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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Nov 26. 2023

시간이 지나도

우리는 살아오는 동안 인생의 시와 때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한 편으로는 좋은 관계를 맺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인생에서 두 번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종종 있다. 나와는 다른 여러 성향의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부딪치고 깨지고 때로는 사랑과 위로를 받으며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유난히 사람을 좋아하고 쉽게 믿는 데다가 한번 좋아하면 아낌없이 퍼주는 성격이다 보니, 내 생각처럼 관계가 잘 이어지지 않아 아프고 상처받기도 했다. 반복되는 관계의 단절에 자꾸만 깊이 다치는 마음을 보호하려면 내가 나를 지켜야 했다. 한없이 여리고 부드러운 속마음을 감추려고 날카롭고 거친 가시를 세웠다.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않으려 하고,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경계하고 밀어냈다. 항상 날이 선 상태로 예민하고 까칠하게 굴었더니 하나둘 나를 떠나갔다. 오히려 이렇게 하면 서로가 훨씬 더 편하리라 생각했다.


   내게 다가오는 이들을 그렇게 밀어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지나치게 쓸쓸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지만, 혼자 남는 밤이 오면 매일 눈물 속에서 보냈다. 하지만 티 낼 수는 없었다. 결국 내 주변에는 아무도 남지 않을 거라 여겼다. 죽을 만큼 외로울지라도 차라리 아무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편이 편했다. 아니었다. 내 생각이 틀렸다.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니 두꺼운 패딩 속에 감춰놓은 나를 찾아내 함께해 준 소중한 친구들과 사랑스러운 동료 선생님들, 예쁜 제자들이 있었다.


   지금에서야 지난 시간을 버텨 온 게 나 혼자 해낸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울고 웃어주고, 내 편을 들어주고, 해결 방법을 같이 고민해 준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 너 때문에 힘을 냈다고,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얻었다고 뒤늦은 감사를 건넨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떠나지 않고 친구로, 동료로, 귀여운 제자로 옆을 지켜주어 고맙다고. 이제까지 내 곁을 지켜준 나의 은인들에게 오늘은 부족한 글로나마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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