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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Nov 22. 2016

<평생 잊지 못할 한 구절>

신경림 외 27명

<평생 잊지 못할 한 구절> 신경림 외 27명

                        강 일 송

오늘은 명사들이 책을 읽다가 가슴에 와 닿은 글들을 모아놓은 책
입니다. 시일 때도 있고 산문일 때도 있습니다.
다들 자기의 삶의 고비에서 위안이 되고 빛이 되었던 구절들을
찾아서 올렸습니다.

오늘 그중 2편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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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으로 읽는 시 -- 장영희(1952-2009), 대학교수, 작가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에밀리 디킨슨(1830-1886)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Unto his nest again
I shall not live in v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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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아픈 마음 하나 달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한 생명의 아픔 덜어 줄 수 있거나
괴로움 하나 달래 줄 수 있다면
기진맥진 지친 울새 한 마리
둥지에 다시 넣어 줄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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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내 홈페이지 대문에 쓰여 있는 에밀리 디킨슨의 “만약 내가” 라는
시이다.
19세기 미국의 대표적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통상 마치 암호같이 난해하고
복잡한 시를 쓰는 시인이다. 그런데 이 시는 너무 간결하고 메시지가 직접
적이라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 나는 정말 에밀리 디킨슨의 시인가 의심이
갈 지경이었다.
이 시를 내게 처음 보여준 친구는 미국에서 유학할 때 같은 조교 사무실을
쓰던 카알이라는 친구였다. 그는 시인이기도 했는데 아무리 잡지사나 출판
사에 시를 보내도 번번이 거절 당하곤 했다.
나는 농담삼아 “혹시 네가 쓴 것 아냐?” 라고 했더니
“시는 보통 가슴으로 읽는 시와 머리로 읽는 시가 있잖아. 그런데 일반적으로
아주 난해한 시를 쓰는 시인도 가슴으로 읽는 시를 쓸 때는 문체나 이미지가
쉬워진다고 해. 나는 요새 이 시가 더욱 좋아지는 게 아마 나이가 들어가서
인가봐.”
당시 나이가 꽤 많았던 늦깎이 학생이었던 카알은 이렇게 말했었다.

나도 요즘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 시가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얼마 전에 놀랍게도 거의 20년 만에 카알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인터넷
구글에서 내 이름을 찾아 이메일 주소를 알아냈다는 것이다.
그는 시인도 영문과 교수도 아니고 의료기 제조회사에 근무하다가
은퇴하여 늦게 결혼한 부인과 볼티모어에 살고 있었다. 부인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인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고 말했다.

카알은 디킨슨처럼 가슴으로 읽는 시를 쓰는 시인은 되지 않았지만
몸으로 그 시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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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은 선택 -- 조안리(1945~) 기업인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선택하겠다.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웃으며 맞이하겠다.

어떤 현자는 말했다. “나는 행복하기 때문에 노래 부르는 것이 아니라
노래 부를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 내가 미소 짓기를 선택할 때
나는 내 감정의 주인이 된다. 낙담, 절망, 좌절, 공포는 내 미소 앞에서
다 사라져버린다.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선택하겠다.
나는 감사하는 마음의 소유자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절망의 구름을
순식간에 없애버린다. 나는 남과 비교하지 않겠다. 나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한 사람이다. 이런 감사하는 마음에는 절망의 씨앗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나는 매일매일을 웃음으로 맞이할 것이다.
나는 감사하는 마음의 소유자이다.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선택하겠다.

-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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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장 중 나는 탑승을 기다리느라 서점에서 서성거리다가 ‘뉴욕
타임즈, 아마존닷컴, 반즈앤노블 베스트셀러’라는 표시가 요란한 책,
<Traveler's Gift>, 한국어판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에 눈이 머물렀다.
본문 앞, 차례 페이지를 훑어가다가 ‘선택-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선택하겠다. 안네 프랑크’ 라는 소제목에 이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이 얼마나 대담한 선언인가. 얼마나 자명한 진리인가.

그렇다. 인생은 선택이다. 우리의 인생은 많은 사건들의 연속으로
생각되지만 실은 그 사건들에 반응하는 우리의 크고작은 선택의
결과로 점철되어 있다고 하는 게 더 옳을 것이다.

교회,학교,부모님, 온 세상이 반대하는 켄과의 사랑과 결혼도 나의
선택이었다. 그후 사업에 성공했을 때, 순간적인 기쁨 뒤에 찾아오는
허탈감과 더 큰 욕망에 당황했고, 켄의 죽음과 딸의 출가 후 끊임
없이 시달려야 했던 외로움을 이기려고 발버둥치다 어느 날 아예
고독과 외로움을 친구로 받아들이자고 결정한 후 슬며시 찾아온
마음의 평화에 짐짓 놀라고 감사했다.

인생은 선택이다. 우리는 오늘 당장, 매순간 행복과 감사를 선택해야
한다. 행복은 가까운 곳에, 현재에 있다. 행복은 쟁취해서 얻는
먼 훗날의 결과물이 아니다. 더 자주 웃고 더 많이 사랑하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 우리 존재에 감사하는 것, 이것이 행복이다.
길지 않은 인생, 이왕이면 행복하게 살기를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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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장영희교수와 조안리씨의 글 두 편을 함께 보았습니다.

장영희교수는 어릴 때 앓은 소아마비로 평생 목발을 짚고 힘들게 살았지만
환경에 굴하지 않고 미국 유학후 모교인 서강대학교에서 교수를 하였습니다.
비록 암으로 인해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삶의 향기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늘 그가 선택한 시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였습니다.
시는 참 단순한 내용입니다. 타인의 아픈 마음,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내 인생은 의미있고 보람이 있다는 내용이지요.
미국에서 유학할 때 만난 카알은 무명 시인 지망생이지만, 장애인 부인을
만나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는 삶의 시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몸으로 시를 실천하는 시인이라고 장교수는 이야기하네요.

두 번째 글은 기업가이자 여러 책을 쓴 작가인 조안리씨의 글입니다.
그는 인생의 성공과 기쁨, 슬픔, 외로움 등을 모두 다 경험하고 고독과
외로움 조차도 친구로 맞이한 후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맛보았다고 고백
합니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라는 책에서 만난 내용을 그는 소개하고 있는데,
행복이란 본인의 선택이라고 합니다. 행복이란 결국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주체적으로 찾아 나서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지요.
현재, 지금, Now 에 더 자주 웃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감사하라고
말합니다.

세상에는 참 좋은 말들과 조언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만 해서는
결코 그 말들이 내 인생에 들어오지 않을 것입니다. 마음으로 느끼고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한발작씩 실천을 할 때 비로소 나의 삶에서 빛을
발하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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