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문 인류

<여행자의 인문학>

문갑식

by 해헌 서재

<여행자의 인문학> 문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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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일 송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 마르셀 프루스트


오늘은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한 번 보겠습니다.

저자는 21명의 예술가의 이야기들이 담긴 마을들을 찾아나섭니다.

주로 유럽의 도시들인데, 각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의 흔적이 있는 건물들을

돌아보며 새로운 경험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오늘 그 중 2가지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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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갈의 마을엔 진짜 눈이 내린다.

보르도-아비뇽-루르마랭-니스로 가는 길에 샤갈이 살던 생폴드방스(Saint Paul

de Vence)가 있습니다.

영화제로 유명한 칸에서 니스로 가는 도로에서 벗어나 산으로 향하는 곳에 있는

도시입니다. 지척에 샤갈과 함께 ‘현대회화의 대가’로 불리는 파블로 피카소가

살았던 앙티브가 있습니다.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본명은 ‘모이셰 세갈“입니다.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그는 유대인입니다. 아버지 자카르는 청어 창고의 사무원이었고, 어머니

페이가 이타는 작은 잡화점에서 장사를 했습니다.

샤갈의 생애는 유대인의 혼을 빼놓고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샤갈이 만든 상상의

세계에 그가 머물던 유대인의 촌락 공동체 게토 슈테틀의 전통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그를 몽상의 은유작가로 만들었습니다.


어머니가 운영했던 잡화점을 샤갈은 이렇게 회상합니다.

“통 속에 든 청어, 귀리, 각설탕, 밀가루, 푸른 봉지에 담긴 초 이런 것들을 팔았

고, 농부들, 상인들, 성직자들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저마다의 냄새를

풍겼다.“


1906년 샤갈은 가난에 시달리던 부친을 위해 사진관에서 리터치일을 하다가

1907년 달랑 27루블을 들고 러시아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갑니다.

거기서 그는 예술가들을 후원했던 골드베르크 변호사를 만납니다.

그는 샤갈을 직원으로 고용했지요. 그 덕분에 샤갈은 예술원 부속 왕립미술학교

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상트페테부르크에서 샤갈은 예술에 흠뻑 빠집니다.


샤갈은 즈반체바의 미술학교에도 다녔습니다. 즈반체바 미술학교의 교장인 화가

레온 박스트가 그를 학생으로 받아들이고 훗날 제자로 삼습니다.

박스트가 샤갈을 평한 말이 전해집니다.

“샤갈은 나의 애제자다. 그는 내 설명을 경청하고 나서 붓과 파스텔을 손에 쥐고

는 내 그림과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렸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한 그의 독특한

개성과 기질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내가 그런 사랑한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샤갈은 1910년 처음 파리로 갑니다. 박스트의 권유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샤갈은 모딜리아니, 수티, 아르키펭코, 레제 같은 예술가들을 만납니다.

그들은 당시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야수주의와 입체주의였지요.

이때의 교류가 인상 깊었는지 샤갈은 “파리야말로 나의 예술과 인생의 진정한

배움터“라는 말을 남깁니다.


샤갈은 1914년부터 7년간 미국에 체류했습니다. 나치를 피하기 위해서였지요.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파괴성은 혁명과 전쟁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을 떠돌았지만 그는 평생 고향을 그리워했습니다.


샤갈은 피카소와 함께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화가로 꼽힙니다.

1985년 97세로 사망할 때까지 마지막 20년을 생폴드방스에서 살았습니다.

난해하기 그지없는 초현실주의로 불린 자기 작품에 대해 그는 “그것은 비이성적

꿈이 아니라 실제의 추억을 그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샤갈의 그림에는 동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동물은 인간과 동등한 존재입니다.

초록색 염소는 러시아에서 살아가는 유대인 가정, 비둘기는 연인, 안개꽃은 평화,

소는 고향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쓰입니다.


샤갈이 살았던 생폴드방스는 정말 프로방스적 색채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이 마을은 마을 전체가 샤갈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로 표지판이나 게시판에 샤갈의 그림이 빠짐없이 들어가 있고 후배 예술가들이

앞다투어 마을 곳곳에 자기 작품을 헌정했습니다.


샤갈의 마을에 마음을 뺏긴 나머지 이틀 연속 그곳을 찾았습니다.

