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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블 Jun 07. 2021

떠나고서야 알게 되는 것들

여행지에서 발견한 것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도 좋고 혼자 하는 여행 역시도 좋다. 함께 마주 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도 좋고, 카페에서 혼술을 즐기는 시간도 좋다. 어떤 장면도 아름답다. 마음에 즐거움을 담을 수 있다면 모든 시간은 아름답다. 




최근 남원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일상에서 불필요한 에너지가 차곡차곡 내 몸을 누르는 날들이 이어졌다. 기분 전환 삼아 동네를 거닐어도 이미 몇 번을 다닌 익숙한 거리는 기분 전환이 되지 않았다. 색다른 공간이 필요했다. 낯선 도시, 낯선 사람들, 낯선 공기가 필요했다. 주말마다 참석하던 수업이 다음 학기를 앞두고 한 주간을 쉬어가는 날이 생겼고, ‘옳다구나!’를 외치며 언젠가 한 번은 방문해 보고 싶었던 남원으로 떠나기로 했다.      



여행 준비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숙소와 교통편 예약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여행하기 때문에 교통편을 알아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터넷 지도를 클릭하여 가고자 하는 도시를 검색한 후 내가 머물고자 하는 숙소 주변으로 무엇이 있는지, 역에서 그곳까지 거리는 얼마쯤인지, 이동은 어떻게 할 것인지, 주요 관광지에서 숙소까지 거리는 어떤지를 눈으로 살피는 일이 가장 먼저였다. ‘도착하면 오전이니 한 관광지를 돌고 숙소 체크인을 한 후 저녁에 나오는 일정이면 좋겠다.’, ‘야간에는 여기가 몇 시까지 운영하는 거지?’, ‘숙소 주변에 편의점이 없으니 이쯤에서 맥주를 사서 숙소로 가야지’ 혼자서 수십 개의 시뮬레이션을 하며 인터넷으로 먼저 여행을 떠난다. 그것이 내 여행의 시작이었다.     



그 후로는 일주일 한 번은 한 달 전 예약한 기차표가 무사한지 앱을 켜고 확인하고, 숙소 체크인 시간을 잘못 본 것은 아닌지 또 앱을 열어 확인한다. 그런 상태는 여행 가기 하루 전까지 계속된다. 아침 7시 기차로 출발하니 적어도 한 시간 전에는 집에서 출발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오전 5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금요일 저녁 짐을 싸기 시작했다. 사진기, 읽을 책, 노트, 화장품, 얇은 겉옷, 양말, 속옷. 백팩은 금세 불룩해졌다. 덩달아 내 기분도 차오르기 시작했다.     



여행 당일 아침 6시, 바깥은 환하다. 이 시간에 밖에 나오질 않으니 이렇게 환한지도, 이토록 사람이 많은지도 몰랐다. 시내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한다. 기차는 2시간 30분이 걸려 남원에 도착했다.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를 바탕으로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관광지를 구경한다. 낯선 사람들, 낯선 풍경들. 숙소 체크인을 끝내고 한결 가벼워진 가방으로 다시 나와 강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 앉아 맥주를 시켰다. 다리가 욱신거리는 걸 보니 2만 보쯤 걸었나 보다. 많이 걸어서 무거워진 다리가 반갑다. 낯선 거리는 호기심을 불러왔다. 이 길에서 저 길로 순서 없이 걸었다. 카메라를 손에 쥐고, 눈길을 끄는 요소가 생길 때마다 셔터를 눌렀다.   


   

맥주를 벗 삼아 읽는 책은 수월하게 읽혔다. 친한 지인들에게 좋은 사진 몇 장을 골라 보내기를 누른다. 블로그에 순간의 기분을 담은 글을 두서없이 쓴다. 여행지라는 이유로 허용되는 시간. 그리고 행동들. 살랑살랑 초여름 바람이 카페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기분이 좋아져 맥주 한 병을 더 마실까 하다가 조금은 알딸딸한 지금이 딱 좋다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온다. 광한루원 곳곳을 오가며 표지판에 적힌 글자들을 외울 듯이 들여다보고 사람들의 여유로운 표정을 마음에 담아본다. 점심에 방문했던 식당에서 왜 외롭게 혼자 여행을 하냐며 주인분이 걱정을 담아서 내게  물었으나 이 외로움에 묻어있는 즐거움을 설명할 방도가 없어 그저 웃고 말았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도 좋고 혼자 하는 여행 역시도 좋다. 함께 마주 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도 좋고, 카페에서 혼술을 즐기는 시간도 좋다. 어떤 장면도 아름답다. 마음에 즐거움을 담을 수 있다면 모든 시간은 아름답다. 

나의 여행은 무사히 끝이 났다. 보고 싶은 것을 보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었다. 다음번 방문할 때는 러닝화를 챙겨 남원 요천을 따라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2시간이 소요된다는 춘향가 완창을 듣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떠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감정들이었다. 새로운 것들은 내게 설렘뿐만 아니라 희망도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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