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 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강 일 송
오늘은 힘든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하고 삶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다독여주는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정희재(1971~)작가는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
고, 부산에서 청소년기를 거쳤으며,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경험으로
전라도, 경상도, 서울 말씨를 쓸 수 있어 3개 국어를 할 수 있다고
자부하나 때로는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고 합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프리랜서 작가로 다양한 매체
에 글을 쓰고 여러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그의 따뜻한 글을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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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보니 행복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
예전에는 행복의 깃털을 하나 주우면 의기양양했다.
다시는 누굴 미워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솟아오르는 행복감을 가누지 못해 무작정 걷기를 몇 시간.
그럴 때 생은 한없이 가볍고 맑고 밝았다.
그 조화로운 기쁨이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을 줄 알았다.
살아 보니 행복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이었다.
행복에 관한 한, 우리는 일용직 신세였다. 비정규직이었다.
내일 몫까지 미리 쌓아 두기 힘든 것, 그게 행복이었다.
냉정하고 불공평한 세상 탓만은 아니었다.
스스로 행복의 기준이 늘 바뀌기에
오래 행복을 붙잡아 둘 수 없었던 것이다.
취직만 되면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하다 직장에 들어가선
저 사람만 없으면, 이 일만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 집 한 칸을 소원하다가 막상 생기면 더 큰 평수를 원한다.
비가 오면 햇빛을 그리워한다.
누가 하루하루 바뀌는 그 기준을 다 맞춰 줄 수 있을까.
기도를 듣는 신도 머리가 아프리라.
현인들은 말한다.
“세상이 이만큼이라도 유지되는 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행복의 정규직이 되지 못한 건
누가 방해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한 결과였다.
행복에 대해 겸허해지기로 했다.
드릴 기도라곤 오직 “감사합니다.”뿐임을 깨닫자
더 자주 행복해졌다.
어쩌다 하루 행복을 공치는 날이 있어도 오래 불행하지
않았다.
다음 날 벌어 다시 따뜻해지면 되니까.
★ 삶이란 이토록 심플한 것
내 마음의 박동을 빠르게 이끄는 말들을 가만히 입에
머금어 본다.
섬, 안개, 책, 여권, 석양, 당신, 나무의 생장점, 필멸, 아이,
눈빛, 모자.....
모자? 아무렴 모자도 들어간다.
몇 년 전 여름 나는 모자를 하나 샀더랬다.
그해 여름, 나는 여름휴가는 고사하고 가늠조차 못하는 마음의
우기를 겪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역 상가를 지나다 문득 한 모자에 눈길이
닿았다. 베이지색 천에 갈색 테두리를 두른 챙 넓은 모자, 분명
산이나 바다에 써야 어울릴 여행용 모자였다.
나는 값을 물은 뒤 지체 없이 셈을 치르고 모자를 품에 안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새 모자를 조심스레 머리에 써 봤다.
모자는 정수리에 쏟아지던 따가운 8월 하순의 볕을 가뿐하게
튕겨 냈다. 모자와 함께 집에 들어서자 먼 여행에서 돌아온 듯
기분 좋게 감겨들던 피로감과 만족감도.
그 모자는 옷장 안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다가 가끔 근교 산에
오를 때 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올봄, 드디어 모자는 모자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쳤다.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모두 괄호 친 뒤, 배낭을 싸서 여행을
떠난 것이다. 제주도의 올레길 또는 한적한 섬에서 바람에
날려 갈까봐 꼭 붙잡고 있었던 것은 비단 모자의 끈만은
아니었다.
설렘을 잃을 때 내 삶에 가장 빛나는 순간도 잃고 마는
것이란 평범한 진실도 포함돼 있었다.
때론 아주 작은 물건 하나, 늘 보던 사물에서 낯선 표정만
잘 포착해도 행복이 뒤따른다.
그해 여름 나를 위로해 주었던 그 모자처럼, 나는 아직도
모자를 보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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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살아가면서 지치고 힘든 이들의 마음을 덥혀주는 따뜻
한 글 중 2편을 골라서 옮겨보았습니다.
첫 번째 글은 우리가 왜 행복이라는 것을 그렇게 짧은 순간밖에
경험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깨달음을 말해줍니다.
사람들의 행복 유효기간이 짧은 것은 세상이 단순히 냉혹하거나
무정해서가 아니라, 각각 개인이 행복의 기준을 자꾸 바꾸고
상향 조정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을 생각하면 그렇기도 합니다.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것 같다가, 대학을 가면
직장이 파라다이스로 보입니다. 직장에 운좋게 들어가면
나쁜(?) 상사들이 넘치고, 집을 하나 조그맣게 장만하면 얼마
안가 큰 평수의 집만이 제대로 된 집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행복은 일품을 파는 일용직의 행복이지요.
저자는 말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감사의 기도만이 더욱
행복의 유통기한을 늘려주는 일이라고.
오늘 하루 공쳐도 내일이 있다고.
두 번째 글을 보면,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소한 물건 하나에도
행복감과 위로, 평안을 얻을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여름휴가도 못갈 정도로 힘든 시기에 자그마한 모자를 하나
사는 나름의 사치를 한 작가는 그것 하나로 행복감과 만족감을
세트로 얻습니다.
결국 가지 말아야 할 수많은 이유들을 끝내 “괄호를 쳐” 버리고
제주도로 떠나는 감행을 합니다.
제주도 바닷 바람에 날려갈까봐 꼭 쥐고 있던 것은 비단 모자의
끈만이 아니라 삶에서 느끼는 설렘이라고 하네요.
삶이란 때로 이렇게 사소하고 소박한 것에서 진한 감동과 설렘
행복을 만끽할 수 있나봅니다.
그래서 삶은 이토록 심플하다고 한 것이겠지요.
“설렘”은 세상을 살게 하는 아주 특별한 단어 중 하나라고 생각
합니다. 작가는 섬, 안개, 책, 여권, 등등이 설렌다고 했는데
저도 생각을 해보니, 여행, 책, 꽃, 푸른 바다, 가을 산 등이
떠오르네요.
여러분을 설레게 하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요?
그것을 미루지 말고, 즉시 찾아서 누리는 것이 이 세상을 잘 사는
것은 아닐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