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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Aug 03. 2020

<순례길을 따라 생겨난 도시와 로마네스크 미술>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4” 中

<순례길을 따라 생겨난 도시와 로마네스크 미술>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4” 中

                                            해 헌 (海 軒)

오늘은 미술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을 해놓은 입문서와 같은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양정무교수는 서울대학교 고고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미술사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이자 한국
예술연구소 소장으로 있습니다.

그는 ‘인문학의 꽃’으로 불리는 미술사를 우리 사회에 알리는 데 관심
이 많다고 합니다. 다양한 대중강연을 하고 있고, 저술활동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은 중세의 유럽 봉건제도와 기독교에 대해서 보았고, 오늘은
유럽의 순례길과 중세미술인 로마네스크 미술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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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따라 생겨난 도시들

이슬람교에 메카가 있다면 기독교에는 예루살렘이 있죠. 예루살렘은 중세인
뿐만 아니라 어느 시대의 기독교인이나 가고 싶어 하는 최고의 성지입니다.
그러나 예루살렘은 7세기부터 이슬람의 세력권에 놓여 있었습니다.
십자군 전쟁이 벌어진 11세기에는 훗날 오스만제국을 세우는 셀주크 투르크의
지배하에 있었고요.

최고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이교도의 손에서 되찾는 것은 중세 유럽인들의 소망이
되었습니다. 꼭 십자군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중세의 성지 순례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현대의 여행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반드시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중세의 성지 순례는 그야말로 생사를 건 모험이었어요.
한편 성지 순례 열풍 덕분에 지역 간의 왕래도 가능해졌죠. 순례객들 때문에
길이 만들어지고 그 길을 따라 도시가 들어서는 등 유럽 사회의 모습 전체가
바뀌었거든요.

1000년 이후 찾아온 순례 열풍으로 순례객들이 지나는 길을 따라 하나둘씩
마을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 마을들 중 일부는 큰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도시가 성장하려면 상업활동과 서비스산업이 발달해야
하는데, 순례객이 모여드는 곳에 식당과 여관 등이 생기면서 중세 도시의
상업 활동이 점점 더 활발해졌죠.

특히 프랑스의 많은 도시가 이때 크게 발전하는데, 당시 유럽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순례지인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가려면
반드시 프랑스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죠. 산티아고를 가는 길에는 20-30km
간격으로 도시들이 생겨납니다. 걷거나 마차를 타고 이동할 때 도보 기준으로
하루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대략 그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 순례객 유치 경쟁을 한 도시들

이 당시 중세 마을들도 순례객을 더 많이 유치하려고 경쟁을 했습니다.
이왕이면 자신의 마을에 오래 더 머물러야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특히 순례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진귀한 성물(聖物)을 얻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중세 순례객들도 이왕이면 유명한 성물이 있는 도시를 거쳐 산티아고로 가려고
했고, 이웃 마을끼리 성물을 훔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훔친 측은 성인이 그걸 원했다고 둘러대기도 하고, 비슷한 성물을 가진 도시들은
서로 자기 도시의 성물이 진짜라며 다투기도 했습니다.

★ 새로운 밀레니엄에 일어난 건축 붐

베즐레라는 도시가 있는데 프랑스 중부 내륙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었지만 산티아고
순례 열풍을 타고 크게 발전합니다. 베즐레는 막달라 마리아의 유해를 성물로
가지고 있는 덕분에 순례객이 모여들어 크게 성장합니다. 그 과정에서 도시의
규모에 비해 거대한 교회를 지었는데 이렇게 12세기 초에 지어진 성 마들렌 성당은
베즐레의 언덕 꼭대기에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성 마들렌 성당 같은 대규모 교회는 대부분 조각으로 장식되었기 때문에 건축과
미술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생겨났습니다. 순례길을 따라 계속해서 등장하는
조각으로 장식된 성당 건축은 일종의 볼거리로 기능했으니 순례자들은 한결
수월하게 지친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었겠죠.

11-12세기의 미술을 다른 이름으로 로마네스크 미술이라고 부릅니다. 로마의
영광을 알리는 웅장하고 거대한 석조 건물이 다시 유럽 땅에 지어지고 로마
건축이 보여주었던 독특한 아치도 되살아나죠.
로마네스크라는 용어 자체가, 로마식, 로마풍이라는 의미니까요.
로마네스크 미술은 산티아고로 향하는 순례길에서 아주 독특한 건축과 새로운
조형 세계를 뽐냅니다. 그 모습은 특히 조각을 통해 잘 드러납니다.

