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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07. 2016

<이른 봄을 기다리며>

<이른 봄을 기다리며>


                     강 일 송


오늘은 한시(漢詩) 몇 편 보려고 합니다.



~~ 누구 집에 술이 익어 꽃이 한창 흐드러졌는가?


2월이 장차 다하고 3월이 오려는데

한 해의 봄빛이 꿈속인 양 돌아오네

천금으로도 오히려 좋은 계절을 살 수 없는데

누구 집에 술이 익어 꽃이 한창 흐드러졌는가?

                      -- 정 이 오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문신 정이오의 시라고 합니다.

가장 좋은 계절 봄이 시작될 시기에, 이 좋은 계절은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데 꽃이 한창 피어있는 것도

어느 집에 술이 맛있게 익어서 그럴 것이라고 감정이입을

하고 있습니다.  

흐드러진 꽃과 맛이 잘 익은 술과의 조합이 멋드러지기

그지없습니다.



~~ 달인 양, 꽃인 양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다


한밤 중 밝은 달빛 속에 봄꽃은 한창인데

꽃이 참으로 화려한 때에 달빛까지 더하였네

달빛 속의 꽃구경에 그대까지 또 오셨으니

세상의 둘도 없는 광경이 바로 우리집에 있네


하늘에는 밝은 달이 가득하고 뜰에는 꽃이 가득한데

서로 겹친 꽃 그림자에 달그림자가 더하였네

달인 양, 꽃인 양 두 사람이 마주앉아 있거늘

세간의 영욕은 어디에 속해 있는가?



남원의 하씨가 지은 시라 합니다.

화려한 봄꽃과 밝은 달빛이 어우러져서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사랑하는 님까지 등장을 합니다.

두 사람이 마주하였더니, 달인지 꽃인지 분간이 안되고

마는 경지까지 이릅니다.   모든 세간의 어려움이나

즐거움이나 이 경지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어지지요.


한 편 더 보겠습니다.



~~ 봄은 이미 가지 위에 완연히 와 있다


종일 봄을 찾았어도 찾지 못하고

짚신으로 언덕 머리의 구름 속을 두루 밟았네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매화 밑을 지나는데

봄은 이미 가지 위에 완연히 와 있네.



이 시는 원나라때의 어느 비구니의 오도송(悟道頌)이라

합니다.    봄을 찾아 온 산을 헤매다가 찾지 못하고

돌아오는데, 집앞의 매화나무에 이미 봄이 와 있더라는

이야기지요.

즉 도(道)나 진리는 멀리 있지 않고, 가까운 데에 이미

더 가깝게는 내 가슴속에 이미 있었던 것입니다.



홍매화가 환하게 핀 사진을 같이 올려 봅니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이 매화라고 하지요.

퇴계 이황은 매화를 지극히 사랑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세상을 떠날 때 마지막 말이 “ 저 매화나무에 물을 주라”

였다고 합니다.

이어령 교수의 책을 보면, 매화야말로, 한,중,일 세나라의

공통분모로 가지는 문화의 매개체라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홍매화의 아취가 참 좋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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