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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20. 2016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김혜남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김혜남 저


                               강 일 송


오늘 한번 살펴볼 책은, 50대의 정신과 전문의인 김혜남작가의

책입니다.  


30년간 정신과의사로 살아온 저자는, 어느 날 40대 초반에

파킨슨병을 진단받게 되었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지나오면서 느낀

소회를 담담히 풀어가고 또한 어려움에만 머무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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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입니다”

2001년 그녀는 43세의 젊은 나이에 주로 65세 이후에 나타나는 병인

신경퇴행성 질환에 걸립니다.

이 병은 “도파민”을 생산하는 뇌조직의 손상으로 손발이 떨리고, 근육

이 뻣뻣해지고, 행동이 느려지고 말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증상으로

나타나고, 우울증, 치매, 편집증 등이 동반하며 15-17년 후 사망이나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병입니다.

치료법도 제대로 없지요.


이후 그녀는 한 달간 침대에 누워 지냅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려야 했는지, 끔찍한 현실에 몸서리칩니다.

이대로 죽고 싶다는 생각에 매일을 보내던 중


“아니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나는 그대로인데, 단지 달라진 것은

미래가 조금 불확실하고 현재가 조금 불편해진 것 뿐인데,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현재를 망치고 있는 거지?“


그녀는 다시 일어납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하고 강의를 나가고

집안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도파민작용제도 첫 약이 보통 3년을 가는데 12년을 버텨서 다음 단계

약으로 넘어가고, 12년 동안 책을 5권이나 씁니다.


“아. 한발짝이구나.”

밤에 약의 효과가 떨어지면 화장실까지도 못가서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2초면 갈 화장실을 5분 넘게 결려서 겨우 갔는데,

일단 한발짝을 떼는 것, 그것이 시작이며 끝이라고 저자는 이야기

합니다.

삶을 포기하지 말고 용기내어 일단 한 발짝만 내디뎌 보라.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그녀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그녀의 사촌오빠가 이야기합니다.

“인생에 최선만 있는 것이 아니야.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 있고

차차선도 있는 법이거든. 그래서 끝까지 가봐야 하는 게 인생이야“

지금 위기는 하나의 문이 닫힌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좌절할 필요가 전혀 없지요.


“완벽한 때는 결코 오지 않는 법이다.”

완벽주의를 버린다고 해서 절대 삶이 무너지지 않으며, 오히려 더

삶을 즐길 수 있다합니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나는 평생 생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헤맸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저자는 말합니다.

“내 삶에는 늘 빈 구석이 많았고, 그 빈 구석을 채우는 재미로

살아왔고, 또한 나는 가고 싶은 길을 갈 것이다.

준비가 좀 덜 되어 있으면 어떠한가. 가면서 채우면 되고

그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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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서 인간은 성별, 지위, 나이, 모든 것을 불문하고

너무나 취약한(vulnerable)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됩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누군가는 암 진단을 받을 수 있고, 내일이라도

교통사고가 날 수 있으며 지금 있는 건물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인생이지요.

장담이란 게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 모를 지경입니다.


최근에 본 영화 중 <스틸 앨리스>가 있는데, 50세 정도의

언어학자이자 유명한 교수인 앨리스가, 어느 순간 기억을 다

잊게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게 된 것을 알게 되고

그 이후 일련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여기서도 비슷한 과정을 겪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되는 데요

언어학에 있어서 수많은 책을 저술한 주인공이 딸의 이름조차

기억을 못하게 되고, 집안에서 길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오늘 책 제목에서 보듯이 파킨슨병으로 화장실도 혼자서 가지

못하는 저자가 “사는 게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건강할 때 발견하지 못한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을 보게 되고

살아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게 됩니다.


때론 인간의 위대함이, 강하고 지혜로운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나약함, 취약함 등 , 약함이 있기에 그러하지 않은가

역설적으로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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