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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Jan 06. 2024

종업, 졸업 비로소 방학

지난 3월부터 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의 종지부를 찍는 날이다. 업무를 마무리하면서 방학과 동시에 시작되는 석면공사를 준비하느라 며칠 전부터 몹시 분주했다.


   도서관에 있는 자한 짐들을 박스마다 나누어 정리했다. 공사 중간에 물품들이 분실되는 경우도 많다고 해서 라벨을 크게 출력해서 박스마다 여러 군데 붙였다. 다행히 도서와 서가 같은 큰 물품들은 이사 전문업체에서 옮기기로 했다.


   업무물품 외에 1년 간 쌓아온 내 소지품도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개인 소지품을 정리한 박스 3개까지 미리 차에 옮겨서 실어두고 나니 허리가 쿡쿡 쑤셨다. 지지부진하게 처리되지 않던 마지막 업무까지 깔끔하게 클리어하고 나니 2학기 마지막 날이 밝았다.



   종업식을 마친 아이들과 방학 잘 보내라는 인사를 나누고, 졸업식이 진행되는 동안 남겨두었던 업무용 데스크톱과 내선전화기와 라인들까지 모두 정리해서 박스에 넣었다. 가득 차 있던 책상 위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는 풍경이 괜히 낯설었다.


   평소에는 한없이 밝던 아이들이 졸업식이 끝나고 이별을 준비하며 가장 슬프게 오열하는 모습을 보는데, 지난 1년이 영상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종업식과 졸업식까지 끝내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길었던 한 해가 마무리된 것 같다.


   그동안 무언가를 잔뜩 얻은 줄 알았는데, 모두 비워내고 나니 다시 원점이다. 나도 다시 제로베이스로 돌아가 스스로를 돌보고 충전한 다음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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