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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Nov 23. 2020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은행과 부기>

-“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中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은행과 부기>
-“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中

                                           해헌(海軒)

오늘은 인간의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인 돈(화폐)에 대한 세계사에 대한 책을
지난 시간에 이어서 한번 더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은행과 부기가 현대 경제의 뿌리가 되었고, 그 이탈리아의
금융에 대한 근본은 이슬람 경제에서 왔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저자는 미야자키 마사카츠(1942~)로 도쿄교육대학 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하였고
고교 세계사 교사를 하다가 쓰쿠바대학 강사와 홋카이도교육대학 교육학부
교수를 거치며 20년 넘게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 집필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이후 퇴임을 한 후 활발한 강의 활동과 역사서의 저술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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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왕국과 은행의 성립

유럽 은행의 기원은 12세기 후반부터 14세기에 이르는 이탈리아 여러 도시의
은행에서 찾을 수 있다. 은행을 뜻하는 뱅크(bank)라는 영어 단어의 어원은
이탈리아어 ‘banco’로 시장에서 환전 상인이 사용하던 책상, 즉 환전상의
가판대를 가리켰다. 유럽의 은행은 다양한 돈의 환전이 이루어지던 이탈리아
도시 시장의 환전상 가판대에서 시작되었다. 참고로 판을 뒤집어엎는다는
말에서 기원한 ‘뱅크럽시(bankruptcy)’는 도산이라는 뜻이다.

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맡아 고객을 위해 계좌를 개설하고 빌려주며 고객의
결제 관리 업무를 맡는 금융기관을 일컫는데, 최초에는 상인을 위한 환전에서
시작되었다. 참고로 예금이란 저축의 수단이자 결제의 수단이 되는 돈을
가리킨다.

이슬람 상인이 지배하는 지중해 세계에서는 십자군을 계기로 이탈리아 여러
도시의 상업 활동이 활발해졌다. 상업과 더불어 시작된 이탈리아 금융업의
성장에는 어음, 수표 등을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이슬람 상인의 영향이 컸다.
베네치아, 제노바, 피사 등의 도시는 십자군을 재정적, 군사적으로 지원했고,
동지중해로 뻗어 나가며 이익을 확대했다. 이탈리아 상인은 십자군을 파견
하는 왕과 제후를 고객으로 삼아 재력과 신용을 기반으로 돈을 빌려주었다.
은 거래에서 왕과 제후에게 담보를 받고 선대 이자로 이익을 챙기는
롬바르디아 상인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롬바르디아 상인 중 일부는
14세기에 영국 런던의 중심가로 이주해 은행가로 변신했다.
현재 런던 금융의 중심인 롬바드가의 이름은 롬바르디아에서 비롯되었다.

유럽 각 도시에서 시장이 열리게 되자 이탈리아 상인은 이슬람 상인을 모방해
환전, 어음으로 결제하는 방식을 채택했고 이 방식이 널리 퍼졌다.
12-13세기의 제네바 상인이 사용하던 환어음을 기원으로 추정한다.
환어음은 교회의 이자 취득 금지 규정에도 저촉되지 않아 편리했다.
15세기에 이르면 상인과 은행 사이에 에누리 가격으로 환어음이 매매되었고,
어음이 돈과 마찬가지로 거래되었다. 또 수표(polizze)도 사용하게 되었다.

★ 달러의 기원, 탈러 은행

이탈리아 여러 도시의 번영은 유라시아를 아우르는 몽골인의 거대한 상권과
연결된 원거리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막대한 이익을 남기게 되었다.
베네치아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를 거쳐 아시아 바다로 연결되었고,
제네바는 흑해 북쪽 연안에 구축한 식민지에서 초원길을 통해 일 칸국(1258-
1411)과 원 제국(1271-1368)을 이었다. 원거리 무역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부가 르네상스의 재정적 기반이 되었다. 십자군이 비잔틴 제국에서 베잔트
라는 금화를 가져오자 그 금화를 모방해 이탈리아반도에서도 금화를 주조
하게 되었다.

