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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Jan 23. 2021

<마음 챙김의 시(詩)>

“류시화 시인이 엮은”

<마음 챙김의 시(詩)>
- “류시화 시인이 엮은”

                                해 헌(海 軒)

오늘은 시(詩)를 한번 보려고 합니다.
엮은이는 류시화(1958~) 시인인데 번역가로도 활약하고 있으며 젊은층에서 가장 선호
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였습니다.
많은 베스트셀러가 있는데,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등이 있습니다.

마음을 흔들고 마음 속의 종을 울리는 시들이 가득한 시집입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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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

                        잘라루딘 루미 (1207-1273)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에 들판이 있다.
그곳에서 당신과 만나고 싶다.

영혼이 그 풀밭에 누우면
세상은 더없이 충만해 말이 필요 없고
생각, 언어, 심지어 ‘서로’라는 단어조차
그저 무의미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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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라>

                골웨이 키넬 (1927-2014)

기다려라, 지금은.
모든 것을 불신해도 좋다, 꼭 그래야만 한다면.
하지만 시간을 믿으라. 지금까지 시간이 너를
모든 곳으로 데려다주지 않았는가.
너는 개인적인 일들에 다시 흥미를 갖게 될 것이니,
너의 머리카락에도,
고통에도 흥미를 갖게 될 것이니,
계절 지나 핀 꽃이 다시 사랑스러워질 것이다.
쓰던 장갑이 다시금 정겨워질 것이다.
장갑으로 하여금 다른 손을 찾게 만드는 것은
그 장갑이 가진 기억들.
연인들의 외로움도 그것과 같다.
우리처럼 작은 존재가 빚어내는
거대한 공허감은
언제나 채워지기를 원하니,
새로운 사랑에 대한 갈망이
오히려 옛사랑에 충실한 것.

기다려라.
너무 일찍 떠나려 하지 말라.
너는 지쳤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지쳤다.
하지만 누구도 완전히 지치지 않았다.
다만 잠시 기다리며 들어 보라.
머리카락에 깃든 음악을
고통 안에 숨 쉬는 음악을
우리의 모든 사랑을 실처럼 다시 잇는 음악을
거기 있으면서 들어 보라.
지금이 무엇보다도 너의 온 존재에서 울려 나오는
피리 소리를 들을 유일한 순간이니.
슬픔으로 연습하고, 완전히 탈진할 때까지
자신을 연주하는 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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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들>

                 자넷 랜드

웃는 것은 바보처럼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우는 것은 감상적으로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은 일에 휘말리는 위험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자신의 생각과 꿈을 사람들 앞에서 밝히는 것은
순진해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을 보상받지 못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사는 것은 죽는 위험을,
희망을 갖는 것은 절망하는 위험을,
시도하는 것은 실패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그러나 위험은 감수해야 하는 것
삶에서 가장 큰 위험은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것이기에,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아무것도 되지 못하므로,
고통과 슬픔은 피할 수 있을 것이나
배움을 얻을 수도, 느낄 수도, 변화할 수도,
성장하거나 사랑할 수도 없으므로,
확실한 것에만 묶여 있는 사람은
자유를 박탈당한 노예와 같다.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오직
진정으로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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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웠다>

                 마야 안젤루 (1928-2014)

나는 배웠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것이 오늘 아무리 안 좋아 보여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내일이면 더 나아진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궂은 날과 잃어버린 가방과 엉킨 크리스마스트리 전구
이 세 가지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당신과 부모와의 관계가 어떠하든
그들이 당신 삶에서 떠나갔을 때
그들을 그리워하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배웠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같지 않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삶은 때로 두 번째 기회를 준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양쪽 손에 포수 글러브를 끼고 살면 안 된다는 것을.
무엇인가를 다시 던져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내가 열린 마음을 갖고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대개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 고통이 있을 때에도
내가 그 고통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날마다 손을 뻗어 누군가와 접촉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따뜻한 포옹,
혹은 그저 다정히 등을 두드려 주는 것도
좋아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내가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 당신이 한 행동은 잊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했는가는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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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류시화 시인이 엮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위로를 건네는 시들을
함께 보았습니다.

이 시집의 시인들은 멕시코의 복화술사, 영국 선원, 기원전 1세기의 랍비, 수피의
시인뿐 아니라 파블로 네루다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같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신세대 시인들을 망라하였고, 인생에 대한 다양한 지혜와
쉼을 가득 담은 시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때론 시를 대함에 있어서 설명이나 해설이 길면 감상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지요.
편안하게 시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어떤 상황이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내고 나아가시는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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