첫날은 봄이 온 것처럼 햇볕이 화사했고, 둘째 날은 비가 내려 촉촉하게 대지를

적셨지만 구름낀 비 오는 날도 그런대로 운치가 있었습니다.

몇 백 년이 된 듯한 돌 사이로 빗물이 흐르고 어두운 구름 속에 대낮부터 불을

밝힌 골목 속 상점을 보며 샤갈이 그렸던 환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요. 이렇게 세상은 날씨를 바꾸며 변주하고 있었습니다.


◉ 해리포터의 원조 베아트릭스 포터

<피터 래빗>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특징이 있습니다. 피터 래빗은 개구쟁이,

제미마 퍼들덕은 여우의 속임에 잘 넘어가는 순진하고 귀여운 오리입니다.

티기 윙클 부인은 마음씨 좋은 세탁부 아줌마 고슴도치이며, 넛킨은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귀여운 다람쥐인데 하나같이 인간을 닮았습니다.


이 동화를 만든 베아트릭스 포터는 1866년 7월 영국 런던 켄싱턴의 볼턴 가문에서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방적 공장을 운영한 부유층이었지요.

그는 그림에 소질을 보였고, 특히 동물을 좋아했습니다. 개, 토끼, 쥐, 개구리,

심지어 달팽이, 박쥐, 도마뱀까지 길렀습니다.


그는 갤러리에서 영감을 받으며 자랐는데, 앨버트 미술관이나 켄싱턴 박물관에

갈 때면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렸는데 베아트릭스의 색채 감각은 발군이었습니다.

베아트릭스는 15세 때부터 비밀 코드를 사용해 일기를 썼는데 암호 일기가 해독

된 것은 그가 죽은 지 15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베아트릭스는 진균학을 공부하였는데 성차별이 심한 시대라 자기의 논문이 정작

저자인 자신의 이름으로 올리지 못하게 되자, 동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27세 때, 운명이 찾아오는데, 그녀를 가르쳤던 가정교사의 아들이 아프다는 소식

에 뭔가 해줄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편지를 보냅니다.


“네게 들려줄 소식은 없지만 대신 이야기를 들려줄게. 옛날 옛적에....” 로 시작

하는 편지였습니다. 아이가 이 편지를 너무 좋아하자 스토리는 계속 이어졌고,

이것이 “피터 래빗”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피터 래빗>시리즈가 컬러판으로 출간되자 미국에서도 출판 요청이 들어왔으며,

많은 돈을 벌게 됩니다.


베아트릭스는 그 돈과 부모의 유산을 합쳐 아주 넓은 면적의 땅과 농장을 구입

합니다. 4000에이커에 달했는데, 500만 평에 해당하는 대단한 규모였습니다.

그녀는 동화의 배경이 된 이 땅과 농장을 죽기 전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증하면서

딱 한마디만 남깁니다. “자연 그대로 이 땅을 잘 보존해 달라.”

지금까지도 내셔널 트러스트는 포터가 남긴 유언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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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행자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저자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자취와 향기가 남아있는 유럽의 나라와 도시들을

여행합니다.


그는 옥스퍼드시 골목골목에서 1000년의 역사가 쌓인 흔적들을 만나고는

느린 것 같지만 정확하고 과거에 얽매여 있는 듯했지만 사실은 그것이 창작의

원천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브론테 자매의 소설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의 무대가 된 요크셔 주의

하워스 고원의 정상에서는 황량하고 음습한 고원에 히스꽃과 양 떼 밖에 없는

풍경을 봅니다. 미친 듯이 바람이 부는 이 곳에서 주인공 캐서린과

히스클리프가 미친 사랑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그 순간 저자는 예술이 작가의 상상이 아니라 현실을 토대로 창작된 산물

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합니다.


여행, 우리는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은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우리 일상에서 쓰는 단어 중 “여행” 만큼 기대를 갖게 하고, 마음이 행복해

지며, 즐거움을 주게 되는 단어는 많지 않습니다.


샤갈의 그림들이 마을 구석구석 배여 있는 생폴드방스, 피터래빗의 인형이

곳곳에 있고 분홍색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레이크 디스트릭트.

다음에 꼭 가보아야 할 여행목록에 올려 놓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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