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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Nov 19. 2020

<맥주의 세계사>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中

<맥주의 역사>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中

                                          해헌(海軒)

오늘은 인간의 일상에서 늘 마주할 수 있고, 시대와 지역에 관계없이 등장하는
“술”의 역사에 관한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미야자키 마사카츠(1942~)로 도쿄교육대학 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하였고
고교 세계사 교사를 하다가 쓰쿠바대학 강사와 홋카이도교육대학 교육학부
교수를 거치며 20년 넘게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 집필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이후 퇴임을 한 후 활발한 강의 활동과 역사서의 저술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어제 소개를 했던 “돈의 세계사”와 같은 저자입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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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소포타미아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맥주

맥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양조주로 연간 생산량이 1억KL를 가뿐히
넘는다. 세계 인구를 60억 명이라고 했을 때, 전 세계 사람이 연간 17L 이상의
맥주를 마신다는 계산이 나오니, 실로 엄청난 양이 아닐 수 없다.
주요 맥주 생산국은 미국, 독일, 영국, 벨기에 등이다. 참고로 맥주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비어(Beer)는 음료를 뜻하는 라틴어 비베레(Bibere)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곡물(Grain)을 발효한 음료란 뜻의 게르만어 베오레(Beor)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맥주는 문명이 탄생한 5,000년 전에 이미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소비되고
있었다. 당시의 맥주는 상당히 걸쭉해서 ‘마시는 빵’, ‘액체 빵’으로 불리며
대중적으로 흔히 접할 수 있었는데, 원료인 보리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의 맥주는 특유의 쓴맛이 나지 않고 알코올 농도도
낮았기 때문에 술이라고 부르기에는 싱거운 음료였다. 그래도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으킨 수메르인은 술을 매우 좋아하는 민족이어서 수확한 보리의 약
40%를 맥주 양조에 사용했다고 전해지는데, 현재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비율이다.

초기의 맥주는 빵을 사람이 직접 입으로 씹어서 만들었다. 인간의 타액이 발효를
촉진시켰다. 그래서 수메르인은 발효를 양식을 채워주는 여신, 닌카시(Ninkasi)의
비술이라고 생각했다. 파리 루브르 미술관은 두 장의 점토판에 보리 탈곡과 맥주
제조 모습이 새겨진 유명한 조각품, ‘모뉴먼트 블루’를 소장하고 있다.
농업과 풍요의 여신에게 바친 제물이며 기원전 3000년 경의 유물로 추정된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5,000년 전부터 ‘헥토’라는 맥주를 만들었다. 맥아를 구운 빵을
짓이겨 물에 녹인 후, 길고 가느다란 항아리에 넣어 발효시켰다. 항아리 입구는
탄산가스가 새지 않도록 마개를 단단히 막아 깊은 맛이 나도록 했다.
항아리를 어둡고 서늘한 곳에 두고 숙성시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맥주에
점토를 넣어 투명도를 높이는 기술이 개발되었으며, 대추야자 등의 재료를 추가해
알코올 농도를 높이는 연구도 이루어졌다. 허브로 풍미를 더한 다양한 맥주도
만들어, ‘즐거움을 주는 음료’, ‘천국과 같은 음료’ 같은 멋진 이름도 붙였다.
기록에 따르면 와인 원액에 버금가는 진한 농도의 맥주도 있었다고 한다.

★ 함무라비 법전에 적힌 맥주

기원전 17세기에 번성했던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 시대에 맥주 양조는 오로지
여성이 담당했던 임무였다. 함무라비왕(기원전 1792-1750 재위)이 제정한
282조로 이루어진 ‘함무라비 법전’에는 술집에 관한 규정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맥주는 원료인 곡물로 대금을 받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은으로 대가를
요구하거나 곡물의 분량보다 적은 양의 맥주를 판매한 여성은 벌로 물속에
던져졌다고 한다.

