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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Feb 18. 2021

<농업이 가른 서양, 동양의 문화차이>

“공간이 만든 공간”

<농업이 가른 서양, 동양의 문화차이>
“공간이 만든 공간”

                                                  해헌(海軒)

오늘은 건축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한다는 인문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유현준(1969~)교수는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전공 교수입니다. 연세대학교
건축과 진학하였고 이후 MIT 대학원 건축설계과, 하버드 대학원 건축설계과를 나왔습니다.
tvN의 <알쓸신잡>2에서 셜록 현준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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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수량이 가른 동,서양 문화

동서양 두 문화가 다른 특징을 갖게 된 이유는 두 지역의 강수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농업 발명 이전에 인류는 태양 에너지가 만들어 낸 자연 생태계에 의존하며 과일과
견과류 열매를 끊임없이 채집하거나 크고 작은 사냥감을 잡으면서 살아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 복잡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식량을 얻어야만 했던 인류는 농업이라는
신기술을 갖게 되면서 자연 생태계에 의존했던 때보다 훨씬 단순한 방식으로 식량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인류는 농업을 통해 보리, 벼, 밀, 조, 수수 같은 몇몇 품종의 식물만으로도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농사를 짓는 식물의 품종은 수십 개밖에 안되고,
가축으로 키우는 동물의 종도 개, 고양이, 소, 돼지, 염소, 닭, 토끼, 양 등 열 개
정도다. 농업은 인간이 만든 최초의 ‘인공 생태계’다.
인간이 선택한 몇 개의 종을 대량으로 복제하여 단순한 생태계를 만들고 그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방식이 농업이다.

인류 문명은 다양하게 계속 진화하는 것 같지만 사실 본질을 들여다보면 1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문명은 단순한 인공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인터넷 가상공간 역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을 대표로 ‘인공 생태계를 만드는 일’ 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인공 생태계를 만드는 역사의 첫 단추가 농업이다.

★ 농업의 시작

농업의 시작은 셀 수 없이 많은 식물 중에서 열매의 생산성이 가장 높은 품종을 선택하는
일이었다. 이때 선택된 식물 종은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의 기후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중 강수량이 가장 결정적인 요소다. 현재 인류가 식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곡물은 벼와 밀인데, 둘 중에 어느 품종을 재배할 것이냐는 강수량이 결정한다.
벼는 밀보다 재배하는 데 더 많은 물이 필요한 품종이다. 그래서 일 년에 비가
1천 밀리미터 이상 내리면 벼를, 1천 밀리미터 이하 내리면 밀을 재배한다.

지구는 자전하기 때문에 행성 전체를 감싸는 대기는 지역마다 일정한 흐름의 방향에
따라 바람이 되어 분다. 이러한 바람 중에 계절풍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 대륙의
동쪽 지역은 계절풍의 영향으로 특정 시기에 비가 많이 내리는 몬순 기후다.
따라서 대륙의 동쪽은 벼농사를 짓는다. 유라시아대륙의 동쪽에 위치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벼를 재배한다. 반대로 대륙의 서쪽 지역은 집중
호우식의 장마철이 없이 비가 일 년 내내 고루 내리는 편이고 강수량도 동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인 유럽은 밀을 재배한다.

★ 벼농사, 밀농사의 가치관 차이

벼와 밀은 재배 방식에 차이가 있으며, 이 재배 방식의 차이가 가치관의 차이를 가져
온다. 일반적으로 벼농사 지역은 집단의식이 강하고 밀 농사 지역은 개인주의가 강하다.
그 이유는 버지니아 대학 토머스 탈헬름 교수의 논문 <벼농사와 밀 농사에 따른 문화적
차이의 증거>에 잘 설명되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벼농사는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때 많은 물을 다뤄야 하기에 치수를
위한 토목 공사가 많이 필요하다. 물을 담는 작은 저수지인 ‘보’를 만들어야 하고
모내기도 집단으로 모여서 한다. 벼농사를 지을 때는 저수지나 다른 사람의 땅에서
사용한 물을 내 논으로 내려 받아서 사용하고 다시 그 물을 물길을 내어서 이웃의 땅으로
전달해 주어야 한다. 벼농사에서는 농사에 가장 중요한 물을 함께 힘을 합쳐서 공동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시기를 놓치면 농사가 어려운 품종이기에 노동의 형태도 집단적으로
집중해서 심고 태풍이 오기 전에 집중적으로 추수하는 형식을 띤다. 이러한 노동의
과정을 통해서 벼농사 지역은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과 집단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게
된다. 벼농사는 옆에 있는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지을 수 없다. 다른 말로,
이웃과 잘 지내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는 것이 벼농사 지역에서의 삶이다.

