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책, Copy Book>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by 해헌 서재

<카피책, Copy Book> 정 철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강 일 송


오늘 볼 책은 30년 간 카피라이터로 살아온 작가 정철의 책입니다.

그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MBC 애드컴 카피라이터, 단국대 언론

영상학부 겸임교수 등을 지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copy)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명함, 청첩장, 연하장, 추천사, 자기소개서, 사인, 사직서, 초보운전 딱지,

승진 축하 화분에 붙이는 글 한 줄, 명절 잘 보냈는지 인사하는 문자메세지

등 수많은 주변의 글들이 모두 “카피(copy)”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강한 인상을 주며 거기다가 즐거움까지

줄 수 있는 아이디어와 센스가 넘치는 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한 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


◉ 카피작법 제1조 1항

⁕ “글자로 그림을 그리십시오.”

구체적으로 쓰십시오. 막연한 카피, 추상적인 카피, 관념적인 카피와는 멀어지도록

애쓰십시오.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는 것은 카피와 함께 사진 한 장을 찰칵

찍어 배달해준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더 생생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카피에 힘이 붙습니다.


※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합시다 --> 반 발짝만 앞으로 오세요

※ 서울보다 훨씬 저렴한 파격 분양가! --> 용인에 집 사고 남는 돈으로 아내 차

뽑아줬다.


◉ 사람과 마주하고 있듯이 쓰세요.

편지를 쓴다는 느낌도 좋습니다. 편지야말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입니다. 손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지며 사람냄새 나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 아버지를 속였습니다.

작년 이맘때 저는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꼭 안으며 축하해주셨습니다.

그러나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저는 나쁜 놈이었습니다. 제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아버지를 실망시켜드리기 싫어서였습니다. 삼수해야 한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서

였습니다. 그동안 저는 학교가 아니라 학원을 다녔습니다. 도서관에 다녔습니다.

그렇게 1년, 이제야 아버지 앞에 진짜 합격증을 바칩니다. 지난 1년 불효를 용서해

주십시오. 오늘 은 제 거짓을 용서받고 아버지가 따라주시는 그런 한 잔 철철 넘치게

받고 싶습니다.

- 서울 송파구 방이동 김정훈 씨가 아버지 김인덕 씨에게



◉ 말과 글 가지고 장난을 치십시오.

엄숙주의와 결별해야 합니다. 말장난은 흔히 언어유희라고도 하지요.


※ 넌 못해.

넌 못할거야.

넌 못할 줄 알았어.


가슴에 못을 박는 말입니다.

못은 가슴이 아니라 벽에 박는 물건입니다.


재미를 주면서도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은 글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말재주로 끝나면 그건 낙서에 불과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절묘하게 연결

한다면 훌륭한 크리에이티브가 됩니다.


※ 반값습니다.


“반갑” 대신 “반값”이라는 말로 교체 투입한 말장난입니다.

바로 반값 대학등록금 이야기가 떠오르지요?


◉ 반복하고 나열하십시오.

반복과 나열은 묘한 힘과 리듬이 있습니다.

카피는 간결한 게 좋고 길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반복과 나열이 카피 맛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주절주절 늘어놓으십시오.


※ 텔레비전 만들고

냉장고 만들고

세탁기 만들고

반도체 만들고

남은 기술로 에어컨을 만든다?


오로지 에어컨, 센추리


◉ 카피의 완성은 지우개

쓰는 일 만큼 중요한 일은 지우는 일입니다. 이 두 가지를 다 해야 비로소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카피를 쓴 다음 군더더기를 찾아 걷어 내는 일을 하십시오.

카피라이터는 연필을 든 시간만큼 지우개를 들어야 합니다.


※ 몰랐G?


디G털도 G마켓이 G배한다.


이 카피는 G마켓의 지하철 광고였습니다.

짧다는 건 그만큼 끝까지 읽을 확률이 더 커진다는 뜻입니다. 물론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데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초벌 카피를 할 때는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쓰십시오. 그런 후 충분히 걷어 내십시오.


◉ 단정의 힘, 딱 잘라 말하십시오.

※ 라면은 농심이 맛있습니다.


선배 카피라이터가 쓴 카피입니다. 분명한 태도로 딱 잘라 말하는 것, 바로

단정입니다. 다른 라면이 더 맛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일축해버립니다.


※ 투표가 권력을 이긴다.


투표를 내가 한다고 달라질까 하는 생각을 단호하게 야단치는 카피입니다.

희망과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 의사와 환자는 만나야 합니다.

견우와 직녀를 빗대어 쓴 카피입니다. 의사협회의 원격의료 반대 캠페인에

쓰인 문구입니다. 만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단정입니다.


◉ 브랜드 네임에서 아이디어를 찾으십시오.


※ 결혼해 듀오!

결혼정보회사 듀오 카피입니다. 불과 다섯 글자 속에 브랜드네임과 그 브랜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눌러 담아 명쾌하게 전달합니다.


※ 하나뿐입니다.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이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슬로건.

오직 하나은행 몫이 되기 위해 기다려온 슬로건입니다.


※ 하늘 아래 휴대폰

스카이 휴대폰 광고였습니다. 스카이라는 브랜드에서 슬로건을 끄집어

냈습니다. 그리고 하늘 아래 최강 휴대폰임을 알리는 광고 론칭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우리는 직업과 관계없이 이런저런 이름을 만들어 붙일 때도 있고, 글을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할 때도 있습니다. 나는 카피라이터가 아니니까, 작가가 아니니까,

하면서 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정답만 만들어낸다면 그건 재미없는 인생을 사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다르게”, “낯설게”, “나답게”


찾아보면 생활 곳곳에 남다르게 생각하여 남다르게 저지를 수 있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직업 카피라이터는 아니더라도 생활 카피라이터라는 이름을 붙일

기회는 누구에게나 널려 있습니다.

조금만의 시간을 내십시오. 남다르게 머리를 굴리십시오.

인생이 조금이라도 덜 지루해지고, 조금이라도 더 유쾌해집니다.


--------------------------------------------------------


오늘은 좀 색다른 글을 보았습니다.

카피라이터 이야기입니다. 살다가 평생 한 번도 만나기 힘든 직업인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일상에서 우리는 흔히 글을 써넣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꼭 어떤 거창한 글을 쓰는 게 아니더라도, 청첩장, 연하장, 크리스마스카드,

SNS에 댓글, 문자로 모임 알리기 등등.

이 때 저자는 한 번 더 머리를 굴려서 비틀어 생각하여 눈에 쏙 들어오는

도저히 클릭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글을 써보라고 합니다.


“반값”, “몰랐G?”, “결혼해 듀오”

짧지만 너무도 명확히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하고 보는 사람의 뇌리에

각인합니다.


쓰는 만큼 중요한 것이 걷어내고 지우는 일이라고 합니다.

뜻을 전달하는 핵심을 남기고 생략하고 지우는 일.

우리 일상의 언어나, 삶의 태도에서도 이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다르게” “낯설게” “나답게”


감사합니다.^^


20160914_125128.jpg
20160914_125107.jpg
20160914_125050.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