★ 이집트에서 그리스, 로마로 전해진 맥주

맥주는 이윽고 이집트에서 그리스로 전해졌다. 당시 그리스에선 곡물이 부족해
지면서 마음 놓고 맥주를 마실 수는 없었다고 한다.
로마 제국에서는 대지의 여신 케레스를 숭배하는 제전에서 보리로 만든
‘케르위시아’라는 맥주를 많이 마셨지만, 사실 미식가인 로마인들은 맥주보다
식사와 잘 어울리는 와인을 선호했다고 한다.
이후 맥주 문화는 지중해를 넘어 알프스 이북으로 건너가게 되는데, 맥주 양조는
유럽의 보리 재배 지역에서 진화를 거듭했다.
게르만 사회를 통일한 카롤루스 대제가 유능한 맥주 장인들을 궁정으로 끌어모았다는
기록도 전해지는 것을 보면, 중세 유럽의 역사는 맥주를 빼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 녹색 황금 ‘홉’의 등장

중세 유럽에서 맥주 제조가 발전한 이유는 와인과 마찬가지로 수도원 때문이었다.
뛰어난 맥주를 생산하기로 유명한 벨기에에서는 현재의 수도원에서 양조되는
맥주나 수도원의 제조법을 전승한 진한 맥주를 선호한다.
맥주에 없어서는 안 될 쓴맛을 첨가하는 데 사용한 재료는 처음에는 버드나무잎이
었다. 이후 맥주에 향을 더하기 위해 지역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허브를 중심
으로, 정향나무나 육계 등의 향료와 약초를 혼합한 ‘그루트(Gruut)’를 사용하였다.
그루트는 맥주의 개성을 결정짓는 비장의 무기였다.

7-8세기가 되자 독일에서 그루트 대신 ‘홉(Hop)’이 등장했다. 홉은 포도와 마찬
가지로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캅카스 지방을 원산지로 하는 뽕나무과
만초인데, 7세기에 독일로 전해졌다. 홉은 맥주에 독특한 향미를 더하게 하고
거품을 잘 일어나게 하는 ‘맥주의 영혼’, ‘녹색의 황금’이라고 일컬어진다.
오늘날 맥주의 원형은 1516년 남독일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가 제정한
‘맥주순수령’에서 찾을 수 있는데, 맥주는 보리와 홉, 물로만 제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령을 통해 양질의 맥주를 보급하여 시민의 건강을 보호
하고, 맥주 양조에서 식용 밀의 사용을 배제하여 식량난을 해결하고자 하였다.
이 법령으로 인해 맥주의 기본형을 완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홉은 목 넘김을 상쾌하게 하고 깊은 맛을 낼 뿐 아니라, 잡균의 번식을 막는
힘도 가지고 있다. 살균 및 항균 작용이 있는 것이다. 또한 홉에 포함된
떫은맛을 내는 타닌 성분은 맥주의 과잉 단백질을 제거할 뿐 아니라, 맛을
깔끔하게 하고 투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보통 맥주에는 1kL당 1.6kg
정도의 홉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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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류의 역사를 맥주라는 인간의 가장 큰 기호음식 중 하나를 통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맥주는 인간 문명의 역사만큼이나 길고 인류와 함께 동반한 음료이자 음식
임을 알게됩니다.  인류문명의 최초라고 할 수 있는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에서 그 원형을 발견하게 되는데, 수확한 보리양의 40%를 맥주를 빚는데
사용했다고 하니 맥주 사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초기에는 발효를 위해 인간 타액으로 씹어서 맥주를 만들었고 점차 다양한
재료들이 추가되면서 향과 맛을 더하게 됩니다.

이윽고 맥주의 제조법은 그리스로 전해지고 로마로 이어진 후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갑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 생산국은 미국, 독일, 영국,
벨기에 등이라고 하고 생산량은 연간 1억 kL라고 하니 상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중세이후 수도원에서 맥주 생산의 비법이 전수되었고, 독일에서 '홉'의 등장
으로 인해 맥주의 맛이 좋아지고 독특한 향미가 나며 거품이 잘 일어나는 등
현재 맥주의 기본 요건들이 갖추어지게 됩니다.
그리하여 홉을 '맥주의 영혼', '녹색의 황금'이라고 부른다고 하지요.

이처럼 인류의 문명은 다양한 존재를 매개로 역사를 풀어낼 수 있는데,
지난 시간은 '돈'이라는 존재, 이번 시간은 '맥주'를 주제로 역사를 흥미롭게
살펴보았습니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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