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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Feb 08. 2017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나는 어떤 공간에서 행복하고, 창의적이며, 안식하는가”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콜린 엘러드

-- “나는 어떤 공간에서 행복하고, 창의적이며, 안식하는가”


                                      강 일 송


오늘은 일상에 영향을 주고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콜린 엘러드(Colin Ellard) 교수는 신경과학과 건축 및 환경

설계를 접목시켜 ‘심리 지리학,Psycho-geography)'을 이야기하는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의 인지신경과학자이자 도시현실연구소 소장

입니다.

<로스앤젤스타임스>에서 ‘이 시대 뛰어난 과학 저술가들 중 한 사람’

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지은 책으로 “당신의 현 위치”가 있습니다.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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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도, 성당 안에 들어가면 그 성스러운

기운에 자못 경건해진다.

모든 인간은 인공 건축물 안에서 생활하며,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매 순간 공간과 상호작용을 한다.


공간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흔드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무렵이다. 당시 환경심리학 또는 건축심리학이라는 이름

으로 탐구를 하였고, 이후 심리학이 신경과학을 만나면서, 신경건축

학이 나타났다. 신경건축학은 뇌 활동까지 측정함으로써 생물학적

토대 위에서 총체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 건축의 시작


인간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아주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문자, 도시, 정착지 건설, 나아가 현대 인류를

형성한 모든 사건 중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친 농업의 발생을

비롯한 인류문명의 그 어떤 사건보다도 앞서서 시작되었다.


터키 남부의 우르파라는 도시 근처의 고대 유적 ‘쾨베클리 테페’에서

건축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11,000년 이상 된 이곳에는 석판 벽과

석판 기둥이 늘어서 있는데 무게가 10톤이 넘는 석판도 있다.

괴베클리 테페는 단순한 주거지가 아닌 구조물로서 인간이 만든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이 구조물이 발견되면서 건축의 기원에

관한 오랜 믿음이 뒤집혔다. 그 전에는 가축을 길들이고 정착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건축이 발전하고 마침내 도시가 형성되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괴베클리 테페의 석판은 농사짓던 사람들이 아니라

수렵채집인들이 쌓은 것이다.

이곳은 인간의 형상과 거대한 새와 뱀, 육식동물 그림이 새겨져

있는 종교적 성소이자 수백년 간 사람이 다녀간 순례의 장소였다.

즉, 수렵을 하면서 매일같이 마주하는 위험에 대한 공포를 다스리기

위한 주술적 상징물이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최초의 인류가 건축물을 지으려고 한 이유는 인간의 유한성을

인식한 데 대응하기 위해서이고, 이런 원시 건축물은 죽음과의

원초적 투쟁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 인간은 거주지를 어떻게 고르는가


인간이 특정 자연 경관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고대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미국의 지리학자 제이 애플턴은 인간과 다른 동물들과의 연속성을

주장하면서 “조망,prospect" 과 ”피신,refuge"이라는 두 가지 기본

원리로 인간이 심미적으로 특정 자연 경관을 선호하는 성향을 설명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오늘날 골프장에서 적이나 포악한 포식동물과 맞닥뜨릴 위험은 거의

없지만 골프장은 조망과 피신의 원리에 따라 교묘히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아침나절 조그만 흰색 공 하나 때문에 그렇게 벌을 받고도

계속 그 풍경에 머물고 싶어 하는 것이다.


원시시대에 생존에 바람직했던 기호가 현대인의 행동에 나타나는 경우

는 많다. 예를 들어 환경의 선호도 연구에서 아프리카 동부 사바나

와 유사한 장면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난다. 우리는 듬성듬성

흩어진 수풀과 나뭇가지가 넓고 낮게 우거지고 몸통이 굵은 나무,

그러니까 아프리카의 이런 풍경을 좋아한다.

나이지리아의 열대우림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 등 전혀 다른 곳에

살아가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사바나 장면에 대한

선호도가 유사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런 연구를 토대로 ‘사바나 가설’에서는 우리가 본능적으로 인류의

조상이 거주하던 아프리카 동부의 인간을 둘러싼 환경을 선호한다고

주장한다. 애플턴의 조망과 피신 이론처럼 사바나 환경을

선호하는 성향은 인간이 7만 년 전에 생존 가능성을 높여 줬을

장소에 거주하도록 유전적으로 설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창문으로 자연풍경을 내다볼 수 있는 환자는 콘크리트 벽만 볼 수

있는 환자보다 더 빨리 회복된다고 한다.

또한 풀과 나무가 많은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안전

하다고 느낀다고 보고했다. 실제로 초목이 많은 동네에서는

반(反)문화행위와 범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에 대한 원초적인 반응이 현대의 거주지 선택에 필요하지

않은 요인과 관계되지만, 여전히 도시환경의 범죄율과 거주적합성,

행복을 비롯해 심리적으로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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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공간이 인간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책을

살펴보았습니다.


현대는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입니다.  학문의 경계가 낮아져 서로가

넘나드는데, 오늘은 공간의 활용, 즉 건축과 심리학, 더 나아가 뇌과학

과의 학문적 융합을 보게 됩니다.


저자가 말하였듯이 인간은 늘 인공건축물 안에서 생활을 하고, 그곳의

영향을 필연적으로 받습니다.

"쾨베클리 테페"의 유적은 무려 11,000년 전이라고 하니 농경이 시작

되어 도시가 발생하기 전의 유물입니다.

즉, 이제까지의 통념을 뒤엎고 농경이 시작되기 전 수렵채집 시대에

이미 거대한 석판으로 만든 건축물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이는 대부분 주술적, 종교적 목적이 큽니다.   자연에 대한 지식과 대응

하는 방법이 서툴렀던 선조들은 늘 환경의 위협에서 지내야 했고

이에 대한 해소 방법으로 주술적, 종교적 행위를 이러한 장소에서

행하였던 것입니다.


애플턴의 "조망", 과 "피신"에 대한 학설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위협적인 포식 동물에 대처하기 위해서 조망을 하고 도망갈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안전했겠지요.  그래서 현재 열대에 살든, 온대에 살든,

사막에 살든 모든 인류가 "사바나 환경"을 선호하는 것은 이또한

과거 수백만 년 이상 지속된 안전에 대한 욕구와 본능이 유전자에

저장이 되어 있어서일 것입니다.


골프장이 "조망"과 "피신"의 원리를 교묘하게 심어서 설계를 했다는

것은 아주 신선한 내용이었습니다. 골퍼들이 그렇게도 벌을 받고도

그 곳에 계속 머물고 싶고, 틈만 나면 가고 싶은 이유가 그것이었군요.


저자는 나아가 향후 가상공간에까지 접근을 합니다. 가상공간도

실제 공간과 상당히 유사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합니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라고 이 책은 말합니다.    


한번 일독을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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