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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Dec 03. 2023

300일

지난 300일 동안 매일매일 조금씩 더 조카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오늘로써 세상에 태어난 지 딱 300일을 맞이한 조카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게 커 가고 있다.


   이 300일이라는 숫자는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보내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내 사랑스러운 조카는 조그마한 수정란에서 시작하여 300일 동안 엄마 뱃속에서 지내다가, 세상 밖으로 응애~ 하고 힘찬 울음을 터뜨리며 나온 지 또 300일이 되었다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오늘은 꽤 특별한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자궁에서 나와 40일이 지나면 눈의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고, 생후 2~3개월이 지나면 아기 목에 힘이 생겨서 점차 스스로 목을 가눌 수 있게 된다. 생후 5~7개월이 지나면 배밀이를 시작하고, 기어 다니는 과정을 터득해 간다. 물론 기어 다니기 전까지는 엎드려서 고개를 가누고 상체를 들어 올리기, 뒤집기, 되짚기, 배밀이의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얼마 전 조카는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울타리를 짚고 일어섰다. 요즘은 전보다 더 자주 울타리를 짚고 일어선 사진들을 보게 된다. 울타리를 짚은 채로 양옆으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면, 멀지 않아 조카는 곧 혼자서 걸어 다닐 수 있게 될 것 같다.


   어제 가족 톡방에 올라온 영상에서 새언니는 조카에게 할머니, 할아버지에 이어 두 고모에게도 안녕~ 하고 인사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열심히 장난감을 갖고 놀던 조카는 세상 시크하게 손을 흔들었다. 고모의 눈으로 봐서 그런지, 그 모습마저도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던지 고모가 언제나 네 편이 되어줄게. 사랑해 우리 조카!


“보이지 않았던 기나김의 300일 어둠 속에 지루했던 시간 끝나고,

들리지 않았던 침묵 속의 날들이 가녀린 외침으로 끝나 버리고

이젠 밖으로 나가게 됐어. 볼 수도 들을 수도 있게 됐어

모두가 작은 볼 작은 몸을 미소로 끊임없이 신기한 듯 바라보았고

커다란 울음소리 하나로 모든 걸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지

-화이트 2집, 세상은 Part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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