고, 스스로에게 회복할 시간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에게는 친절하고 상냥한 편인 우리는 때로 자신에게 너무 잔인하고 가혹하다. 그 결과로 정작 자기 마음을 돌봐줄 시간조차 없이 살아온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나를 먼저 사랑하고 아껴주면서 살뜰하게 챙겨주자. 약속!
또 주변에 믿을만한 친구들을 두고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드라마에서 다은이와 유찬이(장동윤)가 서로의 찐친이자 구원투수가 되어주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이란 모든 것이 사라져도 상자 가장 안쪽에 남은 그 자그마한 희망이란 놈이 있다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존재니까.
"모든 병은 상실에서 온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거나, 자기 자신을 잃었거나, 또는 행복한 순간들을 잃었거나. 그럴 때 우린 이제 너무나 뻔해서 얘기하는 사람조차 낡아 보이는 희망이란 것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진다. 그 뻔한 희망. 그 뻔한 희망을 찾기 위해 우리들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