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원래 꼭 해야 할 것이 있으면, 오히려 최대한 미루고 싶고 안 하고 싶어지는 존재인가 보다. 쉬운 예로 시험 기간만 되면 아이들이 와서 평소보다 책을 더 많이 적극적으로 빌려 가고는 한다. “시험 앞두고 있는데, 공부할 시간 부족하지 않아?” 하고 물어보면, “선생님 이상하게 시험 기간엔 철학책도 재밌어요.”라고 답을 한다.
지금의 나도 그렇다. 당장 월요일까지 학생들 생활기록부를 작성해 주어야 한다. 한 명 한 명 활동했던 내용들을 정리해서 적어야 하는데, 마치 머리가 텅 비어버리기라도 한 듯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것이다. 오전 내내 아이들이 제출한 자료로 대략적인 수준 체크만 하다가 시간이 다 지나갔다. 이렇게 머릿속이 백지상태일 때는 일단 쉬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생각나는 대로 글을 끄적이고 있다.
이제까지 쓴 글의 수를 계산해 보다가 살짝 욕심이 나는 부분이 생겼다. 100일의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 2023년에 썼던 글이 총 77편, 100일의 글쓰기로 쓴 글이 100편, 어제 쓴 글까지 하면 총 178편이다. 이번 주까지 모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쓰면 180편을 채우게 된다. 이왕 쓰는 거 연말까지 200편을 채우고 싶은데, 날짜를 계산해 보니 연말까지 매일 한 편씩 써도 195편에서 멈추게 된다.
200편을 채우기 위해 부족한 다섯 편은 어디에서 채워야 할까? 하루에 두 편씩 5일 정도를 쓰는 건 어떨까도 생각해 봤다. 그럼 완벽하게 200이라는 숫자를 맞추게 된다. 왠지 숫자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 별로다. 아니면 띄엄띄엄 글을 써서 190편으로 마치는 건 어떨까. 200이 아니라서 왠지 아름답지 않은 숫자처럼 보인다. 고민을 하다가 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났다.
한 가지 아이디어가 생겼다. 188편으로 숫자를 맞추면 그나마 조금 아름다워 보이는 숫자가 나온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2023년이 마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쓰겠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하는 거다. 특별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글쓰기는 계속되어야만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