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arl K Nov 20. 2023

쓰는 법을 잊다

아마도 어느 정도의 한계에 다다른 건가 보다. 호기롭게 100일의 글쓰기에 도전해 놓고 이제까지 잘 왔으면서, 마지막 4분기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러나 싶다. 사실 며칠 전부터 무언가를 쓰려고 생각을 해도 머리가 하얗다. 그야말로 순백의 백지 위에 점 하나조차 그리기가 힘들다. 


   대략 2주 전까지만 해도 최소한 쓸 거리가 생각났고, 무엇을 쓸지 결정하면 막힘없이 쓸 수 있었다. 보통 첫 문장이 생각나면 뒤는 술술 이어졌는데, 글쓰기를 특별하게 해 주던 반짝이는 순간이 사라졌다. 이거 꽤 쓸만한 소재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문단 이상은 글이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 첫 문장도 잘 떠오르지 않고 머릿속은 빙글빙글 돌뿐이다. 


   100일은 가뿐히 완주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교만이었다. 이젠 패배를 인정해야겠다. 어떤 것이든 써낼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의 유통기한은 고작 80일도 되지 못했다. 비로소 나를 비워내고 다시 새로운 글로 태어날 시간이 온 건가. 그나마 다행인 건 가득 찬 공간에는 무엇도 넣을 수 없지만, 텅 빈 곳에는 어떤 것이든 채워 넣을 수 있다는 거다. 


   과거의 기억이나 예전의 경험으로, 쓰던 가닥으로 써 왔던 글은 끝났다. 어쩌면 지금을 제대로 보고 써야만 할 때가 왔다는 의미 같기도 하다. 한 가지 걱정은 앞으로 100일에 다다를수록 하루하루 점점 더 글쓰기가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는 거다. 진짜 글쓰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도 든다. 완주를 위해서는 아직 23일을 더 써야 하는데,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지는 순간이다.


   Don’t give up!! 그래도 다시 써보자! 주저앉기엔 이르다.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순 없으니까 말이다. 다행히 함께 쓰는 열아홉의 글동무들이 있지 않은가. 힘을 내서 가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자꾸 반대로 하고 싶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