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문 인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헌 서재 Mar 18. 2021

<배움과 깨우침 등>

“애매한 걸 정리해주는 사전” 중

<배움과 깨우침 등>
“애매한 걸 정리해주는 사전” 중

                                       해 헌(海軒)

오늘은 명료함을 좋아하고 애매모호한 것을 싫어하는 저자가 독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여러 용어들을 정리해주고 있는 흥미로운 책을 지난 시간에 이어 한 번 더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한근태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크런대학
에서 고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39세에 대우자동차 최연소 이사로 임명돼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40대 초반에 돌연 사직서를 제출하고 IBS
컨설팅 그룹에 입사하며 경영 컨설턴트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후 다시 유학길에
올라 헬싱키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리더십센터 소장을 역임
했고, 수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리더십과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열정적인 강의를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

★ 배움과 깨우침

유난히 싫어하고 가리는 게 많은 사람이 있다. 먹는 것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다.
되는 것보다는 안 되는 게 많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싫고.
왜 그들은 그럴까? 미워하고 싫어하는 게 많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만큼 편견과 고정관념이 많다는 얘기 아닐까?

뭔가를 배우고 경험하는 학(學)은 필터가 많아지는 과정이다. 깨우침의 과정은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 아닐까? 노자의 위학일익(僞學日益), 위도일손
(爲道日損)이 그런 뜻일 것이다.
배운다는 것은 더해가는 것이고 도(道)라는 건 비우는 과정이란 말이다.

★ 엄마와 어머니

“엄마”하고 부르면 응석 부리고 싶고, “어머니”하고 부르면 업어드리고 싶다.
김완기 시인의 말이다. 60이 넘은 난 아직도 엄마를 엄마라고 부른다.
한 번도 어머니란 말을 쓴 적이 없다. 앞으로도 부를 계획이 전혀 없다.
울 엄마는 앞으로도 계속 내게는 엄마일 것이다.
엄마가 어머니가 되면 더 이상 엄마가 아닐 것 같아서다.

★ 만남과 마주침

만남은 눈뜸이다. 만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세상에 저런 사람도 있구나.’
‘좀 더 얘기를 듣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마주침은 말 그대로 아무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 만남이다. 느낌이 없고 지루하다. 눈을 뜨는 대신 눈을
감게 된다. 난 눈을 뜨게 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눈을 감게 하는 사람일까?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대부분은 스쳐 지나갈 뿐이다. 만남은 다르다.
만남은 눈뜸이다. 인연을 소중히 해야 하지만 모든 인연을 소중히 할 수는
없다. 내게 소중한 건 내 눈을 번쩍 뜨게 하는 만남이다.

★ 무엇을 할 것인가와 무엇이 될 것인가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가 중에 뜻밖에 자기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이 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공부했지만 막상 된 이후에 무엇을 할
지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도 그렇다.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목표였지 막상 의원이 된 후 무엇을 할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전 세계은행 총재 김용은 9세 때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세상의
불평등을 없애겠다.”라고 다짐했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그는 늘 무엇이 될 것인지(What to be) 생각하지 않고 무엇을 할 것인지
(What to do) 생각하라고 주문한다.

★ 사과와 감사

과오를 말하는 것이 사과고 감동한 것을 말하는 것이 감사다.
둘 다 말로 쏜다는 공통점이 있다.

★ 생각과 마음

“다리가 부러진 제비를 고쳐주고 싶은 건 흥부의 마음이다. 이심전심이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것이다. 제비 덕분에 부자가 된 흥부를 보고 자신도
일부러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는 건 놀부의 생각이다. 생각이 끊어진 곳에
마음이 드러난다. 대상과 내가 하나가 될 때 나타나는 건 마음이과 대상과
내가 분리되어 나타나면 생각이다.” 작가 이외수가 한 말이다.

★ 설명과 설득

설명과 설득은 어떻게 다를까? 설명은 이성에 호소하고 설득은 감성에 호소
한다. 설명은 일방적이고 설득은 양방향이다. 설명은 팩트를 이야기하고
설득은 팩트로 말미암아 벌어질 정황 혹은 스토리를 얘기한다.
설명은 어렵지 않다. 설명을 설득으로 발전시키기는 어렵다. 오래전 들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남편이 조리 있게 설명할수록 아내는 화를 낸다.
그런데 남편은 아내가 왜 화를 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 습득과 학습

학습(Learning)에는 의도가 있고 별도 노력이 필요하다. 저절로 익히는 건
습득(Acquisition)이라고 한다. 미국 사람이 영어를 잘하는 건 습득이지만
이민 간 한국 사람이 영어를 잘하는 건 학습 덕분이다. 언어는 대부분
습득의 산물이다. 별도로 노력하지 않아도 바보가 아니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 학(學)이 빠져 있다.

학습은 다르다. 학습(學習)은 의도적이다. 추가적인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다.
학습은 학(學)을 습(習)으로 전환한 것이다. 배운 것을 몸에 익힌 것이다.
달인들은 대부분 습득의 경지이다. 학이 빠져 있다.
달인에서 장인으로 가려면 학을 보완해야 한다.

