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방학답게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쉴 틈 없이 일하다가 처음으로 휴식다운 휴식이 생겼을 때는 그냥 피곤한 몸과 마음을 푹 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쉼을 위해 가능한 한 길게 자고 특별히 할 일 없이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 오히려 생활리듬이 다 깨져버렸다.
심지어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데도 웬일인지 날이 갈수록 몸이 더 피곤해졌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적절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이 없이는 무너진 리듬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휴식시간이 짧게만 주어질 때는 잘 몰랐는데, 쉬어본 사람이 제대로 쉴 줄도 안다고 막상 꽤 오래 휴식할 시간이 생기니 막연하고 난감했다. 시간이 생겼다고 해서 무작정 늘어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지점이 많다고 느껴졌다.
진짜 건강한 휴식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정해진 생활 패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매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한 가지씩 해야 할 일들을 어느 정도 정해두기 시작했다.
적어도 오전 8시~10시 사이에는 기상하고, 규칙적으로 매일의 루틴을 만들어 실행한다. 예를 들면 오전에는 강아지를 챙기고, 집안 청소를 한다던가. 오후 5시 전후로는 봉봉이와 산책을 한다던가 하는 일들 말이다.
가끔은 보고 싶었지만 그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듣고 싶었던 강의나 연수를 듣기도 한다. 그 외에도 짬짬이 읽고 싶었던 책을 보거나, 미뤄두었던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던가, 잔뜩 쌓여있는 휴대폰의 사진첩을 정리하고, 생각나는 것들을 글로 옮겨두기도 한다.
쉼에도 계획과 규칙이 있어야 더 행복한 휴식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걸 깨달은 후로, 나는 오히려 전보다 조금 더 편안히 쉼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누군가의 방식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나만의 휴식 방법을 찾은 것 같다.
학교라는 곳에서 일을 시작한 지 올해로 꼬박 20년 차가 되었다. 흔하지 않은 소중한 방학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지 않고, 재충전할 기회로 삼아 더욱 풍성하고 단단해지는 보람찬 시간으로 만들어야겠다. 물론 충분한 쉼의 시간도 누릴 거다.
무엇보다 나를 잘 다듬고 다독여서 텅 비어버린 속을 가득 채워둘 수 있는 방학이길 바란다. 앞으로 만나게 될 여러 아이들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고, 또 충분히 나누어 줄 수 있는 선생님으로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남은 방학도 하루하루 유의미한 시간으로 보낼 것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