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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08. 2016

<약해지지마>

시바타 도요

 목욕탕에서

                       시바타 도요(1911~)


목욕탕에 
설날 아침 햇살이 들어
창에 맺힌 물방울이
환히 빛나는 아침
예순둘 아들이
썩은 나무 같은 몸을
씻어 주네

도우미보다
서툰 손길이지만
지그시
눈을 감으면

"새해를 시작하는 관례로......"
등 뒤에서 흥얼거리는 노래
예전에 내가
너에게 불러 주던 노래


이 시를 지은 시바타 도요(1911~) 할머니는 아흔이 넘어 시를 쓰기
시작하였고, 처녀시집인  "약해지지마" 시집의 한 시입니다.
3년전에 샀던 시집이었는데, 아직 살아 계시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이제 늦었어, 이 나이에 뭘..  하는 소리를 툭하면 하는데
도요 할머니는 아흔이 넘어 시집을 내고 꿈을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에순이 넘은 아들이 자기가 어릴때 어머니가 불러주던 노래를 
어머니를 씻겨 드리면서 부르는 모습을 참 잔잔하게 읊었습니다.
이제 점점 연세가 들어가는 어머니가 떠오르며 마음이 찡해집니다.
시란 이렇게 마음의 현을 건드려 울릴 수 있다면 되는 것이겠지요.

도요 할머니의 다른 시 하나를 더 올립니다.
오늘 하루 편안히 잘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



    저  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처럼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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