모직물 산업이 발달한 피렌체는 바야흐로 이탈리아 각 도시에 금융업을 전개해
막대한 이익을 내었고, 르네상스를 주도하는 도시로 거듭났다.
피렌체에서는 1252년 순금 3.53그램의 플로린(Florin) 금화가 주조되기 시작
했다. 한쪽 면에 백합꽃을 새긴 플로린 금화는 유럽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금화로 유럽에 널리 보급되었다.
이 플로린 금화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 돈이 순은 35그램의 대형 탈러(Thaler)
은화였다. 탈러 은화는 수량이 적은 플로린 금화를 보충하는 화폐로 널리 유통
되었다. 이 탈러 은화는 스페인에서도 유통되며 탈레로(Talero)라 불렀다.
이후 신대륙을 정복하고 페루와 멕시코에서 대량의 은을 획득하게 된 스페인은
페루와 멕시코에 은화 주조소를 설치하고 대량의 탈러 은화를 주조해 유럽과
아메리카에 유통시켰다. 탈러 은화를 모방한 셈이다.
이 돈이 훗날 ‘달러’라는 화폐 호칭의 기원이 된다.

★ 르네상스기 상업 활동과 이슬람 문명이 기원인 숫자와 부기

이슬람 경제의 전성기에 지중해 상권이 이슬람 상권의 영향권에 편입
되었다. 요즘 자주 사용하는 리스크(risk)라는 단어는 해도가 없는 항해를
의미하는 아랍어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유럽의 근대적 경제관념도
이슬람 세계와 깊은 연관이 있다. 나중에 세계 경제를 이끌게 될 유럽은
이슬람 문명을 모태로 성장한 것이다. 쉽게 말해 유럽 문명은 이슬람 문명이
업어 키운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유럽 경제의 기초가 되는 ‘숫자(figure)’와 ‘부기(book-keeping)’,
‘금융 기술’등이 이슬람 세계에서 유럽으로 전해졌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아라비아 숫자는 힌두교 신자가 사용
하던 인도 숫자가 7-8세기에 이슬람 세계로 넘어가 아라비아 숫자가 되었고,
나중에 북아프리카에서 변형되어 유럽으로 전해진 것이다.

복식부기로 마찬가지다. 이슬람 세계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부기는
1340년에 제노바에서 ‘복식 부기’로 자리 잡았다. 1494년에 루카 파치올리는
유럽 최초로 부기 서적을 출간해 복식 부기의 이론적 기초를 닦았고, 서유럽
각국에 큰 영향을 주었다.
‘자산’, ‘이익’ 등의 개념도 이때 등장했다.

참고로 부기는 자본주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산업혁명 이후에 중시
되었다. 19세기 후반에 전문 경영자가 기업을 관리하게 되자 회계가 중요해
졌고, 19세기 말에는 독일에서 대차대조표론, 재무재표론이 만들어졌다.
또 영국와 미국에서 계산 관련 이론이 발달하면서 기업 경영을 돕는 회계사가
사회적으로 큰 역할을 맡게 된다. 유럽경제 시스템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때 지중해 세계를 주름잡던 이슬람 문명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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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돈의 세계사' 중, 근대 금융업의 시작인 뱅크와 부기가 이탈리아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뿌리는 이슬람 경제였다는 이야기를 함께 보았습니다.

은행의 '뱅크'는 이탈리아 환전상의 책상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시작이 되었고,
책상이 부서지는 일은 곧 파산을 의미하였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서만 물물교환을 하던 인간은 점차 멀리 떨어진 곳과도 교류를
하여야 했고, 말이나 낙타 등을 이용한 육로 수송과 바다를 통한 해상수송이
원거리 무역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는 필연적으로 환전, 어음, 수표 등의 발생을
불러오게 됩니다.

이미 이슬람 상인들은 과거부터 뛰어난 과학기술과 세계를 지배한 몽골인과의
협업을 통해 전세계 상권을 좌지우지하였고, 이는 십자군 전쟁을 통해 베네치아
, 피렌체 등의 이탈리아 도시국가에 전해져 큰 부를 이루게 합니다.
이렇게 생긴 부는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가 일어나게 하는 근원이 되었으며
이를 통해 수많은 천재들이 이탈리아 반도에서 탄생하게 됩니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상인들은 런던까지 진출하여 금융업의 중심이 되었는데
런던의 금융 중심지 롬바르다가 이러한 연유로 생겼다고 하지요.
또한 탈러 은화가 결국 '달러'의 어원이 된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아라비아 숫자, 부기 등의 금융 기초를 유럽에 가르쳐 준 이슬람은 마치 유럽의
경제를 업어키운 엄마와 같다는 표현은 상당히 인상적이네요.

다음에 다른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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