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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Aug 31. 2016

<생각의 틀을 바꿔라> 도야마 시게히코

생각하기, 가장 사치스러운 지적 즐거움

오늘은 생각하기의 즐거움에 대한 책을 한 권 보려고 합니다. 정보를 쌓기만 하는 창고형 두뇌에서 그 정보를 활용하여 기회로 만드는 창조형 두뇌로 바꾸자고 강조하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인 도야마 시게히코(1923~)는 일본의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영문학자이고 평론가와 수필가로 활동을 하였다 합니다. 도쿄대 문학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도쿄 교육대학,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쇼와 여자대학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알기 쉬우면서도 논리적인 에세이 글쓰기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네요.


그의 글을 한 번 보겠습니다.







◉ 글라이더형 인간과 비행기형 인간


학교에서 학생은 선생님과 교과서가 이끌어주는 대로 공부한다. 자신의 힘만으로는 지식을 얻지 못한다. 이는 프로펠러나 엔진 등 동력장치가 없이 하늘을 나는 글라이더와 같다. 글라이더와 비행기는 멀리서 보면 비슷하다. 하지만 결코 글라이더는 자신의 힘만으로는 날아오를 수 없다.


학교는 글라이더형 인간을 키우는 훈련소다. 비행기형 인간을 만들지 않는다. 학교안에서는 순종적인 사람이 칭찬받는다. 멋대로 날아오르는 것은 규율 위반이며, 당장 요주의 인물로 찍힌다. 우등생은 글라이더로서 우수할 뿐이다. 그들은 혼자 날려고 하지 않았기에 누가 날아보라고 시키면 난감해한다.


대학에서는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논문 작성에 애를 먹는다. 배운 대로 하는 것은 잘하지만 스스로 궁리해서 주제를 정하는 것에는 서툴다. 오랜 세월 글라이더 훈련을 받는 동안에 늘 자신을 이끌어주는 존재가 있다 보니 스스로 비행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현대는 정보사회다. 하지만 많은 지식과 정보가 필요한 사회이기에 글라이더형 인간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글라이더에 엔진을 탑재하면 금상첨화다.



◉ 문제는 지식이 아니라 제대로 배우는 것


교육은 학교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학교라는 기관이 없던 시절에도 교육은 행해졌다. 예전에는 무술을 배우려는 젊은이에게 매일 장작을 패게 하거나 물을 긷게 했다. 왜 배우고 싶은 것을 가르쳐주지 않을까. 당연히 불만을 품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학습 의욕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우리의 조상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애를 태우고 나서야 겨우 가르쳐 주었다. 이렇듯 옛날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흐르기 쉬운 학습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글라이더를 비행기로 바꾼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학교는 가르치는 쪽이 너무 적극적이고 너무 친절하다. 무엇이든 기필코 가르쳐주려 한다. 필요한 것을 입에 넣어주니 의존심이 커진다. 학습자는 수동적이 되고 진정한 교육에는 실패한다.


그리스인들이 인류 역사상 가장 빛나는 문화의 기초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문제를 만드는 뛰어난 힘이 있고, 모든 것에 늘 ‘왜’를 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비행기 능력이 뛰어났다.



◉ 생각이 발효될 때까지 기다려라


논문을 쓰려고 할 때는 주제를 먼저 정해야 한다. 이후 주제에 맞는 소재들을 하나하나 모아 놓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치 맥주를 제조할 때, 보리가 아무리 많아도 그것만으로는 맥주를 만들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에 아이디어, 힌트가 꼭 필요하다. 이것은 특별히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정해진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잡지를 읽다가, 남들과 잡담하다가,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보다가도 아이디어를 발견한다. 맥주 제조를 예로 든다면 이러한 힌트, 아이디어는 발효소에 해당한다. 효소를 더하지 않으면 보리가 술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이디어와 소재만 있다고 당장 발효되고 맥주가 만들어지는가? 그렇지 않다. 이것들을 얼마 동안은 가만히 놔두어야 한다. “재워 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 때, 소재와 발효의 화학반응이 진행한다. 머릿속의 양조장에서 시간을 들여서 기다려야 한다.


얼마 동안 재워두면 발효가 되는지, 학생들이 물어오지만, 맥주 제조와는 다르게 이것은 일정하지 않다. 일단 발효가 되면 머릿속에서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기회가 되면 떠오르게 된다.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는 이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숙성된 주제는 제 발로 찾아온다.”



