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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Oct 13. 2021

마침표가 쉼표로 바뀌는 무수한 순간들

책은 읽어야 맛이다



야매상담가, 청소년들과 함께 밥 먹는 사람,
써나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오선화 작가님.
그녀가 마음으로 쓴 '누구의 마음에나 있는 십 대들'을 위한 책.

  아주 어린 아이부터 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분들까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우리의 모든 삶의 순간 순간이 어떠한 결과가 아니라 그저 과정일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많은 시간 자신을 자책하며 살아간다. 다른 사람들처럼 살지 못해서, 생애주기별 과업을 이루어내지 못한 것 같아서, 나만 고통스럽고 힘들고 멈추어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서 등. 수많은 이유들로 우리의 생이 잘못된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하며 좌절한다.

  써나쌤은 말한다. 그저 과정일 뿐이라고. 우리의 살아온 삶이 실패한 결과가 아니라, 지금 역시도 과정일 뿐이라고. 아무리 처절한 실패와 고통에도 인생은 이어지고, 인간의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는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영화 <소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가 결과에만 집착하다가 우리 삶의 과정 속 소중함을 미처 느끼지도 못한 건 아닐까. 그저 지나쳐 가고 있는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울컥했고, 마음이 아팠다.

  나 자신의 한계와 범위를 정해두었던 것이 다름 아닌 나 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세상은 속도를 맞추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바른 방향을 잡고, 속도와 방향이 함께 갈 때 우리는 올바른 목적지를 찾을 수 있다.

  그저 과정일 뿐이라는 써나쌤의 입말체가 마음에 와서 쿵 하고 박히는 이유는, 써나쌤 역시 그렇게 과정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일 거다.

  수많은 과정 중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써나쌤의 책이 오늘따라 참 고맙다.




#도서리뷰 #입말체 #오선화


<책 속에서>


1.

삶의 자리를 지키며 하루하루 수고하는 당신은 누가 뭐래도 큰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시간이 있다는 걸 알아요.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시간, 자신의 삶이 결과인 것 같아 주저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 세상에 봄이 와도 마음은 겨울인 시간. 그런 시간이 영원은 아니지만, 영원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저 곁에 주저앉아 잠시 토닥이고 싶어요.
같이 웃고 같이 울며 같이 꿈꾸고 싶어요.
다른 사람을 밟더라도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하는 세상이 아니라 누구나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을. 세상은 위와 아래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곳이니까요.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세상이 그대를 작다고 해도 그대는 정말 큰 사람이에요.



2.

문득 깨달았어요. 방향을 못 잡고 어디가 맞는 방향인지 몰라 답답해하고 방황하며 고민하던 모든 시간들이 제 삶에 녹아들어 저만의 이야기가 됐다는 걸요.


아무 일 없어도 잘가는 '남들' 말고 무슨 일이 있어도 가는 내 모습 그대로 가면 돼요.

그런데 결과에만 시선을 고정하면 그런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큰 깃발만 보려고 하니 우리 앞에 작은 깃발이 무수히 있어도 보지를 못해요.



3.

커다란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만 같은 지금도 그래요. 지금의 우리도 결과일 수 없어요. 지금은 잠시 멈춰 있지만 우리는 걸어갈 것이고, 걸어가다가도 잠시 쉴 것이고, 마침표가 쉼표로 바뀌는 무수한 순간들을 경험할 거에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 삶에서 마침표란 아직도 한참 가야 발견할 수 있는 것임을 많은 쉼표들이 말해 주었고, 지금도 말하고 있어요.



4.

"열심히 해도 안 되면 어떡해요?"

제 대답은 언제나 같아요.

"열심히 해도 안 될 수 있어. 그건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된다'가 어느 정도인지 정해놓았기 때문이야. '이 정도 열심히 하면 적어도 저렇게는 될 거야. 저렇게는 되어야 된 거야' 하고 생각하는 거지. 정한 것에 못 미치면 '안 된다' 하고 말이야. 그런데 꼭 저렇게 되어야 하는 건 아니야. 지금도 된 거야. 너 열심히 한 만큼 분명히 앞으로 왔어."



5.

어디서든 꽃은 펴요. 꽃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아예 보려고도 하지 않겠지만, 꽃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피어나기를 기대할 수 있죠.


무엇보다 그대는 지금도 참 빛나는 사람이에요. 그대가 빛나는 걸 모르는 사람은 딱 한 사람, 그대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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