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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Oct 07. 2016

<아시아인이 수학을 더 잘하는 이유>

“아웃라이어” 중에서


<아시아인이 수학을 더 잘하는 이유> 말콤 글래드웰
- “아웃라이어” 중에서

                                                                강 일 송

오늘은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 중에서 지난번 마태복음효과와 1만
시간의 법칙에 이어 한 가지 주제를 더 보려고 합니다.

미국에 가서 슈퍼마켓이나 가게에서 계산을 하다 보면 미국인들이 단순한
계산이 참 안 된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오늘 저자는 여기에 대한 문화적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주제를 한번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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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은 생명이다.

중국인은 수천 년간 쌀농사를 지어왔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지로
쌀농사법이 전파된 근원지도 중국으로 여겨진다.
쌀농사는 말 그대로 ‘짓는’ 것이지 밀농사처럼 ‘가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토질의 산기슭과 습지 및 강 근처에서 힘겨운 과정을 통해 지어진다.
특히 논은 물의 드나듦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로 두렁이 함께
만들어진다. 이때 논두렁은 반드시 인근의 물길과 닿아 있어야 하고 통로가
있어 알맞은 양의 물을 조절해야 한다.

특히 논에는 단단한 진흙이 바닥에 깔려 있어야 한다. 또 그 위에는 부드러운
진흙층이 두텁게 깔려 있어야 모를 심을 수 있다.
벼에는 주기적으로 비료를 뿌려주는데 이것은 또 다른 기술의 영역이다.
파종할 시기가 다가오면 수백 가지의 볍씨 중에서 무엇을 심을지 선택하게
된다. 각각의 종은 성장 속도, 가뭄을 견디는 정도, 토양에 대한 적응력 등
에서 약간씩 차이가 있다.
쌀농사는 가업이기에 모든 가족이 들에 나가 볍씨를 심는다. 모내기를 한
이후에도 농부들은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며 정성을 다한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쌀이 건강과 지위의 척도였다. 매일, 매 순간 일하라는
것은 쌀의 명령과도 같았다.
“쌀은 생명입니다. 쌀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 세계는 쌀로
돌아가고 있어요.”

◉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수리력의 비밀

4,8,5,3, 9,7,6 이 숫자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입으로 소리 내어 보자.
이제 20초 동안 다른 곳을 쳐다보며 방금 외운 숫자를 기억해내 다시
큰소리로 말해보자. 영어권의 사람들은 다시 말할 가능성이 5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분이 중국인이라면 거의 확실하게 이 숫자를
다시 말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인간의 기억이 작동하는 최소 단위는 2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2초 안에 말하거나 읽을 수 있는 것은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숫자를 읽을 때 쓰는 중국어의 단어는 매우 짧다. 가령 4는 ‘쓰’이고
7은 ‘치’이다. 영어에서는 ‘four', ’seven'으로 훨씬 길다.
영어의 숫자 체계는 대단히 불규칙하지만 한국, 중국, 일본의 경우에는
매우 논리적이다.

중국에서는 네 살만 되어도 보통 40까지 헤아린다. 그 나이의 미국 아이
들은 고작 15까지밖에 세지 못하며 대부분 다섯 살이 되어도 40까지
세지 못한다.
숫자 체계가 규칙적이라는 것은 아시아 어린이들이 기초적인 산술을 훨씬
쉽게 할 수 있게 하고, 또한 수학을 암기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게 하여 수학을 잘하게 하는 선순환을 가져
오게 한다.

결론적으로 수학을 잘하는 것은 그가 속한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 1년에 3,000시간을 일하는 쌀농사꾼

역사적으로 서양의 농업은 ‘기계 중심’이다. 따라서 효율성을 높이거나 수확
량을 늘리고자 하는 농부는 수확기, 건초기, 콤바인, 트랙터 등 기계장비
를 도입했다. 하지만 동양의 경우는 농지로 개척할 땅이 적고 돈이 적어서
자신의 시간을 잘 관리하고 보다 나은 선택을 함으로써 수확량을 늘려야
했다.

부시맨 쿵족은 일주일에 12-19시간을 일하며 나머지는 놀고 지낸다. 이것은
1년에 1,000시간 정도 일한다는 뜻이다. 18세기 유럽의 농노도 1년에 200일
정도 새벽에서 정오까지, 즉 1,200시간을 일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논에서 일하는 농부의 업무량은 대략 연간
3,000시간으로 추정한다.

◉ 벼농사를 짓는 사람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벼농사에는 두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첫째, 노력과 결실 사이에 명확한 관계가 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수확량이
늘어난다.
둘째, 복잡하다. 무엇보다 가족의 노동력을 잘 조합해야 하고 종자 선택을
통해 위험을 회피해야 하며 섬세하게 수로를 만들고 협업해야 한다.

어느 대학을 가더라도 압도적으로 많은 아시아권 학생이 가장 일찍 도서관에
들어가 가장 늦게까지 공부한다.
성공하는 모든 사람은 열심히 일한다. 쌀농사를 통해 형성된 문화의 최고
장점은 그 어려운 일 속에서도 가치를 찾아낸다는 것에 있다.
그 교훈은 아시아인들에게 많은 영역에서 도움을 주고 있으며, 특히 수학의
경우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 벼농사 문화와 수학실력의 놀라운 상관관계

전 세계의 교육자들은 4년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제수학과학연구경향(TIMSS)를 치러 평가한다. 또한 수학 올림피아드가 매년
세계의 유명 도시에서 열려 1,000명의 중학교 2학년생이 시험을 치른다.
그 순위의 상위권에 어떤 나라가 놓여 있을까? 그 결과는 별로 놀랍지 않을
것이다.

싱가포르, 한국, 대만(중국), 홍콩, 그리고 일본이다.
이 다섯 나라는 공통적으로 논에 물을 대는 쌀농사를 지어왔고, 그 일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문화가 자리 잡은 나라들이다.
그들 나라는 돈 한 푼 없는 가난한 농부들이 1년에 3,000시간씩 수백 년간
질척대는 논바닥에서 일하면서도 서로 “1년 내내 해뜨기 전에 일어날 수
있다면 어찌 부자가 못 되리” 라고 말해온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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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나의 문화가 어떻게 그 구성원 들에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이야기
를 한번 보았습니다.

아시아인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에서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으로
평이 자자합니다.  그리고 수학에서 특히 뛰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세계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에서도 아시아 5개국이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저자는 쌀농사를 짓는 문화권의 영향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숫자를 세는 언어의 구조가 단순하여 계산이 쉽고 이로 인해 동반 상승
된 자신감이 수학을 잘하게 해준다고 합니다.
즉, “1년 내내 해뜨기 전에 일어날 수 있다면 어찌 부자가 못 되리”라고
말하는 문화이기에 근면하고 성실함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본다면 쌀농사를 짓는 문화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을 수 있으나 아시아인과 유럽인의 근본적인 유전적 성향에 대한 차이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고, 또한 최고의 수학자가 아직 아시아권에서 많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단순한 셈법이나 수학 실력 외에 창의적이고 기발한 사고를
하는 데 있어서까지는 이러한 문화적 영향이 미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여튼, 말콤 글래드웰은 타고난 글쟁이이고, 이야기를 풀어 나감에 있어서
흥미진진함을 놓치지 않게 하는 재능이 있습니다.
검색해 보니, 2012년 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 한국이 우승한 성적표가
나오는군요.

다음에 이어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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