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기록으로 읽는 한글의 역사”
<훈민정음> 김주원
--“사진과 기록으로 읽는 한글의 역사”
강 일 송
오늘은 우리의 자랑거리이자 보물인 훈민정음에 대한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훈민정음에 대해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의외로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많고 앎이 부족합니다.
저자인 김주원(1956~)교수는 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습니다. 훈민정음학회 초대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역사비교
언어학, 알타이언어학 등을 강의합니다.
그는 우리가 훈민정음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막연한 오해와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아 제대로 된 앎을 갖게
해주는 그의 글을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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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민정음의 등장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빛나는 업적인 동시에 가장 극적인 탄생
과정을 거친 것이 바로 훈민정음일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세종 25년(1443년) 12월,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諺文) 28자를 지었는데, 그 글자가 옛 전자(篆字)를 모방
하고, 초성, 중성, 종성을 나누어 합한 연후에야 글자를 이루었다.
무릇 문자에 관한 것과 이어(理語)에 관한 것을 모두 쓸 수 있고,
글자는 비록 간단하고 요약하지마는 전환하는 것이 무궁하니,
이것을 훈민정음이라고 일렀다.”
이 기록이 ‘훈민정음’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는 대목이다.
훈민정음 만들기는 일종의 비밀 프로젝트였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세종 임금은 중요한 일이라면 필요에 따라 철저히 비밀에
부친 경우도 있었으므로 이 일 역시 비밀리에 추진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 훈민정음에 반대하는 최만리 등의 반대 상소
훈민정음 창제 사실이 알려진 직후 최만리 등이 반대 상소문을 올렸
는데, 이 상소문은 창제 전후의 사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최만리 등의 상소문은 15세기 중엽의 시대 분위기를 잘 담고 있다.
조선은 중국에 대해 사대 정책을 폈다. 그 당시는 지금과는 달리
국가 간 힘의 차이에 따라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침범하여 언제든
안위를 파괴할 수 있는 시대였다. 약한 나라는 강한 나라와 외교
관계를 통해 평화로운 공존을 도모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사대
즉 ‘큰 나라를 섬기는’ 정책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조선 시대의 사대는 강자가 약자를 수탈하는 일방적인 관계라기
보다는 명분을 주고 실리를 추구하는 정책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
이다. 즉 책봉 관계를 유지하며 조공과 이에 대한 답례로 물품을 받는
희사 형식으로 국가 간 무역이 이루어졌다. 이는 동시에 중국의 선진
문화를 도입하는 방편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상소문의 내용에는 ‘동문동궤’ 글을 같이하고 법도를 같이하다. 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중국과 같은 문화생활을 한다는 뜻이다. 또한
중국의 문화 법속을 기꺼이 따른다는 사대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 훈민정음 창제의 동기와 목적
세종은 상소를 올린 신하들의 생각과는 차원이 달랐다. 세종은 이들을
불러 토론을 하고 확신에 찬 대답을 한다.
“그대들이 말하기를 음을 써 글자를 합하는 것이 모두 옛것에 어긋
나는 일이라고 하는데, 설총의 이두도 역시 음을 달리한 것이 아니냐?
또 이두를 만든 근본 취지가 곧 백성을 편안케 하고자 함에 있는 것
아니냐? 지금의 언문도 역시 백성을 편안케 함이 아니냐?”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의 목적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백성의 문자 생활의 편의, 둘째, 한자음의 정비, 셋째, 백성에
대한 교화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인데 백성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도록 글자를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이는 곧
애민정신이다.
백성이 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법률의 주요 부분을 알기 쉬운 이두문
으로 번역해서 알리자는 것이었다.
예부터 글자는 다스리는 자, 즉 통치자 또는 종교 지도자(사제)의 것
이었다. 글자를 안다는 것은 일종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통치를 위해서는 피통치자, 즉 대다수의 국민이 글자를 모르는 편이
낫다. 신하들은 이런 전통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세종은 그러한
시대정신에 과감하게 벗어나서 어리석은 백성에게 글자를 만들어 주
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시대를 뛰어넘은 획기적인 생각이었다.
★ 훈민정음에 대한 오해
(1) 세종대왕은 우리말을 발명했다?
-- 그렇다면 세종대왕 이전에는 도대체 무슨 말을 썼단 말이오?
언어학 전공이다 보니 이런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하지만 이는
‘말’과 ‘글’을 구별하지 못해서 생긴 대표적인 질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과 글을 구별하지 않는다.
한글이 과학적인 글자라고는 할 수 있지만 과학적인 언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어떤 언어가 더 과학적이고 덜 과학적이라고 분류하는
것이 잘못되었고, 한글을 언어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잘못되었다.