★ 산티아고와 로마네스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아직 도시 이름이 좀 낯설죠? 그렇지만 뜻을 알면
금방 이해가 될 겁니다. 산티아고는 ‘야고보 성인’이라는 뜻인데요, 성인을
뜻하는 ‘세인트,Saint’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의 스페인식
표현 ‘야고Yago’가 합쳐진 말이에요. 콤포스텔라는 ‘별의 들판’이라는 뜻입니다.
합치면 ‘야고보 성인의 별이 빛나는 들판’이라는 의미가 되지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성지로 부상한 것은 800년 경에 이곳에서 야고보
성인의 유해가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십자군이나 성지순례를 통한 교류 과정에서 바실리카 양식을
비롯해 비잔틴, 이슬람, 켈트, 게르만 등 여러 지방의 양식에서 영향을 받아
형성이 되었습니다. 고대 로마풍 양식과 기독교 사상이 어우러져 두꺼운 벽과
아치형 기둥, 십자가형 건축 구조가 특징입니다. 아치 때문에 생긴 어마어마한
힘을 견디기 위해 굵은 기둥과 창문이 거의 없는 두꺼운 벽이 필요했다고
하네요.

순례길 중 프랑스의 도시 콩크에는 생트 푸아 성당이 있습니다. 300년경 순교한
믿음의 성녀의 시신이 안치된 곳인데 기적이 많이 일어난다고 하여 순례객들이
모여들자 11세기에 새로운 성당을 건축했습니다.
이곳 생트 푸아 성당은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과 거의 같은
시기에 지어졌고 거의 똑같은 평면도를 가지고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생트 푸아
성당이 절반 정도의 크기로 지어졌지요. 하지만 높이만큼은 두 성당이 같은
22미터이고, 여기에서 무시할 수 없는 웅장함이 나옵니다. 게다가 천장이 석조로
되어 있지요. 석조 건축은 목조 건축에 비해 화재의 위험이 적고 음향효과가
뛰어나지만 돌처럼 무거운 재료로 짓기에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아치와 2층 회랑입니다. 기둥과 기둥 사이를 잇듯 아치를
활용해서 무게를 버티게 했고 회랑을 지어 석조 건축을 지탱하게 하였지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로마네스크 양식은 지역성이 강합니다. 통일된 양식이 없고
지역마다 개성이 강하다는 의미죠. 그런데 순례자를 위한 성당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지니는데 성당의 제단 쪽, 그러니까 앱스라고 부르는 곳인데 원형 회랑
입니다. 순례객은 미사가 진행되고 있어도 전혀 방해받지 않고 원형 회랑을
따라 교회 내부를 둘러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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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중세의 유럽과 로마네스크 양식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보았습니다.

중세의 유럽은 기독교를 이야기하지 않고는 전혀 이해를 할 수 없는 사회이지요.
로마시대 초기에 박해받던 기독교는 이후 로마의 국교가 된 후 나날이 발전을
하게 되었지만 점차 로마가 쇠망하면서 함께 부침을 합니다. 이슬람의 세력이
커지면서 최고의 성지인 예루살렘이 이슬람권에 속하고, 스페인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도 거의 이슬람화 됩니다. 이런 위기 속 이슬람에 대비하는 유럽의 국가들은
십자군 전쟁을 일으키고, 순례길을 통해서 이슬람을 견제하기도 했다 합니다.

성지 순례객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이들이 다니던 길목에는 도시들이 생겨나고
발전하게 되었고, 여기에서 새로운 교회, 성당들이 함께 등장하는데 이때에
나타난 양식이 로마네스크 양식이었습니다. 초기 기독교의 양식인 바실리카
양식에서 로마네스크 양식, 이후 고딕 양식으로 진행을 합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반원형의 아치와 두꺼운 벽과 기둥, 어두운 내부와 벽화가
특징이고 대표적으로 피사의 성당이 있다 합니다.
고딕 양식은 첨탑과 높은 아치형 천장, 스테인드글라스(색유리와 성서그림)이
특징입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샤르트르 대성당과 노트르담 대성당,
독일의 쾰른 대성당,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 등이 있다고 하지요.

현대에 이르러서도 수많은 순례객들이 여전히 줄을 이어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고 있고, 인생의 버킷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요.
또한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산티아고 순례길 가운데 조그만 마을에서 순례객들을
위한 하숙집을 운영하는 내용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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