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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언트, Fluent>

-- “전체를 보는 동양인, 움직임을 보는 서양인”

by 해헌 서재

<플루언트, Fluent> 조승연
-- “전체를 보는 동양인, 움직임을 보는 서양인”

강 일 송

오늘은 언어 천재라 불리는 저자의 “영어 유창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그중에서 우리가 영어를 보는 관점이 서양인과 어떻게 다른지
그 바탕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저자인 조승연(1981~)은 고교 시절 미국의 “전국라틴어 경시대회”
에서 우수상을 받았으며, 미국 고등학교 문예지에 시와 단편소설이
실리는 어학공부를 하였다합니다.
뉴욕대 경영대학을 졸업하였고, 불어 공부 2년 독학 후에
프랑스 최고 미술사 학교인 에꼴 드 루브르에 합격해 2년간
수학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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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는 왜 어려운가?

미국의 외교관 양성 기관인 FSI(Foreign Serving Institute)는
미국인에게 맞는 외국어 교육에 통달한 곳이다.
이 기관에서 학습 난이도에 따라 모든 외국어를 5개 레벨로
나누었는데, 가장 배우기 쉬운 1레벨 언어는 미국인이 약 6개월
에 걸쳐 600시간의 수업을 들으면 마스터할 수 있는 언어다.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이 해당된다.
2레벨 언어는 750시간이 필요한 독일어이고 3레벨 언어는 900
시간이 필요한 인도네시아어, 말레이시아어, 스와질랜드어이다.
4레벨 언어는 1,100시간이 필요한테 라오스, 태국, 우즈베키스탄,
아프리카의 줄루족 언어같이 우리한테 생소한 언어가 해당된다.

가장 어려운 5레벨 언어는 4레벨 언어보다 약 두 배나 어렵다.
즉 무려 2,200시간의 수업이 필요하고 대학의 학기로 치면
55학기를 들어야 하는 분량이다. 5레벨 언어는 4개가 동아시아
언어로 광둥어,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아랍어이다.
이를 반대로 생각해 보면 한국어 사용자에게도 5레벨 언어는
바로 영어가 되는 것이다.

★ 영어와 한국어의 순서 차이

내가 배우려는 언어가 모국어와 다른 부분이 적으면 배우기 쉽다.
예를 들어 미국인이 프랑스어를 배운다면 ‘주어+동사+목적어’의
어순도, 부정사의 개념도, 정관사와 부정관사의 차이도, 완료형과
일반 과거의 차이도 굳이 빠로 배울 필요가 없다. 영어를 하면서
길러진 자기의 본능을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일본어를 배울 때 ‘조사가 무엇인지’를 배우
려고 골머리를 썩일 필요가 없다. 그냥 한국어로 ‘은,는’에 해당
하는 것이 일본어로는 ‘와’가 된다는 것만 알면 금방 호환이
된다.

한 엄마가 아기를 데리고 동물원에 가서 곰을 보라고 할 때,
한국 엄마는 아기에게 “곰 봐!”라고 하지만 미국 엄마는
“Look! Bear!" 한다. 간단히 말하면 생각의 순서 자체가
한국어와 영어는 반대인 것이다.

★ ‘공항 사진 실험’과 ‘어항 실험’

비교문화학자 리처드 니스벳 박사는 동서양 사람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파악하기 위하여 여러 유용한 실험을 한 것으로 유명
하다. ‘공항 사진 실험’과 ‘어항 실험’이 그것이다.

먼저 공항 사진 실험을 보면, 공항사진을 보여주고, 배경의 건물
모양이나 비행기 색 등이 조금 다른 여러 버전을 보여 주면서
동아시아 언어를 사용하는 그룹과 영어를 사용하는 그룹의
차이를 실험했다.
이 실험에서 영어 사용자는 비행기 기종이나 색상, 모양이 달라
졌을 때 금방 알아챘다. 반면에 동아시아 사람은 사진의 배경
이 달라지거나 비행기의 위치가 달라졌을 때 재빨리 파악했다.
이는 동양 사람은 그림이 보이면 눈을 재빨리 움직여 그림 전
체를 담는 반면, 서양 사람은 가장 돌출된 부분에 눈을 고정
시키는 차이를 보인 결과였다.

