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식교수의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中
<진정한 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김대식교수의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中
강 일 송
오늘은 우리나라 최고의 뇌과학자 중 한 명인 카이스트의 김대식
교수의 글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김대식교수의 책은 예전에 2권 정도 이미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최근 지난 3월에 초판이 나온 책으로,
다독가이자 훌륭한 컬럼니스트
이기도 한 그가 아끼는 책들을 소개하면서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듬뿍 들어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1969~) 일찍 어릴 때 독일로 이민을 가서
초중고를 마치고 다름슈타트공대에서 학사를,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다는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석박사를 합니다.
이후 미국 MIT에서 뇌인지과학 박사후 과정을 밟고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조교수, 보스턴대학교 부교수로 근무하였습니다.
===========================================
★ 헤어짐, 성숙, 그리고 귀향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신화학자 조지프 켐벨(1904-1987)은 전설에
등장하는 모든 영웅들이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르크 제국의 왕 길가메시는 편안한 삶을 살지 않고, 괴물 훔바바
를 죽이기 위해 삼나무 숲으로 원정을 떠나는가 하면, 불사신이
되기 위해 우트나피수팀을 만나러 방랑한다.
영생을 얻는 대신 삶과 죽음의 비밀을 이해한 길가메시는 고향
우르크로 돌아온다.
십 년 동안의 트로이전쟁에서 드디어 승리한 오디세우스는 또다시
십 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온다.
인륙을 먹는 키클롭스의 눈을 멀게 하고, 유혹자 세이렌들의 노래
를 견뎌 낸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오지만, 그는 더
이상 이십 년 전의 오디세우스가 아니다.
아내 페넬로페마저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떠나는 자에겐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유 없이 떠나는 사람은 없다. 그게 바로 ‘헤어짐’이다.
예전에 자신의 세상과 이별한 자에겐 도전과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그게 바로 ‘성숙’이다. 그리고 떠남을 경험하고 성숙한
자는 다시 익숙한 세상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모든 영웅들은 결국, 헤어짐, 성숙, 그리고 귀향을 통해
드디어 진정한 영웅이 된다.
물론 모든 영웅들이 귀향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최고의
영웅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에서 숨지고, 알렉산드로스대왕 역시
머나먼 땅 바빌론에서 서른세 살의 나이에 눈을 감는다.
★ ‘인생’이라는 술을 마시고 또 마셨다.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시인 아르튀르 랭보(1854-1891)를
보자. 그보다 더 젊고 더 영웅적인 시인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는 열여섯 살에 그야말로 천재적인 “취한 배”라는 100줄의
시를 쓴다. 열아홉 살의 랭보는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쓰고, 스물 한 살의 랭보는 더 이상 시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
그런데 나, 작은 만들의 머리칼 아래 길을 잃고
태풍 때문에 새들 없는 창공 속으로 던져진 배,
소형 군함과 한자동맹의 범선들이라도 물에 취한
나의 시체를 건져 올리지 않았을 나,
자유롭고, 담배 피우며, 보랏빛 안개에 싸여 상승하는 나,
훌륭한 시인들에겐 맛 좋은 잼인,
태양의 이끼와 쪽빛 콧물이 있는
붉어 가는 하늘에 벽처럼 구멍을 뚫은 나,
- 아르튀르 랭보, “취한 배”, “지옥에서 보낸 한철”에서
----------------------------------------------
왜 스물한 살의 랭보는 시를 포기했던 것일까?
더 이상 밤새워 모음과 자음의 색깔을 구상하지 않기로 한 랭보는
여행을 떠난다. 용병으로 지원해 인도네시아로 향한 랭보,
넉 달 만에 탈영한 랭보, 지중해 섬 키프로스 공사장에서 노동꾼
으로 일하는 랭보, 그리고 드디어 에티오피아 하레르에 정착한
랭보.
랭보는 무엇을 찾아 떠돌아다녔던 것일까? 더 이상 시인이
아닌 랭보는 에티오피아에서 많은 돈을 번다.
큰 사업과 무역으로 성공한 랭보. 그가 정말 파리에서 열여섯
살 나이에 ‘취한 배’를 쓴 랭보와 같은 사람일까?
하지만 에티오피아에서 그는 몰래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한다.
어쩌면 자신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은 여전히 자신이라고.
‘현실’이라는 지옥에서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너무 취한 나머지 기쁨도 슬픔도 못 느낄 때까지
‘인생’이라는 술을 마시고 또 마셔야 했다고.
=============================================
오늘은 신화를 통한 영웅의 탄생의 과정에 대한 김교수의 글을
보았습니다.
각 민족에서 신화란 그들을 결속시켜주고 정체성을 대대로 후손
까지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가장 오래된 신화인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도 저자가 말한
것처럼, 헤어짐, 성숙, 귀향의 과정을 거칩니다.
오디세우스는 20년 만에 돌아오자 그동안 수없이 구애자들을
물리치고 기다렸던 아내조차 알아보지 못하지요.
하지만 우리의 삶도 본다면, 꼭 영웅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면 대체로 타지로 나가서 자기만의 삶
을 만들고 성장해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헤어짐, 성숙, 귀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삶의
패턴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젊은 천재 시인 랭보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이미 성인보다 더 어른스러운 시를 쓴 그는
일찌감치 절필을 선언하고 다양한 인생경로를 거칩니다.
그에게 있어서 시를 절필하는 것은, 영웅의 과정에서 '헤어짐'
에 대체할 수 있고,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를 간 것은 '성숙'
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귀향'의 행위라고 보면 좋겠습니다.
'인생이라는 술을 마시고 또 마셨다.' 는 말은 지금의 현대인
누구에게라도 적용하면 다 맞을 논제입니다.
매일 마주하는 인생의 고통, 슬픔, 불안 등을 해소하기 위해
진짜 술이 아닐 지라도 우리는 인생에서 다양한 술과 같은
진통제, 망각제 와 같은 정신기제나 종교, 명상 등 마음수련
등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자기 인생에서 스스로 영웅이 되기 위한 자신만의
"헤어짐, 성숙, 귀향"의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면 보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