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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Mar 13. 2017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신혼여행- 고대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왜 신혼여행 싫어했나”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장한업
-- “은행- 인류 최초 은행은 조그마한 탁자로부터”
“신혼여행- 고대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왜 신혼여행 싫어했나”

                                      강 일 송

오늘은 우리 일상에서 쓰는 영어 단어의 어원을 통해 세계사를
읽고 문화를 읽는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장한업(1963~) 교수는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루앙대학교에서 불어교육학 석사, 박사를 합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인데, 저자는
유럽의 상호문화주의와 상호문화교육을 국내에 도입하고 확산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합니다.

오늘은 두 가지 내용을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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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 인류 최초 은행의 시작은 탁자 하나로부터.

은행이 영어로 뱅크, bank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단어가 탁자를 의미하고, 공원에 놓인 벤치, bench와
어원이 같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겁니다.
뱅크는 ‘탁자’를 의미하는 고대 이탈리어어 방가, banca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은행의 역사를 본다면, 최초의 은행은 약 4000년 전 바빌로니아에
있었던 신전 은행이었다고 합니다. 이곳 성직자들은 사람들에게 담보
물을 받아 대출을 해 주었고 그 내용을 일일이 적어 신전 기록실에
보관했다고 해요. 마치 오늘날 은행원처럼 말이에요.
당시 신전 안마당에는 벽에 고정해 놓은 의자나 탁자들이 있었어요.
이 물건들의 본디 용도는 거기 걸터앉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가끔
그 위에 물건을 놓고 팔거나 교환하기도 했어요. 성직자와 사람들이
의자나 탁자를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보기 시작한 거에요.

그 이후 시장에서 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성직자들은 군주나
거상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어요. 곡물을 담보로 대출해
주거나 귀중품을 보관해 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겼지요.
또한 지방과 외국의 무역상들이 힘을 합쳐 투자를 하면 이익금을
나눠 주기도 했어요.

12세기 말에는 오늘날과 같은 민간 은행이 생겼지요. 기록에 따르
면 1193년 이탈리아 피콜로미니 가문이 토스카나 지방의 시에나에
근대식 민간 은행을 세웠다고 해요. 시에나라는 지역은 프랑스에서
로마로 이어지는 무역로에 있어서 은행업이 자연히 발달할 수 있었던
곳이죠.

근대 은행업이 이탈리아에서 시작했기 때문일까요? 은행 업무와 관련
된 용어들의 뿌리는 대부분 이탈리아어랍니다. 그중 하나가 ‘파산’
을 의미하는 방가로타, banca rotta 지요. 로타는 본디 ‘썩은’ 이라는
의미지만 여기서는 ‘부서진’이라는 뜻으로 쓰여요. 글자 그대로 해석
하면 ‘부서진 탁자’이지요. 로타는 라틴어 룸페레, rumpere에서
나왔어요. 룸페레는 ‘부수다’라는 뜻의 동사인데, 여기서 ‘부서진’이라
는 의미의 과거분사 룹투스 ruptus가 나오지요.
‘파업’을 의미하는 영어 뱅크럽트, bankrupt의 럽트 rupt 또한 룹투스
에서 나온 말입니다. ‘뱅크럽트’라는 말은 이탈리아어 ‘방카 로타’가
16세기 중반 영어로 들어가면서 변화된 단어입니다.

그렇다면 왜 ‘부서진 탁자’가 ‘파산’을 뜻하게 되었을까요? 그 대답은
중세 이탈리아의 관행에서 찾을 수 있어요. 당시 은행 업무를 보던
사람들 중 일부는 무리한 투자나 대출로 채무를 지급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어요. 이 경우 그들은 업무를 보던 탁자를 부서어 자신의
상태를 나타냈고 이것이 파산을 선언하는 하나의 관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 신혼여행, Honeymoon
-- 고대 스칸디나비아 신부들은 왜 신혼여행을 싫어했을까?