★ 아는 것과 깨닫는 것

아는 건 글자 그대로 아는 것이다. 그 자체로는 별 가치가 없다. 아는 게
실행으로 습관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깨닫는 건 다르다.
깨닫는 건 머리에서 스파크가 튀고 눈앞이 밝아지는 것이다.
당연히 아는 것에 비해 실행 가능성이 훨씬 높다.

★ 양과 돼지 – 유목민과 정착민

양은 유목민의 상징이고 돼지는 정착민의 상징이다. 양은 하루 6킬로그램의 풀을
먹는다. 풀뿌리까지 먹어 치운다. 많은 양을 좁은 지역에서 사육하기 어렵다.
당연히 한곳에 정착해서 살기 어렵다.
돼지는 한곳에 머무르려는 속성이 강하다. 보금자리를 만들고 그곳에 머물곤
한다. 양 새끼는 태어난 직후부터 걸어 다닐 수 있지만 돼지는 새끼를 한 번에
열 마리를 낳고 몇 주간 보살핀다. 이렇게 미성숙한 새끼를 데리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는 없다.

정착민만이 돼지를 키울 수 있다. 돼지는 기동성이 없고 오직 고기만 먹을 수
있다. 털이나 젖을 이용할 수 없다. 역사학자 정기문의 <정기문의 식사>에
나오는 말이다.

==========================================================

오늘은 애매한 개념을 명확하고 뚜렷하게 잘 정리를 해주는 책을 지난 시간에
이어 한번 더 살펴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제목처럼 배움과 깨우침의 차이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배움은 필터를
가지며 더해가는 것을 의미하고, 깨우침은 도(道)와 일맥상통하며 비워가는 과정
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더해지고 하나는 비워지는 차이가 있는데
이 두 가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삶에서 중요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두 번째는 엄마와 어머니의 차이를 지혜롭게 잘 정리해 주고 있지요. 엄마 라고
부르면 응석을 부리고 싶고, 어머니라 부르면 업어드려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저자는 60이 넘어서도 엄마라고 부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하는데
단지 엄마한테 응석을 부리고 싶어서만 아니라, 자신이 업어드려야 하는 어머니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이 강해서이겠지요.  효자입니다.

세 번째는 만남과 마주침의 차이였는데, 만남은 의미가 부여된 마주함이고, 마주침은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마주함이지요. 만남은 나의 눈을 뜨게 하고, 뭔가를 배우게
해주지요.  하지만 마주침은 무미건조한 접촉이라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진정한 만남이 많아야 제대로 살았다 할 것입니다.

네 번째는 무엇이 될 것인가(What to be)와 무엇을 할 것인가(What to do)의 차이를
잘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는 보통 무엇이 될 것인가를 가장 중요시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인색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이 될
것인가에 너무 치중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는 너무 소홀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다섯 번째는 사과와 감사였는데, 사과는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고, 감사는
감동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 하지요.  사람은 살면서 사과를 해야 할 때 사과를
할 줄 알아야 하고, 감사를 표현할 때 자주 감사를 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여섯 번째는 생각과 마음의 차이였습니다. 흥부가 다리가 부러진 제비를 치료해 준
것은 마음이 동해서이고, 놀부가 일부러 제비의 다리를 부러뜨린 것은 생각이
작동해서인데, 생각의 연속성이 끊어진 곳에서 비로소 마음이 드러난다고 하지요.
대상과 내가 하나될 때 마음이 드러나고, 대상과 내가 분리될 때 생각이 드러난다고
표현한 것은 참 날카로운 분석이지요.

일곱 번째는 설명과 설득이었습니다.  설명은 뭔가 기계적인 말의 풀어냄이고
설득은 감정과 감동을 동반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야 가능한 작업입니다.
설명은 일방적이고 설득은 양방향 소통이어야 한다고 하지요.
남편이 아무리 조리있게 설명해도 아내의 화가 풀어지지 않는 것은 마음을 이해
하는 방법을 남자들이 몰라서일 것입니다.

여덟 번째는 습득과 학습이었습니다. 습득은 저절로 얻어지는 과정이고, 학습은
뭔가 노력과 에너지가 소모되는 과정이라는 말입니다.  학습을 학(배움)을
습(습관)으로 바꾼 것이라는 분석은 기가 막힙니다.  달인에서 장인으로 가려면
철학과 노력이 첨가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아홉 번째는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의 차이점을 말하고 있는데, 아는 것은 그냥
그대로 우리 뇌에서 인식하는 것이고, 깨달음은 그냥 인식이 아니라 스파크가
튀고 눈앞이 밝아질 정도로 확실하게 받아들이는 단계라 합니다.

열 번째는 양과 돼지의 차이점을 통해 유목민과 정주민의 삶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는데, 양은 태어나자마자 이동할 수 있고, 새로운 목초지를 찾아 움직여야 양의
생존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가죽과 젖과 고기를 함께 얻을 수 있지요.
반면에 돼지는 오랜 기간 새끼를 돌보아야 하고 멀리 이동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돼지는 고기만을 얻을 수 있지요.
유목민과 정주민의 차이는 정말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는 분야인데, 문명화가
되면서 유목에서 농업으로 정주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현대에 와서는 현대적
유목민(노마드)의 특성이 더 중요시되는 반전이 일어나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도 평안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후가 결정한 동서양 건축의 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