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시

by 권진주


아름다운 것에 홀리면 분명 길을 잃는다고.

그 시절의 나는 문방구에서 산 무거운 일력을

찢어내는 데에 꼬박 전부를 쓰곤 했다.


오래된 시계가 정신없이 돌고 있다.

분침과의 쫓고 쫓기는 레이스

엉망으로 하루를 갈아내는

한낮의 연속극

달력이 한 장, 두 장 떨어지는 사이

딱딱한 의자에 앉아 책장을 쉼 없이 넘기던 너.

창 밖의 벚꽃 잎 사이로 잠자리가 날아다녔다.


나는 그 자리에 조용히 주저앉고파.

손 떼가 묻어 빛바랜 종잇장

갈라진 볼펜 촉

도톰해진 굳은살

그 무엇보다도 너는

너는.

꿈을 이뤘다.

달력은

어느새 소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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