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멀게만 느껴지던 시간을 오래 살았다. 다른 사람들은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언제쯤 행복이라는 걸 찾을 수 있을까 궁금했었다.
어느 날인가 나도 모르게 '아~ 행복하다'라고 생각하게 된 날이 있다. 행복은 특별한 무언가를 이루어 내는 순간에 찾아오는 것일 줄 알았지만 사실 행복이란 어쩌면 가장 평범한 일상 속에 있었다.
충분히 피로가 풀릴 정도로 푹 자고 일어나 상쾌하게 맞이하는 아침의 기분, 다정한 아침 인사를 건네고 들을 수 있는 옆지기가 있다는 것, 같이 해 주는 사소한 집안일들과 가끔 깜짝 선물처럼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센스 있는 남편.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전한 우리 집이 있다는 것. 비록 대부분 은행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말이다. 내가 일어나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반겨 주는 사랑스러운 강아지처럼 쳐다만 봐도 귀여운 존재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새삼 사랑스럽다.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출근해서 일할 곳이 있다는 것이 좋다, 심지어 그 일이 내가 좋아하는 책에 둘러싸여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더. 하루 종일 분주함 속에서도 틈틈이 아이들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까르르 웃던 날들도 참 행복했다.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내서 준비한 후에, 행사에 참여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는 건 얼마나 신나는지. 맡은 업무로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던 경험은 뿌듯하다. 그저 만나는 것만으로도 좋고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 그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커피를 음미하며 나눈 수많은 시간들도 행복이다.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요리해 줄 수 있는 것에서 오는 주는 즐거움과,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놓치지 않을 수 있어서, 나를 사랑하고 다른 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냈던 날이 기억에 생생하다.
몇 년간 다리가 아파 10분도 걷지 못하던 기간도 있었는데, 지금은 한 시간 정도 걸어도 다리가 아프지 않아서 너무 좋다. 게다가 매일 퇴근 후에 강아지와 함께 30분에서 1시간 정도 동네를 산책할 수 있으니 더욱 고맙다.
운전을 배워 활동할 수 있는 반경을 점점 더 넓혀가는 즐거움도, 예전보다 내가 조금씩 더 나다워질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도 굉장한 축복이다. 연극 드라마 뮤지컬 영화 콘서트 등 좋아하는 문화생활을 가끔이라도 할 수 있는 재미까지.
만약 위에 적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고 해도 변함없이 나를 사랑하고 지지해 주시고, 든든한 토대가 되어주시는 신의 존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앞날도 정해지지 않아 불확실하고 기다리던 아이도 아직 찾아오지 않았지만 나는 요즘 꽤 행복하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지금도 삶이 불안해지고 행복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더 이상 불안과 두려움이 아니라 기쁨과 감사를 선택하기로 했다.
오늘도 아침부터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 살짝 멘붕이 올 뻔했지만, 소소한 행복을 선택하는 하루로 보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진짜 행복은 내가 행복하기를 선택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작은 감사나마 찾기 위해 노력할 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