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첫날이다. 추워지는 동안 그새 눈이 두 번이나 왔다는데, 제대로 보지 못했다. 매일매일 해야 할 일이 넘쳐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니, 3일 만에 입이 바짝 말랐다. 틈틈이 수분도 충전하고 일어나서 움직이기도 해야 하는데, 종일 앉아서 숨 돌릴 틈도 없이 일하느라 하루가 간다.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갑자기 터지면 왜 자꾸 화부터 나는지 모르겠다.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게 일상인 곳에서 일하면서 모든 게 계획대로 착착 흘러가리라 생각하는 게 미련한 걸까. 매번 해내야 할 것이 많을수록 집중이 흐트러지게 만드는 일들도 자주 찾아온다. 여유는 사라지고 대신 세심함을 벗어난 예민함이 그 자리를 채운다.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는 걸 이젠 좀 받아들여야 한다.
몸에 좋은 건강한 저녁 식사로 에너지를 얻고, 봉봉이와 함께 하는 가벼운 산책으로 잔뜩 꿉꿉해진 기분을 환기시킨다. 덕분에 끊어질 듯 위태롭게 곤두선 신경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주말이라 다행이다. 한껏 날 선 정신을 내려놓고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줘야겠다. 충분히 나를 돌봐주고 나면 남겨진 일들을 해낼 새로운 힘이 생기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