영어에서 가장 낭만적인 단어를 꼽으라면 허니문이 뽑힐 거에요.
성인이 된 남녀가 보내는 첫날밤이야말로 당연히 낭만적이지 않겠
어요?
허니문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신혼여행’ 또는 ‘우호적인 관계’라고
나와요. 전자는 결혼과 관련해서, 후자는 정치와 관련해서 많이 쓰이
지요. 공통점은 허니문을 긍정적인 의미로 본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원을 따져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민속학자들은 신혼여행의 역사가 고대 스칸디나비아 근처에서 널리
행해졌던 약탈혼과 관련이 있다고 말해요. 약탈혼은 글자 그대로
신부 될 사람을 다른 곳에서 빼앗아 오는 것이에요. 이때 남자는
예비 신부를 데리고 잠시 몸을 숨겨야 했지요. 왜냐하면 신부측
가족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신부를 약탈한 사람은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 말고는 누구
에게도 거처를 알리지 않고 추격자들이 포기할 때까지 숨어 지내요.
이것이 신혼여행의 기원이에요. 오늘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신혼
여행과는 거리가 멀지요?

사람들은 신혼부부를 늘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어요. 허니문에서
허니는 ‘꿀’이라는 뜻이 맞아요. 북유럽에서는 결혼 첫 달에 발효
시킨 꿀이나 꿀을 섞은 술을 최음제처럼 마시는 관습이 있었거든요.
문, moon은 예상과 달리 달빛 아래서 둘만이 보내는 낭만적인
밤을 일컫던 단어가 아니에요. 달도 차면 기울 듯이 꿀 같은 신혼
생활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진다는 의미를 함축한 단어지요.
이후 16세기 영국의 산문가나 시인들은 이 해석을 근거로 결혼생활
을 달이 차고 기우는 것에 비유하곤 했지요.

신부가 쓰는 베일, veil 에서도 약탈혼의 흔적을 찾을 수 있어요.
‘덮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벨라레, velare에서 파생한 베일은
신부를 가리는 데 사용되었어요. 약탈한 신부를 다른 곳으로 안전
하게 데려가려면 큰 자루에 넣거나 커다란 천으로 감싸야 했지요.
많은 시간이 흐르고 천은 얇은 레이스나 망으로 바뀌었지만 용도는
처음과 변함이 없었어요. 후에 이 베일은 여성을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묘한 심리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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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계사 이야기를 두 편 정도 들어보았습니다.
문자의 어원을 파고 들다보면 지금의 의미와는 다른 흥미로운 역사가
많이 들어 있음을 알게됩니다.

먼저 "뱅크" 은행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의외로 뱅크는
돈과 관련된 용어가 아니라 탁자라는 말이었네요.
은행의 기원은 문명이 시작된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신전이었습니다.
이 시대의 사제는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을 총체적으로 총괄한
지배세력이었지요.  신정 정치라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았고
또한 경제적인 이윤추구까지 하였던 리더 집단이었습니다.

이후에 민간은행은 이탈리아에서 생겼네요. 이탈리아는 중세에 중앙
집권적인 국가가 아니라 각기 특색있는 지방도시국가로 이루어졌
고 메디치가문처럼 유력한 가문의 세력이 강했습니다.
르네상스가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피렌체에서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지요.   
금융에 관한 용어들이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한 것이 많은 것도 결국
이탈리아에서 민간 은행이 시작된 것과 관련이 있을겁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신혼여행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의 상상과는 달리 허니문은 스칸디나비아의 약탈혼에서 유래했
다고 합니다.  신부가 부족한 집단이 몰래 신부를 약탈하고는 신부측
가족들이 포기할 동안 잠적하여 있었던 기간에서 이러한 허니문이
유래를 하였습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참으로 그 토대가 허술한 경우가 많습
니다.  예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에릭 홉스붐(1917-2012)의 저서
"만들어진 전통"에서 보면, 우리가 오래전부터 있어왔을 것으로 여겨
지는 전통들이 사실은 대부분 18,19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킬트, 영국 여왕의 마차 행렬 등은 천년은 되어보이지만
18세기에서 19세기에 만들어진 전통입니다.
이 무렵 유럽의 나라들은 산업화되고 선거와 대중정치가 출현하면서
국가라는 틀이 형성되던 때라서, 국기, 국경일, 국가 등의 존재가 필요
하던 때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김치만 보더라도 고추가 들어온 것이 조선때이니 그 이전
에는 백김치를 먹었겠지요.

오늘은 단어의 어원을 통한 역사의 조명을 보았습니다.
역사는 늘 재미있고 흥미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월요일, 월요병 없는 힘찬 주초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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