벼농사를 지어 온 동네 사람들은 ‘이웃사촌’의 경계 범위가 넓다. 예부터 동네 빨래터
에서 나오는 ‘평판’과 ‘왕따’는 벼농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따로 법정에 가서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도 없이 어떤 사람의 행위가 사회 유지에 옳지
못하다고 하면 인민재판식으로 여론을 몰아서 처벌을 하는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는 아직도 그런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인터넷 댓글
평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도
있다. 이 속담의 배경 의식에는 강한 평등 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인데, 오래된
벼농사 생활이 만든 사회주의적 공동체 의식이 자리 잡아서라고 생각된다.
한국이 미국보다 자본주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같이
유독 동아시아에서 벼농사를 짓는 지역에 사회주의 국가가 많이 남아 있는 것도
같은 벼농사 사회에 있는 사회주의적 가치관이 바탕에 깔려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반면, 밀 농사는 씨 뿌리는 모습부터 다르다. 벼농사를 지을 때는 함께 줄을 맞춰
모를 심지만, 밀 농사 지을 때는 땅 위를 혼자 걸어 다니면서 씨를 뿌린다.
집단으로 모여서 일하는 경우가 적다. 밀은 맨땅에서 자라고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비가 집중호우 없이 적당히 고루 내리는 지역에서 농사짓기 때문에 관개수로를
만들 필요도 없다. 서로 협력할 필요도 없고 모여서 살 필요도 적다. 자연스럽게
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벼농사를 짓는 사람들에 비해 개인주의적인 성격이 만들어
지게 된다. 벼농사 지역의 이혼율이 밀 농사 지역보다 매우 낮은 이유도 이와 같은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유럽 여행을 가면 자연 속에 오두막이 띄엄띄엄 있는 평온한 시골 풍경을 볼 수 있는
반면, 동양의 시골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다. 농사 방식은 마을의
풍경도 다르게 만들었다. 노동 방식이 문명의 성격을 결정지은 것이다.

★ 기차, 버스, 철길 중 둘을 묶는다면

탈헬름 교수는 중국 한족 학생 1,162명을 상대로 ‘기차, 버스, 철길’ 세 가지 중에서
같은 종류끼리 묶으라는 문제를 내었다. 중국은 대륙이 크기 때문에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는 비가 많이 내려서 벼농사를 짓고, 북쪽으로 가면 비가 적게 내려서 밀
농사를 짓는다. 이 실험에서 밀 농사를 짓는 지역의 학생은 ‘기차와 버스’를 하나로
묶은 반면, 벼농사를 짓는 학생은 ‘기차와 철길’을 하나로 묶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
벼농사 지역 학생은 개체 간의 ‘관계’에 집중해 기차와 철길을 하나로 묶었고, 밀 농사
지역 학생은 교통수단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기차와 버스’를 하나로 묶었다.
같은 역사적 배경과 같은 유전자적 특징을 가진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농사 품종에
따라 가치관의 차이가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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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방송에도 나오고 대중에게 잘 알려진 유현준 교수의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저자는 건축학 전공이지만 박식한 인문학 지식을 가지고 인류의 문명 시작부터
파고들어 건축까지 이어지는 학문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오늘은 인류가 농업혁명을 가져오게 되고 문명화가 되었는데, 그 이면에는
강수량 등 기후, 지형이 미치는 영향이 컸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수량 등 기후에 따라 농사도 벼농사와 밀 농사로 나뉘게 되었고, 그 농업의 운용
속성이 인간에게 그대로 전해져 그 사회의 성격과 가치관이 달라지게 됨을
아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같은 나라인 중국대륙에서도 강수량이 벼농사에 적합한 남쪽 지역과 강수량이 적어
밀 농사를 주로 짓는 북쪽 지역의 사람들은 한 나라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사고하는
방식이 다름을 보여주는데, 인간이 얼마나 자연환경의 큰 영향력하에 있는지를
가르쳐 줍니다.

저자는 '문명이란 인공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요즘 현대의
인터넷 가상 세계도 하나의 인공생태계인 것이지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아마존 등 온 인류의 삶을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 글로벌 기업들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입니다.

유라시아의 동쪽끝에 위치하고 몬순기후에 강수량이 많은 우리나라는 당연히
벼농사에 적합한 지역이라 벼농사에 맞는 가치관과 사고습관이 배어져 있음을
알게됩니다.   벼농사를 지으려면 반드시 이웃과의 협력이 필수적이고 함께 공동체
의식을 갖지 않으면 다들 공멸하기에 집단주의적 사고, 관계 중심적 사고가 더
발달하였고, 반면 밀 농사 지역의 유럽은 개인주의 사고가 더 발달하게 되었지요.

기차, 버스, 철길을 2가지 범주로 묶거나, 원숭이, 바나나, 사자를 2가지 범주로
묶으라고 하면, 서양 사람은 본체의 속성에 따라 '기차, 버스', '원숭이, 사자'를
주로 묶는다고 하고, 동양 사람은 '기차, 철길', '원숭이, 바나나'를 관계성에 의거해
묶는다고 하지요.

코로나 시대에 이르자 좀더 주위를 더 신경쓰고 주위와의 관계성을 중시하는
국가에서 코로나 전염이 덜하고 확진자수는 적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똑같은 인종이나 민족임에도 사는 곳의 강수량, 일조량, 온도 등에 따라서 전혀
다른 민족성을 가지게 되고, 이것이 장기화 되면 피부색이나 체형도 달라진다고
과학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연이어 다른 내용으로 찾아오겠습니다.
평안하고 건강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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