이런 동서양인의 차이는 사실 언어의 차이에서 유래한다고
볼 수 있다.
서양 언어와 동양 언어의 가장 큰 차이 중의 하나는,
동양인은 ‘큰 것에서 작은 것’ 순서로 말하고, 서양인은 ‘작은 것
에서 큰 것’ 순서로 말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소를 쓸 때도 우리는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모래내로 352’ 반면 미국은
‘5, Roosevelt Drive, Albnay, New York, USA' 이다.
우리는 나라가 먼저 오고 마지막 건물 번호 순인데, 미국은
건물 번호가 먼저 오고 나라가 맨 뒤에 온다.
성과 이름을 봐도 마찬가지다.
“조” 일가=큰 범위, “승연” 개인=작은 범위
“John" 개인=작은 범위, ”Smith" 일가=큰 범위

이런 어순의 차이는 근본적인 시공 관념의 차이에서 유래한다.
우리는 세상을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보며, 배경을 파악한 후
행동을 지정하는 어순을 지녔다. 이 사고방식의 연장으로
한국인은 문장을 만들 때 배경 설명을 먼저 한다. 영어는 거꾸로
자기의 목적을 먼저 말하고 배경 설명을 뒤로 보낸다.

“어항 실험”에서도 물고기가 든 어항을 보고 동양인은
1. 어항이 있습니다.
2. 어항에 큰 물고기가 세 마리 있습니다.
3. 어항에 작은 물고기도 두 마리 있습니다.
4. 해초도 있고, 소라도 있습니다.
5. 자갈이 거칩니다.
6. 물이 탁합니다.

반면 서양인은
1. A fish is swimming.
2. A big fish is swimming with few other big fishes.
3. A big fish is swimming with few big fishes, while two
smaller fishes swim in the opposite direction.

이처럼 동양인은 어항의 전체 모습을 자유롭게 관찰하는 데
비해 서양인은 하나의 사물을 중심에 두고 그것의 관점에서
다른 물건을 파악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지만
영어 배우기의 근원적인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참고로 재미있는 것은 공항 사진 실험에서 홍콩 학생들이 드러
낸 사고 패턴이었다. 홍콩은 영국의 오랜 식민 지배 경험
으로 많은 학생이 어릴 때부터 중국어권 언어인 광둥어와
영어를 동시에 사용해 왔다.
이들에게 실험 참가 직전에 텐안먼이나 베이징 풍경처럼 중국
관련 이미지를 보여주자 위의 공항 실험에서 배경인 공항의
변화된 모습을 잘 찾아냈다. 그러나 참가 직전에 미키마우스나
헐리우드 표지판 같은 미국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보여주자
‘서구인’처럼 비행기 모습 변화를 훨씬 잘 잡아냈다. 이들은
진정한 바이링구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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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어와 관련하여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의 흐름 차이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먼저 언어를 학습하는 데, 영어와 동아시아의 언어는 서로 가장
배우기 어려운 레벨에 속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사고의 차이가 크고 사고를 하는 패턴이 정반대에 가깝다는
말이겠지요.

간단하게 보아도, 곰을 보았을 때, 한국은 "곰 봐!", 이지만 영어로는
"봐(Look), 곰(Bear)!" 입니다. 이름을 쓸 때도 우리는 성이 앞에
오지만 영어로는 이름이 앞에 옵니다. 주소를 쓸 때도 우리와 완전
반대로 적지요.

공항 사진과 어항 실험에서 볼 때도 우리는 큰 것과 배경부터 확인후
세세한 사항으로 들어가는데, 서양은 목적 중심이고, 주목의 대상
부터 기준을 삼고 전개가 됩니다.

하지만 홍콩의 학생들이 보인 이중의 결과는, 이러한 사고의 패턴
이 완전 고착화 된 것이 아니라 문화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
변화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게 됩니다.

오늘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영어와 한국어를 비롯한 동아시아
어의 차이와 사고의 패턴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역시나 멀리 떨어진 거리만큼, 환경이 다른만큼 양쪽의 차이는
컸고, 우리가 그토록 수고하고 애써도 완벽히 영어가 익숙해지지
않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번역의 영역에 있어서도 인공지능(AI)이 거의 완벽히
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어, 서로 다른 언어를 배울 필요가 크게 줄어
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향후에는 단순히 영어를 익혀 말을 잘 하는 것보다, 그 문화의
이면의 배경과 역사를 알아 그들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
글로벌한 이 시대에 더욱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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