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정도(正道)>
-- “윤석철교수의 4번째 10년주기작” 中
강 일 송
오늘은 예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우리나라 경영학계의 거두이신 윤석철(1940~)
교수님의 책을 보려고 합니다.
교수님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로, 1958년 선진국
독일을 배워야 하겠다는 생각에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 입학을
하였고, 이후 과학과 기술 발전이 급선무라는 사실을 깨닫고
과감히 물리학과로 진로를 바꿔 물리, 화학, 수학을 공부합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전기공학, 경영학
등을 공부합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한양대학교
석좌교수로 있습니다.
윤교수님은 자신만의 철학과 학문세계를 10년 주기로 모아서 책을
출간하는데, 이번 책은 2011년에 나온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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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단매체’와 ‘목적함수’
필자는 ‘수단매체’와 ‘목적함수’라는 2개의 개념으로 인간 삶의 세계를
분석하며, 이것으로 삶에 필요한 모든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
한다.
목적함수란 인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방향이며, 수단매체란
목적함수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수단적 도구이다.
★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수단매체
인간의 능력은 유한하고 불완전하며, 인간 능력의 한계를 확장하기
위한 ‘수단적 도구’를 수단매체라고 정의한다.
인간이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진동수 20정도에서 2만 정도
사이에 존재하는 음파이다. 박쥐는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들을 수 있다.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의 크기도 빛 전체의
5%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나는 눈이 좋으므로 주위의 모든 빛을
볼 수 있다고 한다면, 그는 환상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인간은 바이러스나 세균처럼 아주 작은 것을 볼 수 없고, 자기 시야
를 벗어나는 아주 큰 것도 볼 수 없다. 인간은 달릴 수 있는 속도,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 맹수들과 싸울 수 있는 근육의 힘에도
한계가 있다.
인간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도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도구의 수준이 처음에는 물질적 차원이었지만, 지식과 지혜 같은
정신적 차원, 그리고 신뢰성과 인간적 매력 같은 사회적 차원으로
까지 발전하면서 그에 대한 용어는 ‘도구’라는 표현을 넘어서서
‘수단매체’라는 표현으로 격상된다.
★ 수단매체의 원조, “언어”
인간이 수렵채취를 할 때 협동을 잘하기 위해서 언어가 필요했을
것이다. 생존에 필요했던 언어는 최초의 수단매체 중 하나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1889-1951)은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라고 말했다. 이는 다르게 해석한다면, “내 언어의 한계를
확장하면 내 세계의 한계를 확장할 수 있다.”라고 할 수 있다.
★ 정신적 수단매체의 한계 - 지식의 한계
파리 소르본대학 물리학교수 베크렐(1852-1908)은 1896년 우라늄
광석으로부터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진 필름을 감광시
키는 빛이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베크렐 광선’이라 명명했다.
당시 같은 대학 같은 건물에 폴란드 출신의 퀴리 부인과 그의 남편
은 베크렐 광선을 연구하다가 우라늄 외에 플로늄, 라듐 등 다른
원소에서도 베크렐 광선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런 성격의 광선을 총칭하여 ‘방사능, radioactivity)'
이라고 명명했다.
이 발견으로 베크렐과 퀴리 부부 세 사람은 1903년 노벨 물리학상
을 공동 수상했다. 하지만 당시의 과학 지식 수준에서는 방사선
물질에서 나오는 에너지와 인간의 육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구별할 수 있는 지적 수단매체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막연하게 인간의 육체가 에너지를 받으면 좋을 것
이라는 생각에 퀴리 부인도 상의 앞주머니에 늘 소량의 라듐을
넣고 다녔다고 한다.
훗날 방사능은 인체의 세포를 파괴하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 방사능을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
법까지 나왔다. 세월이 흘러 방사능은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퀴리부인은 1934년 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스스로 발견한 방사능에 관한 지적 수단매체(지식)의 한계
로 인하여 자신의 생명을 단축시킨 것이다.
★ 사회적 수단매체의 한계
1917년 러시아에는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고, 러시아 황실과
귀족들은 재산을 강제로 몰수당했으며, 농노들은 스스로 해방
되어 혁명의 주체로 군림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왜 유럽의 나라들보다 더 잘 사는 나라가 되지
못하고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산업혁명은 산업용 토지, 생산 설비, 설비를
돌릴 에너지 등 산업용 수단매체의 수준을 높이는 혁명이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혁명은 수단매체의 수준은 그대로 둔 상태
에서 수단매체의 주인들만 바꾸는 혁명이었기 때문이다.
★ 수단매체는 자연에서 온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과학기술(지식의 힘)이 경제력(돈의 힘)을
낳았고, 경제력이 군사력(총칼의 힘)을 낳았다는 깨달음을 나는
얻었다.
