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arl K Mar 17. 2024

열흘

글을 써서 올리지 않은지 어느새 열흘이 지났다. 학기 초의 분주함과 매일을 살아내는 피곤함이 글을 쓰지 못한 이유라고 생각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나의 스케줄과 관계없이 꾸준히 무언가를 써 왔기에 굳이 만들어 낸 이유가 허울 좋은 변명일 뿐이라는 걸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지난 열흘 동안 눈을 뜨면 준비하고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저녁을 먹고 나면 금세 다시 잘 시간이 되는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이전에도 비슷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아침 출근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게 돼서 그 타이밍을 맞추려다 보니 정시에 자고 정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예전에는 열두 시 전에 자는 게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뭔가 내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을 빼앗기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되나. 그렇게 며칠 동안 점점 더 자는 시간이 늦어지다 보면, 피곤에 절어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내는 내 모습이 보이곤 했다. 그렇게 피로가 쌓일 때쯤이면 주말에 몰아서 열두 시간씩 보상을 받듯이 잤다. 주말에 몰아서 자더라도 평일은 여전히 피로에 시달렸다. 생각해 보니 사실 매일이 피곤했던 건데 미련한 짓이었다. 


   이렇게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다 보면 삶이 참 단순해진다. 10여 년 전쯤인가 다니던 교회에서 70일 새벽 기도를 한 적이 있었다. 꼭 완주하고 싶었기 때문에 매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찍 자고 일찍 잠들었다. 왕복 세 시간은 족히 넘는 출퇴근길을 다니면서도 집에 와서 씻고 정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다섯 시에 시작하는 새벽 기도에 가려면 네 시에는 일어나야 했는데, 최소한 열 시에는 자야 그나마 하루를 덜 지치게 보낼 수 있었다. 모든 티브이 프로그램과 각종 약속들을 멀리하고 칠십일 동안 열 시에 자고 새벽 네 시 일어나는 생활을 반복했다. 너무 피곤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생활이 단순해지고 깔끔해졌다. 아주 시끄러운 공간에 있다가 암묵적인 질서로 가득한 고요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느낌이었다. 


   그 경험은 나의 야행성 습관을 조금은 고쳐주었고, 불필요한 생각을 줄여주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요즘 나의 취침시간은 11시 40분이다. 아침에는 정확히 일곱 시에 눈을 뜬다. 그전에는 뒤척이느라 깊이 잠들지 못하는 시간이 길었는데,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오히려 잠도 더 잘 오고 자는 동안에도 깊이 잠드는 거 같아 아침이 덜 피곤해졌다.


    이번 주는 신입생들 대상으로 도서관 이용교육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전에 근무했던 어느 학교보다도 규모가 작아서 부담이 조금은 덜하지만, 최소한 이번 주가 지나야 아주 조금이라도 생각을 하고 글을 쓸 여유가 생길 것 같다고 한다면 변명이 될까? 


   또 분주한 삶과는 별개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글을 쓰는 방식에 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중이라 모든 게 혼란스럽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는 사과를 글로나마 남겨본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끝 차이, 그 찰나의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