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로벌 르네상스의 첫 걸음, 동양고전>

“인문학 명강 – 동양고전” 中

by 해헌 서재

<글로벌 르네상스의 첫 걸음, 동양고전>
“인문학 명강 – 동양고전” 中

해 헌 (海 軒)

오늘은 대한민국 대표 인문학자들이 들려주는 인문학 명강의 – 동양고전 편을 한 번
보려고 합니다.
1만 3천 명이 열광한 동양고전 최고의 강의로 플라톤아카데미의 ‘동양고전’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오늘 저자는 주경철(1960~) 서울대학교 교수로 이전에 몇 번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주경철교수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와 같은 대학원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학교 역사연구소 소장과
르네상스 연구소 소장, 도시사학회 회장을 지냈습니다.

한 번 보시겠습니다.

===============================================================

★ 글로벌한 시대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는 암흑의 바다라고 불리는 대서양을 건너서
다른 대륙을 갔다 왔습니다. 1522년에는 페르난디드 마젤란(1480-1521)이 세계를
일주하고 돌아왔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젤란은 필리핀에서 죽고 마젤란의
부하들이 남은 인원을 끌고 에스파냐로 귀국한 거죠. 마젤란이 배를 타고 세계를
한 바퀴 도는 데 3년이 걸렸습니다.

두 사건은 30년 차이가 납니다. 30년은 한 사람의 일생으로 보면 굉장히 긴 시간이지만
인류 역사에서 본다면 정말 순간입니다. 바다는 문명끼리 교류하는 것을 막는 장벽
역할을 했는데 첫 돌파가 이루어지고 나니 3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바다는 문명 교류의
고속도로가 됩니다.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문명끼리 교류를 시작하고 모든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는 세계,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글로벌 시대가 된 것입니다.

글로벌하다는 것은 말, 글, 책, 사상 등이 퍼져 나가는 것도 포함합니다. 1536년 멕시코
에서 라틴어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16세기 말에는 인도에서 라틴어를 가르치고, 그 뒤에는
일본에도 유럽인들이 들어와 라틴어를 가르칩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프랑스의 역사학자 세르주 구르진스키는 ‘글로벌 르네상스’라고 표현
했습니다. 고전을 읽고 자아를 발견하고 세계를 재발견하는 현상이 유럽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글로벌하게 일어난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소통되고 교환되는 변화의
시대입니다. 사실 우리는 로컬(local)한 차원에서 살아가지만, 우리의 삶은 글로벌한
차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로컬한 현상과 글로벌한 현상이 서로 섞이고 소통되는
현상을 ‘글로컬, Glocal’이라고 합니다.

★ 글로벌한 시대의 인문학 의미

그러면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인문학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시대에 고전을 읽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생각을 안 해 볼 수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빠른 변화의 시대에 어떻게 보면 변화하지 않는 것, 혹은 매우 느리게
변화해 가는 것들이 오히려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문학은 늘 나에 대해서, 우리 사회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문학이 이런 변화하는 시대에 중심을 잡아주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답을 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이 과학기술의 시대로 가고 있고 엄청난 변화를 하고 있지만 인간은 여전히
인간입니다. 인문학은 인간이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주제를 가지고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가 삶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는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능력을 가지려면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인간을 이해할 좋은 도구는 무엇일까요? 바로 고전입니다. 인간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냥 생각하는 것보다 이미 이전의 사람들이 생각해온 것들에서 출발
하면 훨씬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고전이라는 것 역시 어떤 시대에 만들어졌고, 그 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면서
누적되고 전파되면서 점점 커지는 그릇과 같습니다. 다시 말해 고전도 발전해가고
형성되어 가고 또 다음 세대가 새롭게 공부해야 하는 것입니다.

★ 유럽으로 전해진 동양의 고전

17-18세기 중국의 고전이 유럽에 많이 전해졌습니다. 예수회 신부들이 기독교 전도를
위해 중국에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탑 다운 방식(Top-Down), 즉 황제를 개종
시키면 중국 전체가 기독교를 믿게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그들은 중국 고전에 대해 공부를 안 할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유럽에 중국 고전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전해진 중국의 고전들은 유럽의 지성계에 아주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폰 라이프니츠 같은 사람은 “우리가 중국에 선교사를 보낼 게 아니라 중국이 우리에게
선교사를 보내야 할 것 같다. 중국 고전을 우리에게 가르쳐 줘야 할 것 같다.”고
고백을 할 정도였습니다.