★ 중력에 의해 물질이 만들어진다.
지구보다 130만 배의 질량을 가진 태양은 그 자체의 중력에
의해 내부가 압축되면서 높은 온도가 생성된다. 그 고온을 이용
하여 태양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수소를 용융시켜서 헬륨을
만든다. 이런 과정을 ‘핵융합’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헬륨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을 핵융합하려면 태양보다
더 큰 별이 필요하다.
자연계에는 인간이 실험실에서 만든 것을 제외하면 92개의
원소가 존재하지만, 지구는 너무 작아서 중력에 의한 압축의
힘이 약해 고온을 낼 수 없으므로 헬륨조차 만들 수 없다.
92개의 원소들은 태양보다 수십 배 큰 거대한 별, 즉 초신성
에서 만들어질 수 있을 뿐이다.
초신성이 이 원소들을 다 만든 뒤 폭발하여 그 잔재가 지구까지
날아왔기 때문에 지구에 이 원소들이 존재한다.
인간의 육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들도 모두 우주 속 어느
별(초신성)에서 온 것이다.
★ 삶의 정도란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요즘 필자는 후배들에게 삶에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주어야
겠다고 의무감을 느낀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첫 마디는 “복잡함, complexity)"를
떠나 “간결함, simplicity"을 추구하라는 말이다.
문자의 역사를 보면 6천 자가 넘는 쐐기문자와 상형문자들의
복잡한 체계가 (한글처럼) 20내지 30개의 글자로 간결화하면서
문명개화가 가속화되었다.
숫자도 마찬가지이다. 10개의 숫자를 사용하던 십진법 대신
2개의 숫자만을 사용하는 이진법의 간결성 덕분에 디지털
컴퓨터가 탄생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헤밍웨이에게 1954년도 노벨 문학상을
수여할 때, <노인과 바다>에서 느낄 수 있는 ‘간결한 문체’를
만들어 낸 공로를 치하했다.
그 후 헤밍웨이는 간결화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서
“필요한 말은 빼지 않고, 불필요한 것은 넣지 않아야 한다.”
고 답했다.
인간의 일생은 일(work)의 연속이다.
“필요한 것은 빼지 않고, 불필요한 것은 넣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사는 것이 인간 삶의 정도(正道)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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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나라의 큰 학자이신 윤석철교수님의 10주기 작을
한번 보았습니다.
교수님은 평생을 공부하고 자신의 학문적, 철학적 세계를 완성하는
데 힘써 오신 분입니다.
아직 만난 적은 없지만, 그 분의 책 여러 권을 보다보니 본인이 살아온
삶, 학문적 여정 등을 알 수 있었는데, 자기 인생에 있어서 잠시도
스스로를 닦고 정진하는데 게으른 적이 없고, 대학에서 가르칠
때에도 강의가 끝나면 항상 밤늦게까지 자신의 공부를 계속 하였다고
합니다.
매 10주기를 기준으로 10주기작을 편찬하는데, 이 책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져 있는 책이고, 자신의 삶의 철학이 아주 잘 담겨
있는 책입니다.
먼저 그는 삶을 규정하는 큰 요소 두 가지가, "목적함수"와 "수단매체"
라고 말합니다.
방대한 내용 중에서 오늘은 주로 '수단매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
는데, 인간의 한계, 유한함, 나약함 등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들의
대응이 "수단매체"의 발달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언어"이고 이외에도 수많은 물리적 도구, 지적 도구,
사회적 도구들이 개발되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려 "언어"의 한계는 "나"의 한계를 말한다고
합니다.
내가 아는 세상은 내가 알고 있는 언어의 영역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인간은 유한한 한계에 늘 갇혀 있지만 다른 동물들과 달리,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고, 이는 현재의 눈부신 과학
문명 발달로 이어졌습니다.
퀴리부인이 라듐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몸에 유익한 에너지를 줄
것이라 생각해서 늘 간직하다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사실은 인간의
지적 한계에 대한 좋은 예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사회적 수단매체의 한계에서, 러시아 등 공산권이 왜 서구 유럽보다
잘 살지 못하냐는 질문에 저자는 확신을 가지고 답을 합니다.
즉,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수단매체"의
발전은 없이 "수단매체"의 주인만 바뀌었기에 필연적으로 삶의 질
향상은 불가능했다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인 "삶의 정도"를 걷기 위해서는
어느 분야든 자기 분야에서 "복잡성"을 버리고 "단순함"을 끊임없이
추구하라고 합니다.
간결성이 인류의 수단매체를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고, “필요한 것은 빼지 않고, 불필요한 것은 넣지 않기” 위해
항상 정진하라고 합니다.
인생의 후배, 학문적 후학들을 위한 그만의 따뜻한 마음이 배여있는
좋은 책이었음을 고백하고, 한번 일독을 권유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