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툰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서툰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
강 일 송
오늘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30년 동안 전세계 천만 독자의 마음을 다독였다는 아기 해달
보노보노를 보고 저자는 보석같은 문장들을 발견합니다.
저자인 김신회(1978~)작가는 그동안 “서른은 예쁘다”, “여자는
매일 밤 어른이 된다”, “모든 오늘은 떠나기 전날” 등 감각있는
작품들을 써왔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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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몇 해 전 트위터에서 멋진 글들을 발견했다.
“봄의 가장 좋은 점은 봄이 온다는 거다”
“취미는 가만히 생각하면 이상한 거다.
어쩌면 취미가 없는 사람이 진짜 어른인지도.”
다 만화 <보노보노>에 나오는 대사들이라 했다. 그렇게 나와 보노
보노와의 만남은 시작되었고 나는 점점 빠져들었다.
보노보노는 소심하고 걱정이 많다. 친구들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또한 보노보노는 잘할 줄 아는 게 얼마 없다. 어? 이거 내 얘기인
것 같은데.
하지만 보노보노는 소심하기 때문에 소심한 마음을 이해할 줄
안다. 걱정이 많은 만큼 정도 많다. 친구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어서 어떤 괴팍한 친구도 그러려니 이해한다.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한, 하지만 약간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처럼.
대단한 꿈 없이도 묵묵히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 큰 재미보다
는 편안함을 선호하는 사람들, 어렸을 적 기대에는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좌절하기만 하지는 않는 사람들.
나의 웃음이나 눈물과 한숨만큼 누군가의 웃음과 눈물과 한숨
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들이다.
★ 진정한 위로
보노보노, 살아 있는 한 곤란하게 돼 있어
살아 있는 한 무조건 곤란해.
곤란하지 않게 사는 방법 따윈 결코 없어.
그리고 곤란한 일은 결국 끝나게 돼 있어.
어때?
이제 좀 안심하고 곤란해할 수 있겠지?
★ 인생이 꼭 재미있어야 할까?
(포로리) 왜 아무 일도 없는 게 제일 좋아?
그냥 걷기만 하는 건 지루해 보이는데.
(야옹이형) 응, 지루해.
난 그저 아무 일도 없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걷는 셈이야.
걷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든.
‘아! 오늘도 아무 일도 없었구나!’ 싶어서
(포로리) 아. 아무 일도 없다는 건 좋은 거구나.
★ 없어도 곤란하지 않다면 필요 없는 것
태풍으로 보노보노와 아빠가 살고 있는 집이 무너졌다.
점점 집이 가라앉는 모습을 보던 보노보노가
(보노보노) 아빠. 괜찮아.
(아빠) 응?
(보노보노) 우리, 집이 없어도 곤란하지 않지?
(아빠) 그렇지.
(보노보노) 곤란하지 않다면 분명 필요 없는 거야.
★ 취미란 어른을 위한 놀이
(포로리) 도움이 안 되는 것이어야 취미라고 할 수 있어.
(너부리) 취미란 노는 거야. 어른이 ‘논다’고 하면 멋없으니까
취미라고 부르는 것뿐이야.
(홰내기) 어른이 되고 나서도 놀기 위해서 취미란 게 있는거야.
사실은 어른들도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실컷 놀고 싶은 거다.
어른이란 말야. 어딘가 아이 같은 데가 있는 법이야.
★ 걷는 게 좋아
보노보노는 걷는 걸 좋아한다. 걷는 걸 좋아하면서도 왜 좋은
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보노보노는 친구들에
게 그 이유를 물어보기로 한다.
(포로로) 걷다보면 풍경이 움직이거든.
(너부리) 걷는 게 재있다면서 좋아하는 녀석들이 있는데,
아마 그런 녀석들은 걷는 게 그냥 좋아서 좋아하는 걸 거야.
★ 무언가를 하면
무언가를 하면 반드시 무언가가 벌어진다.
어딜 가든,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반드시 무언가가 벌어지는 것이다.
아. 멋진 걸.
★ 나이를 먹는 건
나이를 먹는 건 별일 아닌 게 아니다.
다들 조용히 놀라고 있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다들 놀란다.
다들 처음으로 나이를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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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기 해달 보노보노 만화를 보고 쓴 에세이를 보았습니다.
해달은 수달과 달리 바다에 사는 족제빗과 해양포유류라고 합니다.
주로 먹는 것이 성게, 연체동물, 조개 등 갑각류인데 털이 귀해서
남획되다보니 현재 멸종위기에 몰려 있다고 합니다.
해달은 사람을 만나면 자기가 가진 귀한 것인 조개를 주면서 해치지
말아달라고 한다는데 그 말을 들으니 뭔가 짠하더군요.
<보노보노>는 일본의 만화작가 이가라시 미키오(1955~)의
작품으로 1986년부터나왔다고 합니다.
그의 글들을 보면 아주 단순하고 밋밋해 보이면서도 철학적 깊이가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반드시 곤란을 겪게 되어 있다고 하지요.
그것을 피하는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메세지는
그 곤란함은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입니다.
인생은 꼭 재미있어야 할까, 라는 문장에서는 "일상의 무탈함"이
최고 단계의 일상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런 저런 세상사로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현재 겪는 순간 이전의 무탈한 일상이
얼마나 그리운 시절이겠습니까.
무언가를 하면 반드시 무언가가 벌어진다.
이 말을 되새겨 생각해보면 인과론(因果論)이 우선 떠오르지요.
좀 다르게 생각하면, 무언가를 시도해야 무언가 결과물이 생긴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머릿속에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고, 반드시 시도하고
도전해보라는 생각이 응축되어 있네요.
마지막으로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조용히 다들 놀란다고 합니다.
참으로 깊은 관찰에 의한 표현입니다. 누구나 나이를 들면서
그 나이를 처음으로 경험하겠지요.
표현을 하지 않지만 스스로 조금씩의 변화를 알아채는 것이
나이듦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도 평온한 무탈의 일상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