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새로운 생각은 받아들이는 힘에서 온다> 김용택
강 일 송
오늘은 “시인의 마음으로 보고 듣고 생각하고 표현하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김용택(1948~)시인입니다. 흔히 섬진강 시인이라 불리는
그는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농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물두 살에
모교인 덕치초등학교 교사가 됩니다. 교사가 되고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생각이 일어나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그것이
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2008년 퇴직한 후 강연을 하고 글을 쓰며 지내는 데, 오늘 그의
글을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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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배우다
나는 섬진강변 작은 마을에 태어나 자라, 그 작은 마을에 있는
작은 초등학교에서 평생을 살았습니다. 아니 평생이 아니라
내 나이 60세가 되던 해에 그 학교를 퇴직했습니다.
퇴직한 지 벌써 8년이 되어 갑니다.
그리고는 강연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내가 주로 하는 이야기는
농부들이 나에게 가르쳐 준 이야기와 아이들이 내게 가르쳐 준
이야기들입니다.
마을 농부들은 학교를 다닌 사람이 몇 분 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책도 안 보고 학교 공부도 따로 안 합니다. 그런데
내가 사는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농부들은 자연이 하는 말을 잘 듣고 자연이 시키는 일을 잘
따르며 살았습니다. 자연의 생태와 순환 속에서 살아가는 이치를
배우고 따르며 살았던 것이지요. 나는 그런 농부들의 삶을
배웠습니다.
★ 가르치면서 배우다
-- 한 학교를 37년 다니다
내가 나고 자란 마을에서 40분 정도 걸어가면 작은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여기를 졸업하고 이웃의 순창중학교와 순창농림고등학
교를 졸업한 후 서울에 잠깐 있다가 내려와서 선생이 되었습니다.
1969년도에 선생이 되었는데, 그때 초등학교 교사가 너무 부족
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에게 시험을 치르게 해서 합격
이 되면 4개월 정도 강습을 시켜서 선생으로 발령을 내보냈지요.
그때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선생이 되어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나는 학생으로 6년, 선생님으로 31년 6개월 그러니까, 37년하고
6개월 동안을 덕치초등학교에서 살았지요. 이따금 내가 나를
생각해도 참 훌륭한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남이 칭찬을 안 해주면 내가 나를 칭찬하면 되는 거에요.
한 학교에 오래 있다 보니까 아버지도 가르치고 아들도 가르치
게 되었습니다. 하는 짓이 지 아버지하고 똑같아요. 어쩌면
그렇게 뒷모습이 똑같은지 몰라요. 앞서 뛰어가는 채훈이를
부른다는 게 그만 “택수야” 하고 부르면 “택수는 우리 아버지에요”
그러지요. 공부도 자기 아버지만큼만 해요. 어떤 가족은
형제들을 다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학부형들이 전화를 못 해요. 왜냐하면 자기들이 학교 다니면서
무슨 짓을 했는지를 내가 잘 알고 있거든요.(웃음)
★ 뭘 써요, 뭘 쓰라구요?
이제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을 정리했는가를 볼까요?
중간고사
임채훈
오늘은 시험을
보는 날,
나는 죽었네.
나는 죽었어.
왜냐하면
꼴등을 할테니.
아까 채훈이 아빠도 내가 가르쳤다고 말씀드렸지요? 채훈이
아빠 이름은 임택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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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써요, 뭘 쓰라구요?
문성민
시 써라.
뭘 써요?
시 쓰라고.
뭘 써요?
시를 써서 내라고!
네. 제목은 뭘 써요?
니 마음대로 해야지.
뭘 쓰라고요?
니 마음대로 쓰라고.
뭘 쓰라고요?
한 번만 더 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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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양승진
언니가 코를 골아요.
코굴코굴 참 시끄러워요.
숨이 팔딱팔딱 뛰어요.
동시를 안 쓰고 잤어요.
언니가요.
승진이의 언니는 우리 반이었습니다. 나한테 혼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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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글이나 그림으로 자기 생각을 정리합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거지요.
이러한 새로운 세계를 보고 사람들은 마음이 끌리고, 관심을
갖고, 공감하고, 감동을 하는 것입니다.
감동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동은 바람처럼, 햇살처럼 손에 쥐여지지 않지만 느끼고
스며듭니다. 그리하여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게 합니다.
햇살이 바람과 풀과 나무를 가꾸듯이 말입니다.
새로 쓴 한 줄의 시가, 한 문장이 나를 바꾸기도 하고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어떤 물건 하나가 세상을 바꾸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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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인의 글을 함께 보았습니다.
김용택시인은 초등학교 교사로 평생을 헌신하다가 은퇴를 하고
주로 강연을 하러 다니면서 쓴 글을 이 책으로 엮었습니다.
자신이 졸업한 시골 학교에서 37년간 근무하면서 아버지와 아들을
함께 가르치기도 하고 온 가족을 가르치기도 했다 하지요.
오늘 그의 이야기는 소박하고 진솔하고 푸근합니다.
농부들은 책을 읽지도 학교를 다니지도 않아도 삶을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데, 그 이유는 자연의 소리를 잘 듣고 자연의 말을
잘 따르기 때문이라 합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의 삶이 힘들어 진것은 자연에서 너무 멀어져서
그런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아이들이 쓴 시를 몇 편 소개해 놓았는데, 정말 아이들의 눈은 참으로
맑고 거침이 없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을 함께 가르친 시인은 부자가
참으로 닮았다고 말합니다. 하는 짓도 똑같고 공부도 똑같이 비슷하
게 한다고 하네요^^.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 어디서든 감동을 받으면, 햇살이 바람과 풀과
나무를 가꾸듯이 우리를 소리 없이 변화시킨다고 합니다.
저자의 시가 저한테는 그렇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저자의 시 한편 올리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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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김용택 (1948~)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