(2) 한글은 세계 기록유산이다?
1997년에 한국의 문화재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된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때 등록된 것은 “직지심체요절‘과
‘훈민정음’이다. 이것을 ‘한글’이 등록된 것으로 오해하여 ‘한글’에
대한 긍지를 높이는 잘못된 계기가 되었다.
유네스코 기록유산은 ‘기록물’에 부여되는 영예로운 인정이다.
유네스코 총회에서 승인받은 것은 추상적인 ‘한글’이 아니라 한글의
창제 원리와 운용 원리 등을 적은 책 형태의 기록물인 “훈민정음
해례본”이었던 것이다.
(3) 한글로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다?
아직까지 인류는 세계의 모든 언어를 완벽하게 적을 수 있는 표기
체계를 개발하지 못하였다. 이 점에 있어서는 한글도 마찬가지다.
현존하는 각각의 문자는 대부분 각각의 언어를 가장 잘 적을 수
있도록 관습화되어 있고, 최적화되어 있을 뿐이다.
한글로 영어의 ‘coffee'나 ’zero'등을 제대로 적을 수 없음을 생각
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로마자로는 우리말의 ‘달,딸,탈’
등을 제대로 구별하여 적지 못한다.
이러한 생각, 즉 한글로 모든 것을 적을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한글에 대한, 반복적으로 강화된 자긍심이 낳은 산물이다.
★ 진정한 자긍심은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상을 종합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한글과 한국어를 구별하지 않고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 또한 한글의 우수성만을 강조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한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른 채 막연하게 우수
하다고만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다소 과장되게 알고 있어서 한글은
세계의 모든 언어를 완벽하게 표기할 수 있는 최고의 글자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 중 하나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글 또한 장단점을 지닌다.
우리에게 있는 이 인류의 보물을 자랑하고 앞으로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그 좋은 점을 발전시키는 한편, 단점도 잘 파악하여 개선
해 나가야 할 것이다.
★ 훈민정음에 대한 찬사
훈민정음, 즉 한글에 대한 찬사는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다.
훈민정음의 우수성을 주장하는 근거는 1940년에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됨으로써 놀라운 제자 원리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서양학자들은 하나둘 직접 한글 연구에 착수했고, 이윽고 다양한 찬사
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찬사의 절정은 샘프슨(sampson, 1985)이 아닌가 한다. 그는
인류의 문자 체계를 재분류하여 자질문자 체계를 설정했다. 그는
한글이 여기에 속하며 기존의 음소문자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문자
체계라고 보았다.
토머스(Thomas, 2011)는 서양에서 줄곧 받아들여진 ‘문자가 말을
반영한다.’라는 개념이 세종의 한글로 인하여 도전을 받고 있다고
보았다.
다른 한 가지는 램지(Ramsey, 2010)교수의 평가이다. 그는 한글의
우수성, 과학성은 이제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이 인정받은 것이며,
오히려 한글 창제의 동기가 된 세종의 애민 정신이야말로 인류의
공존공영을 위해서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21세기에 한글의 역할이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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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김주원교수는 이 책을 통해서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한글, 훈민정음에 대한 오해와 편견 등을 바로 잡고 있습니다.
이는 제대로 우리 한글을 사랑하는 길이라는 믿음 때문이겠지요.
한글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오류는 한글과 우리말을 혼동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말과 글을 혼동하는 것의 부분으로 보시면
될 듯 합니다.
두 번째 오해도 첫 번째와 비슷한데, 한글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이라는 것입니다. 세계기록유산은 보이지 않는 언어
등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유물이어야 하는데, '훈민정음 해례본'
이 이에 해당이 된다 합니다.
세 번째는 한글의 우수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전 세계의 모든
언어를 표시할 수 있고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예시한 "coffee" 나 "zero"등을 한글로 제대로 적기 어려운
것을 본다면 금방 이해가 됩니다.
우리는 이미 세종대왕의 위대성과 한글의 과학적인 면 등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바탕에 흐르는 "애민정신"은 간과하고 있었습
니다. 백성들을 교화하여 스스로 죄를 짓지 않게 하려는 마음,
그리고 백성을 편하게 해주려는 마음 등은 전세계 어느 군주에게서
도 찾아보기 힘든 마음이라는 생각입니다.
또한 간송 전형필 선생은 훈민정음을 비롯한 수많은 문화재를
사재를 털어 보존합니다. 전형필 선생 같은 시대를 앞서는
혜안을 가진 선각자에
의해 많은 문화재가 보존이 된 것을 보면서 정부 차원에서나
개인 차원에서도 문화의 소중함에 대한 깊은 이해가 보편화 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