18-19세기가 되면 유럽은 전 세계의 웬만한 고전들을 다 번역합니다.
적을 더 잘 알기 위해서 일단 적을 이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을 한 것인데
의도는 좋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코란, 인도 경전, 중국 경전 등 굉장히 많은
동양의 고전을 흡수합니다. 나폴레옹은 <손자병법>까지 연구했습니다.

반면 많은 중국 고전이 유럽에 전해진 시기에 중국은 유럽 고전에 대해서 거의
까막눈이었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유럽이 자신들의 문명의 위대함이 전세계에
퍼지는 것으로 여겼지만 사실 유럽인들에게 지고 있고, 총, 칼, 경제 뿐아니라
정신적, 문화적으로도 유럽이 앞서나가는 징표라고 생각했어야 합니다.

★ 세계를 지배한 서구 문명

18-20세기까지 이 세계를 호령한 것은 분명 서구 문명이었습니다. 서구가
경제적 군사적으로 강해서 세계를 지배했을 뿐아니라 정신적, 문화적 측면에서
보편적인 틀을 만들어서 세계에 강요했습니다. 물론 민주적인 가치를 비롯해
서구 문명의 많은 것들이 인류의 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했습니다.
그러나 몇 백 년이 지나는 동안 이런 것들이 사악한 측면과 동시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폭력적인 지배 상황으로 귀결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서구 문명이 보편적인 틀이 되었던 시대를 이제 지나가고 있습니다.
뭔가 새로운 틀을 짜고 새로운 사고와 문화를 일궈내야 할 때입니다.

★ 아시아 시대의 도래

앞으로 아시아 시대가 될 것이란 말은 아마 맞는 말인 듯합니다. 21세기는
한,중,일이 중요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고 갈수록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아시아의 시대가 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이것은 자본주의적인 경제력이나 군사력 면에서의 관점이 아닙니다.
아시아의 시대가 된다고 하는 것은 세계인의 사상적 깊이를 더해 주는 동양고전의
지혜에 이전의 유럽 문명의 성과를 합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새로운 문명의 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동양고전이라고 하는 보고(寶庫)가 세계를 밝혀 주는 새로운 등불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몇 천 년 동안 내려온 그 풍성한 자료를 우리가 새롭게 읽고
공부하고 전 세계에 전한다면 인간이 조금 더 나은 시대를 맞이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고전은 늘 교류되어 왔고 새롭게 해석되었으며 우리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고전을 읽을 때는 옛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게 아니라 진중하게 옛글을
읽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으며 현실에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하며
눈을 뜨고 읽어야 합니다.

오늘날 글로벌 르네상스가 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동양고전을 읽고 새롭게 해석해
보고 무엇인가를 큰 그릇에 담는 것, 그것이 중요한 첫걸음이 되어, 글로벌 르네상스가
발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

오늘은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이자 르네상스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주경철교수의
동양고전과 글로벌 르네상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저자는 1492년 콜럼버스의 항해와 1522년 마젤란의 항해 이후 세계는 글로벌화의
시작을 하였고, 이후 급격히 속도가 붙어서 현대는 글로벌의 시대를 넘어 글로컬
이라는 용어까지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글로벌한 시대에는 과학과 현대 학문이 주가 될 것 같지만 오히려 이러한 시기야말로
인문학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합니다. 오래되어 케케묵은 인문학이 어떻게 현대에
필요한지에 대해서 저자는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여전히 인간은 인간으로 남아
있고, 인간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모든 학문과 기술의 바탕이라고 합니다.
자칫 빠른 속도에 나를 잃고 중심을 잃기 쉬운 이때야말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와 사회와 현대에 대해서 성찰하고 깊은 사고를 해야 하는 때라고 말합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내는 전문가는 철학을
공부한 사람들이라고 하였지요. 예전에 쓰여진 고전을 공부한 사람들은 수많은 세월
동안 존재하다가 사라진 선현들의 지혜를 그대로 이어받게 됩니다.
사람의 일과 사회의 일은 의외로 과거나 현재나 비슷합니다. 선현들의 지혜는 우리를
현대에도 올바른 길로 인도를 하고, 철학을 하는 사고는 현대에 더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지요.

저자는 또한 서양 문명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동양의 고전이 이제는 새로운 역할을
하여 서양 문명의 바탕에서 더욱 이 세계를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고전은 과거에 있은 사실만 알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삶에 비추어서
새롭게 해석하고 지혜를 얻게 합니다.

오늘도 고전을 비롯한 책 한 권을 가까이 하는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