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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05. 2016

<굿 라이프> 바르바라 무라카

성장의 한계를 넘어선 사회


<굿 라이프> 바르바라 무라카

성장의 한계를 넘어선 사회

     


                  강 일 송


     

오늘은 “탈성장”이라는 개념과 그에 대한 운동에 대한 책을 한 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자인 바르바라 무라카 교수는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대학교에서 지속가능

성 이론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2015년부터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교

에서 환경 철학 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합니다.

     

자본주의가 성숙해지고, 근대이후 경제가 발달하면서 “성장”은 어느덧 우리

모두에게 당연하고 꼭 이루어야 할 지고의 가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 이면에 여러 가지 기꺼이 치러야 할 대가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더 문제는 중단 없는, 영원히 지속하는 성장이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환경 생태학자인 저자의 관점에서 성장의 한계를 넘어선 진정한 ‘굿 라이프’

가 가능한 지 한 번 그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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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의 시대와 위기의 도래

     

물질적으로 편안한 삶을 보장한다는 약속은 아주 오랫동안 경제성장과

맞물려 있었다. 시장에 공급되고 거기서 교환되는 물질적 재화나 서비스의

수준이 높아지면, 모든 사람을 위한 복지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성장은 복지 국가의 세금 수입을 보장하고, 생산성을 높여 일자리를 창출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줄인다는 것이다.

케이크가 점점 더 커지면, 케이크 분배 문제와 갈등은 점점 더 줄어든다.

이런 까닭에 성장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안녕을 위한 마법의 공식이자

우리의 민주주의가 갖는 암묵적인 기본 합의 사항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인간이 만든 발명품 가운데 가장 취약하다.  

민주주의의 생명은  모든 구성원이 공동 삶의 형태와 그것을 규제하고

가능케 하는 규범과 제도를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공동체 구성에 참여

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는 자율적 사회의 이념과 결부되어 있다.

이상적인 자율적 사회는 전체 구성원이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의 삶을

이끄는 가치와 생각을 스스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중단되면,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정

능력을 상실하고 주어진 힘에 짓눌린다.  그렇게 되면 외부의 조건들,

즉 몇몇 소수가 해석하는 외부의 조건들이 공동 삶을 규정하고 그것들과

어떻게 관계할 지에 대한 공동의 결정은 힘을 잃는다.

     

성장은 개인의 목적이자 사회의 목적이 된다. 이윤 증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의 증대, 선택의 다양성 증대는 성공을 불러내는 주문이 된다.

그러나 그 주문을 실현할 능력을 갖춘 사람들만이 좋은 삶을 누린다.

     

이와같이 성장은 부유한 산업국가에서 전통적으로 다수를 위한 복지 수준

의 향상을 약속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경제는 더

성장하지 않거나, 성장을 한다고 해도 그 성장률이 아주 낮았다.

계속적인 성장은 점점 더 실현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어떤 경우든 점점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수많은 연구가 보여주는 바에 따르면, 일정한 문턱을 넘어서면 성장과

삶의 질은 더 이상 함께 나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추가적 성장은 심지어

삶의 질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어떤 대가를 감수하더라도 성장을 추구한다는 것은 자원획득과 쓰레기

처리에서 더 큰 위협을 받는 것을 의미하고,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성취 압박이 커질 뿐 아니라 사회적, 생태적 갈등이 커지고 사회적 안전

은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 탈성장 개념의 출현

     

‘성장의 한계’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로마 클럽 보고서는 1972년 본격적인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성장에 기반을 둔 전 세계적

규모의 발전 모델이 21세기에 부닥칠 생태학적 한계를 보여주면서 이러한

길을 계속 걸어 나간다면 삶의 질 또한 후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프랑스에서는 성장과 그 한계에 대해 활발하고 논쟁적인 토론이

촉발되었다.

     

1973년 잡지 <라 네프 La Nef>는 단행본 <성장의 반대자들>을 출간했는데

여기에서 안드레 아마르는 처음으로 ‘탈성장’을 성장의 대안으로 가르키는

명칭으로 사용했다.  성장의 논리는 서양 문명의 정신 안에 깊이 뿌리박혀

있으며, 서양 문명이 가진 본래적 가치들이 전도된 데서 생겨났다고 그는

주장했다.

