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을 기다리며>
강 일 송
오늘은 한시(漢詩) 몇 편을 보려고 합니다.
~~ 누구 집에 술이 익어 꽃이 한창 흐드러졌는가?
2월이 장차 다하고 3월이 오려는데
한 해의 봄빛이 꿈속인 양 돌아오네
천금으로도 오히려 좋은 계절을 살 수 없는데
누구 집에 술이 익어 꽃이 한창 흐드러졌는가?
-- 정 이 오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문신 정이오의 시라고 합니다.
가장 좋은 계절 봄이 시작될 시기에, 이 좋은 계절은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데 꽃이 한창 피어있는 것도
어느 집에 술이 맛있게 익어서 그럴 것이라고 감정이입을
하고 있습니다.
흐드러진 꽃과 맛이 잘 익은 술과의 조합이 멋드러지기
그지없습니다.
~~ 달인 양, 꽃인 양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다
한밤 중 밝은 달빛 속에 봄꽃은 한창인데
꽃이 참으로 화려한 때에 달빛까지 더하였네
달빛 속의 꽃구경에 그대까지 또 오셨으니
세상의 둘도 없는 광경이 바로 우리집에 있네
하늘에는 밝은 달이 가득하고 뜰에는 꽃이 가득한데
서로 겹친 꽃 그림자에 달그림자가 더하였네
달인 양, 꽃인 양 두 사람이 마주앉아 있거늘
세간의 영욕은 어디에 속해 있는가?
남원의 하씨가 지은 시라 합니다.
화려한 봄꽃과 밝은 달빛이 어우러져서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사랑하는 님까지 등장을 합니다.
두 사람이 마주하였더니, 달인지 꽃인지 분간이 안되고
마는 경지까지 이릅니다. 모든 세간의 어려움이나
즐거움이나 이 경지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어지지요.
한 편 더 보겠습니다.
~~ 봄은 이미 가지 위에 완연히 와 있다
종일 봄을 찾았어도 찾지 못하고
짚신으로 언덕 머리의 구름 속을 두루 밟았네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매화 밑을 지나는데
봄은 이미 가지 위에 완연히 와 있네.
이 시는 원나라때의 어느 비구니의 오도송(悟道頌)이라
합니다. 봄을 찾아 온 산을 헤매다가 찾지 못하고
돌아오는데, 집앞의 매화나무에 이미 봄이 와 있더라는
이야기지요.
즉 도(道)나 진리는 멀리 있지 않고, 가까운 데에 이미
더 가깝게는 내 가슴속에 이미 있었던 것입니다.
홍매화가 환하게 핀 사진을 같이 올려 봅니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이 매화라고 하지요.
퇴계 이황은 매화를 지극히 사랑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세상을 떠날 때 마지막 말이 “ 저 매화나무에 물을 주라”
였다고 합니다.
이어령 교수의 책을 보면, 매화야말로, 한,중,일 세나라의
공통분모로 가지는 문화의 매개체라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홍매화의 아취가 참 좋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