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면>
“살면서 누구나 고민하게 되는 인생 질문에 대한 대답”
해 헌 (海 軒)
오늘은 5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와 25년 경력의 상담전문가가 나누는
지혜로운 인생 문답을 책으로 엮은 것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이근후(1935~)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이며, 정신과 전문의로
50여년 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환자를 치료하였습니다. 퇴임 후 아내와 함께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청소년 상담, 부모교육, 노년을 위한 생애
준비교육 등의 활동을 하고 있고 30년 넘게 네팔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저서로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등이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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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이 너무 심해요
쓰나미가 덮쳤을 때 동물은 잘 죽지 않는다고 해요. 동물은 예민해서 불길한
기운을 잘 감지하니까 미리 높은 산으로 올라간 것이지요. 사람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예민한 사람이 위험을 잘 감지해서 살아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불안을 너무 안 좋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불안은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는 기능을 하니까요. 다만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데도 지나치게 불안을 느끼면 그 이유를 먼저 살펴봐야겠죠.
태어날 때부터 불안이 높은 사람, 그런 기질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기질이라는 것은 DNA를 통해 내려오는 거에요. 불안한 사람은 다르게 말하면
민감성(sensitivity)이 높은 겁니다.
사실 우리는 불안한 기질을 가진 사람 덕분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질적으로 불안이 많은 사람은 그것을 없애려고 하면 안돼요. 노력해도 없앨
수가 없는 것을 없애려고 하면 불안이 더 높아질 뿐이에요.
불안이 심해져서 일상 생활이 힘들다면 병원에 가서 검사도 받아보고 처방도
받아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불안을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도록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해요. 그게 나도 살리고 남도 살리는
길입니다.
불안을 잘 활용하면 예술가도 될 수 있고, 시인도 될 수 있어요. 내 불안에
대해 받아들이고 너그럽게 웃어주세요. 그게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마음
편한 방법입니다.
★ 열심히 사는데도 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걸까요?
안 해서 못 되는 사람과 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더 괴로울까요?
내가 살아온 세월을 보면 예전엔 안 해서 못 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해도 안 되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해도 안 되면 무력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우울증이 생기죠. 요즘 젊은이들은 우울증 세대입니다.
우울증을 벗어나기란 무척 힘듭니다.
열심히 하면 내 마음대로 척척 되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렇게 안 되면 내가
이리저리 움직일 수밖에 없죠. 화살이 과녁에 안 맞으면 과녁을 옮길 게
아니라 내가 자세를 다르게 해야 하는 거나 같은 이치에요.
사람은 원래 자기 맘대로 안 되게 되어 있는 동물이에요. 태어나고 죽는 게
내 맘대로 안 되잖아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이 세상에 나오고 싶어
나온 게 아니라고요. 나하고 상관없이 내가 태어난 거에요.
사실 마음대로 된다,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자기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로는 마음대로 하고 있어요. 선택은 마음대로 하면서 결과가 원하는 대로 안
나오니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것처럼 느끼는 거죠.
산다는 것은 주변 환경에 적응한다는 뜻이에요. 적응이 안 되면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고 느끼게 됩니다. 결국 선택의 주체는 자기에요.
스스로 다른 시선을 선택하여 다른 세상을 꾸려 살아야 합니다. 그것은 정말
어렵지만 그래도 가야 하는 것이 지금 젊은이들의 슬픔인 동시에 해법인 거죠.
어느 때보다 요즘 젊은이들이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어요. 나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결국 어른이나 젊은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난관에 부딪힐 때 세상을 탓하기보다
나의 시선, 나의 선택에 더 큰 힘을 싣고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힘든 젊은이들의 새로운 선택들에 응원을 보냅니다.
★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나요?
나 없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아요. 또 세상 없는 나도 의미가 없지요. 나와
세상은 물과 물고기의 관계에요. 물고기가 물과 싸우면 답이 나오지 않듯이,
사람과 세상과 싸우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모든 사회가 늘 완성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사회에는 항상 정치적 이슈를
비롯해서 크고 작은 많은 문제들이 있지요.
관계의 원칙을 정신의학적으로 말하자면 한 가지에요. 생존(서바이벌)!
자기가 살아남고자 하는 게 제일 밑바닥에 깔려 있어요. 사회에 은둔하는
사람이 있고 적극 참여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떤 게 옳고 그른게 아니라
그냥 선택이 다를 뿐입니다.
사회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생존, 즉 살아남으려고 합니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대한민국이 서바이벌하는 기술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방식입니다.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 모두 살아남으
려고 정책을 만들고 자기만의 방식을 추구합니다.
내 생각과 다른 생각을 쳐내지 않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내가
사회와 관계를 맺는 첫 번째 자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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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0년 이상 정신과의사를 한 80대의 노학자의 삶의 지혜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예전에 저자의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싶다>를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저자의 글을 보니 여전히 연세가 많으심에도 왕성함이 느껴집니다.
먼저 “불안”에 대한 주제를 보았습니다. 불안은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이 유명하지요. 결국 불안은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생존하기 위한 방어기제
중 하나라고 여기면 됩니다. 우리의 선조들 중 너무 불안이 없는 개인은 위험
감지가 늦어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예민함이 넘친 불안감이 큰 사람은 위험에
대비를 잘하여 생존하였기 때문에, 그 후손들인 우리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늘
안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불안이 불필요하게 과도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불안은 없애기가 정말 힘들다고 하고, 이를 잘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
해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일상이 어려울 정도일 때는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요.
핵심은 불안이라는 것의 순기능을 이해하고 개인의 특성의 일부라고 여기는 여유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요즘 젊은이들의 어려운 현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는 세대갈등
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지요. 이미 사회적으로 역량을
갖춘 기성세대와 새로 사회에 진입하는 젊은이들은 시작 지점이 많이 다릅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 다녀와서 사회에 진출한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늘
시위가 많았던 시절이라 성적이 좋지 못한 친구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기업에 취직
이 잘 되었습니다. 현재의 젊은이들보다 영어나 학교성적, 스펙 등이 형편없이
모자랐는데도 말이지요. 새로운 일자리도 점차 4차 산업혁명 이후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으로 인해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수용하고 다른 시선으로 다른 선택을 하면서 이 세상에 나아
가자고 합니다. 또한 이 현실이 마음이 아프고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상과 나와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저자는 세상과 나는 물과 물고기와 같아서 세상과 싸우려 하지 말고 세상에 적응을
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 서바이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정신의학에서도 가장 밑바닥의 기본 욕구는 ‘생존’이라고 하지요. 비단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가장 큰 화두가 ‘생존’, 살아남는 것입니다.
또한 생명체가 아닌 우리 사회나 국가도 생존을 위해 모든 역량을 모으지요.
우리가 사회와 관계 맺는 가장 큰 전제 조건은 ‘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해 주는
것으로 관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