     

1979년 생태경제학의 창시자 니콜라스 제오르제스쿠로에겐은 자신이 지은

책의 제목을 ‘탈성장의 미래’로 정했다. 이 책의 성공으로 마침내 탈성장

개념은 축소의 경제, 그러나 결코 퇴행이 아니라 성장 강박에서의 해방을

뜻하는 축소의 경제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와 남부 유럽에서 모습을 갖춘 탈성장 담론이 독일에서 첫발을 뗀

것은 오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로마 클럽 보고서 이후 독일의 환경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분야 학자들은 대안적 개념을 발전시켰는데,

생태적 위기의 해법은 성장에서 등을 돌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산업 생산을 생태학적으로 현대화하기 위해 정치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환경이 감당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을 이끌어 내는 데 있다는 것이다.

생태학적 현대화의 대표자들은 이러한 기술 혁신을 통해 경제성장이 점차

자연자원의 이용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 탈발전 또는 성장의 대안으로서 ‘참다운 삶’

     

여러 나라에서 산업국가의 발전 모델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나타난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다. 이 비판은 탈발전 담론으로 유명하다.

서구 국가들이 가져온 기술과 산업 생산에 기반을 둔 발전이 현대 이전의

사회를 가난의 위기에서 구해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발전은 동시에 자유를 새로운 형태의 소외로 바꾸어 놓았다.

이는 갈수록 새로워지는 욕구와 의존성의 결과인데, 새로운 욕구와 의존성

은 점증하는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전통적으로 내려온 사회적 연대의

네트워크를 약화시켰다.

     

현대사회에서 성장을 원칙으로 고수할 때 생겨나는 결과는 다양하다.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지속적으로 타인과 비교되고, 광고로 소망이 조작

되며, 상품의 수명은 계획적으로 단축된다. 그리고 마침내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면 삶의 속도도 빨라진다.  예컨대 한때는 이동의 자유와 부의 상징

이었던 자동차는 이제 교통 혼잡과 체증에 갇혀 고달픈 종속의 상징이 된다.

     

이후 남미에서 남반구 국가들이 값싼 원자재 수출국으로서 만성적인 종속

상태에 묶어 두는 서구의 발전 모델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주장이 펼쳐

졌고, 보수적이건 사회주의적이건 발전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참다운 삶’

이라는 새로운 사회 체계를 옹호한다.

참다운 삶은 사회적 공존을 위한, 다원적이고 다양한 사회 안에서 생산과

제도적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공동체 프로젝트다. 이는 인간 사이의

관계나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대안적인 이해에 바탕을 둔다.

     

탈성장 운동의 활동가들은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데, 공동 구매 집단을

조직하는 일, 가족,공동체,지역을 위해 공정한 예산을 책정하는 일, 생산물

유통망을 재구축하는 일, 기술과 에너지 공급은 물론 물 등의 필수불가결한

생존 자원에 대한 접근을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일 등 많은 활동을 한다.

이 활동가들은 경제가 모든 사람의 좋은 삶에 이바지하는 대안적 사회

모델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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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현대의 자본주의가 신봉하고 있는 ‘성장’이라는 개념에 의문을 던지고

오히려 그러한 개념에서 벗어날 때 참다운 삶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책을 보았습니다.

     

우리나라만 보아도 모두가 급성장을 하던 1980년-90년대의 시대에는 자고나면

더 성장을 하고 모든 분야가 발전을 하였지만, 2000년대가 넘어 오면서 그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그러면서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가 늘어남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미 유럽에서는 1970년대에 이러한 성장의 모델에 대한 반성과 경고가 있었

습니다. 우리는 그 당시 아직 그러한 성장의 문제가 발생할 만큼 경제가 발전

하지 않았기에 무관심하다가 최근에야 이러한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무조건적, 무한대의 성장은 불가능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고속 성장을 토대로 이루어진 경제 사회의 발전

모델은 수정이 불가피한 것이 분명하지요.  그리고 성장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경쟁은 너무나 치열해졌고, 정신적 만족감은 경제 수준이 낮던 시절보다 오히려

퇴보한 느낌입니다.

     

저자는 이제 이런 상황을 바꿀 때가 왔다고 합니다. 성장의 컨베이어벨트에서

내려와 자율성을 회복하고 인간다운 공동체의 삶을 만들어 나가자고 합니다.

법정 스님이 수십 년 전부터 이야기한 ‘무소유’의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내려놓고, 의도된 청빈, 적게 소유하려는 정신

등, 서구의 정신문명이 아니라 동양적인 정신문명이 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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