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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주어 고마워

by Pearl K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인데 이상하게 첫 페이지를 펼친 후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빨리 읽고 싶은데 금방 다 읽기가 싫었다. 핑계 같지만 업무가 너무 몰려있는 시기라 마음을 다해 읽을 여유가 없었다.


대충 읽고 넘어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몇 번을 펼쳤다 접었다 했다. 페이지 가득 채워져 있는 활자를 따라 눈을 움직여 봤지만, 채 열 페이지를 다 읽지 못하고 책장을 덮었다. 아무래도 학기가 끝나고 나서 시간을 내어 천천히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침대 머리맡에 3주 넘게 놓여있던 책인데 오늘은 꼭 읽고 싶어졌다. 지난번에 봤던 뒷부분부터 읽는데, 한 문장 한 문장에 마음이 출렁이고 감정이 울컥거렸다. 꾹꾹 참아가며 읽어내려 가는데, 도저히 참아지질 않아 결국 눈물이 터져버렸다.


책 <살자 클럽>은 2023년에 출간된 책인 <ㅈㅅㅋㄹ> 그 후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책이다. 전작에서 스스로를 살리고, 다른 친구들도 살렸던 K(은재), 소유, 경식이와 빼놓을 수 없는 조력자인 김 경감은 아예 자살예방긴급구조센터를 만들고 아이들을 본격적으로 살리기 위한 전담팀을 구성한다.


여기에 정 경위와 우빈까지 합류하면서 센터 담당자인 김 경감님과 정 경위는 ㅈㅅㅋㄹ로 접수되는 메일을 통해 예전의 자신들처럼 고통 속에서 지옥을 살고 있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된다. 윤하는 사랑하는 친구 구름이를, 김 경감님은 자해를 반복하는 소녀 해빛이를 만나 아이들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들어주며 그들을 삶으로 끌어오려고 한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오하루 작가님이 십 대 청소년들을 만났던 일들을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다. 마지막 부분에 아이들을 함께 살리자고 하면서 마음을 모으는 장면을 보면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때 그 시절의 내가 케이와 소유, 경식이, 김 경감님과 정 경위님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루라도 조금 더 빨리 스스로를 용서하고 사랑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멀리 돌아갔다 오지 않고 삶을 긍정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소설 속의 이야기 같지만 가슴 아프게도 너무나 많은 아이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태어나자마자 문제가 되는 아이는 극히 드물다. 결국 어른들의 잘못이, 사회의 구조가, 수많은 경쟁들이 행복해야 할 우리 아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미안함에 자꾸 가슴이 저려온다.


책을 읽고 한 가지 소망이 생겼다. 힘들어하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살고 싶게 만들어 주는 친구들과 좋은 어른들이 많아지기를. 이 일에 마음을 두는 여러분 각자가 아이들을 살리는 등대가 되어주기를. 도움과 구조가 필요한 적재적소마다 자살 예방 긴급 구조센터의 역할을 할 사람들이, 공간들이 마련될 수 있길 바란다.


나 역시 내가 있는 자리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할 수 있는 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돕고, 살리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그것이 지금 내가 학교도서관을 지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체력이 허락하다면 내 생이 다하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온통 마음이 부서져 혼자 울고 있던 30여 년 전의 어린 나에게, 지금 어디선가 힘들어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매일 힘과 용기를 내어 살아가고 있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이 말 한마디를 꼭 전해주고 싶다. 살아주어 정말 고맙다고.


"모두의 바람은 단 하나였다. 꼭 살려서 살아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수 있기를. 그리고 모두 같은 다짐을 했다. 곁에서 함께 웃고 함께 울며 함께 아파하는 사람이 되어주겠다고. -오하루, <살자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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