◉ 남들과 다른 ‘세렌디피티“가 있는가


세렌디피티란 말은 “우연에 의한 창조”를 뜻한다. 이 단어의 유래는 독특한데, 18세기 영국 작가 호레이스 월폴이 쓴 <세렌디프의 세 왕자>라는 동화가 유래이다. 인도의 세 왕자가 보물을 찾아 떠났다가 보물은 찾지 못했지만 우연히 찾아온 행운 때문에 지혜와 용기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재워둔다’는 것은 중심부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를 잠시 열기를 식히기 위해 주변부로 이동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렇게 하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쉽게 세렌디피티를 일으키는 환경에 놓인다. 인간은 의지의 힘만으로는 모든 것을 이루기 힘들다. 무의식의 작용에 은혜를 입는 것이 때로는 중요하다. 세렌디피티는 우리에게 그것을 가르쳐 준다.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그때까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가 느닷없이 튀어나와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엉뚱함이 세렌디피티를 가져도 준다. 엉뚱하다고 거부하지 말기를. 우리는 그런 부담 없는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극을 준다.



◉ 머릿속을 비울 때 생각이 열린다


어느 곳에서 가장 좋은 생각이 떠오를까. 중국 송나라 때 문장가인 구양수는 ‘삼상’이라는 말을 남겼다. 삼상이란
‘말 위’, ‘이부자리 위’, ‘화장실 안’을 뜻한다. 말 위라면 지금 같으면 통근 전철 안, 차 안 정도일 것이고, 두 번째는 잠자리에서이고, 세 번째는 화장실 안이다. 모두 다 다른 일은 일절 하지 말고 멍하니, 혹은 웬만하면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다른 것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그리고 지금 하려는 것은 특별히 마음을 어지럽힐 정도의 일도 아닌, 마음은 즐거운 상태가 창조적인 사고에 적합한 상태이다.


‘지켜보는 냄비는 끓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일상의 냄비 곁에서 벗어날 때 생각의 전개가 촉진된다.





오늘은 일본의 영문학자이자 명수필가인 도야마 시게히코 교수의 책을 한 권 보았습니다. 지식인으로서 '생각하기'의 즐거움과 그 방법의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생각하기'를 먼저 본다면, 사실 모든 사람은 생각을 하고 살겠지요, 하지만 제대로 '생각하기'를 하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저자는 여기에 중점을 두고 단순히 지식을 쌓아두는 것을 넘어서 얻어진 지식을 매개로 창조하는 삶을 살아라고 가르쳐 줍니다.


지식인을 '글라이더형 인간'과 '비행기형 인간'으로 나눈 것이 재미있지요. 열심히 하되 단순히 시키는대로 공부하여서 그 이상 넘어서지 못하는 글라이더형 인간을 학교에서 양산하고 있다고 하고 인공지능의 시대에 이러한 인간형은 아주 어려운 처지에 처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자기 주도형 학습, 제대로 생각할 줄 아는 비행기형 인간이 스스로 창조하고 처음 접하는 환경에서도 헤쳐나갈 힘이 있다고 합니다.


저자의 예 중 흥미로운 것이 바로 예전에 무술을 배울 때, 몇 년을 장작을 패게 하거나 물을 긷게 했던 방식에 대한 고찰입니다. 요즘 학교처럼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 하고 학생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단순 노동을 시켜 스스로 배우고 싶고 알고 싶어하는 의욕을 최대한 끌어 올린 후 서서히 가르쳐 주는 지혜를 선현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맥주를 제조하는 과정에 비유한 것은 참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제를 정하고 소재를 찾은 후, 아이디어나 힌트라는 발효소를 첨가하고는 '재워둠'의 과정을 거치면 비로소 발자크의 말처럼 스스로 찾아 들어온다고 하네요.

이전에 소개한 '고수의 습관'이란 책에서 세스쇼스탁 박사의 글이 떠오르네요. 그도 창의력을 발휘하는 방법은 '아이디어가 익을 때까지 내버려 두라'였습니다. 오늘 도야마 교수도 '재워둠'의 의미를 강조하는데, 재워둠이란 풀리지 않은 문제를 열기가 덜한 주변부로 이동시켜 우연한 행운을 일으키는 '세렌디피티'의 공간의 효과를 보라는 말을 합니다.


송나라의 구양수의 말처럼 '삼상', 즉 말 위, 잠자리, 화장실 등에서 생각이 엉뚱하게 튀어 오를 수 있는 공간에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공부하던 시절, 화장실, 목욕탕 이런 곳에서 특히 잘 외워지더군요.


오늘 노교수의 창조의 아이디어를 얻는 좋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백이면 백, 천이면 천, 전부 그 생각틀이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또 그 흘러가는 기본 메커니즘은 비슷할 것이기에 저자의 노하우를 자신만의 틀에 맞추어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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