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숨겨진 시(詩)노트>

“권영민교수의 문학콘서트” 中

by 해헌 서재

<윤동주의 숨겨진 시(詩)노트>

-- “권영민교수의 문학콘서트” 中


강 일 송


오늘은 우리나라 근현대 예술가들의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통해 그들의 삶과 시대를 엿보는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권영민(1948~)교수는 충남 보령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

으며, 미국 하버드대학교 객원교수, 버클리대학교 한국문학

초빙교수를 역임하였습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명예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그 이야기들 중, 오늘은 윤동주시인의 시집이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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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1917-1945)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1948년

정음사(正音社)에서 그 초판본이 간행되었다.

윤동주는 1917년 북만주 땅에서 태어나 중학을 마치고 서울

연희전문학교를 스물 다섯에 졸업하였지만, 문단에 이름을 올린

시인은 아니었다.

혼자 습작처럼 써 놓은 시들을 친구들과 돌려 읽을 정도로 순수한

문학청년이었다.


그가 일본 유학길에 올라 교토의 도시샤(同志社) 대학에서 영문학

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에도, 이 순결의 문학청년이 가슴에 안고

있던 뜨거운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본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일정에 독립운동을 한 죄로 체포되어 후쿠오카 감옥

에서 옥사 한 후에야 후대의 사람들은 비로소 윤동주가 운명의

시인이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 윤동주와 정병욱의 우정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면서 자신의 시집 “하늘과 바람

과 별과 시”를 제본하였는데 한 벌은 같은 방을 쓰던 후배

정병욱에게, 다른 한 벌은 연희전문 문과 교수였던 이양하선생께

드렸고 나머지 한 벌은 자신이 지닌 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정병욱(1922-1982)은 연희전문학교 문과의 두 해 후배였다.

1940년 봄 동래고보를 마치고 연희전문 문과를 택했는데, 하동

태생의 숫된 경상도 청년에게 서울은 낯설었다.


이때 일간지 학생란에 투고한 정병욱의 글을 보고 윤동주가 먼저

그를 찾아왔다. 윤동주는 정병욱의 글재주를 칭찬했고, 둘은

글을 통해 가까워지고 해방직후 활동했던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한 방에서 하숙을 하였다.


당시에 한글로 된 시집의 출간은 금지된 상태라 불가능했고,

1940년부터 한국어 말살 정책이 심화되고 있었다.

또한 정병욱도 윤동주가 일본으로 떠난 후 일제에 의해 강제로

학병에 징집되어, 자신의 책과 노트, 윤동주의 시집 원고 등을

고향집 어머니에게 맡기게 되었다.

그는 전선에서 파편을 맞아 허리에 큰 부상을 입어 후송되었고

고향에 부상당한 몸으로 돌아온 후 해방을 맞게 되었다.


정병욱은 해방과 더불얼 서울로 올라와 경성대학(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편입하였고 못다한 학업을 계속했다.

정병욱은 해방이 된 뒤에야 윤동주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는 윤동주와 함께 보냈던 연희전문 시절이

못내 그리웠다. 그리고 윤동주가 자신에게 건네주고 간 시집

원고를 떠올렸다.

정병욱은 고향의 어머니를 찾았는데, 정병욱의 부모가 살고 있던

집은 섬진강 하구 망덕 포구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일본 순사의 눈을 피해 양조장 큰 독 안에 감추었던

윤동주의 시 원고를 건네주었다.


정병욱은 이 시작 원고를 가슴에 품고 서울로 올라와 윤동주

가족들에게 보였고 시집 발간을 서두르게 된다.

1948년 1월 윤동주의 3주기를 앞두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비로소 정음사에서 출판했다.


한 가지 첨언을 한다면, 정병욱(1922-1982)은 한국 최고의 고전

시학 연구자가 되어 서울대학교에서 교수로 가르쳤다.

자신의 호를 백영(白影)이라 지었는데 윤동주가 노래한 시 구절

속의 ‘흰 그림자’를 그대로 따온 것이다.


두 사람의 우정이 없었다면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람하던 흰 그림자들.


윤동주 - <흰 그림자> 부분


섬진강 하구의 망덕 포구에 서면 멀리 하늘처럼 열린 남해

바다가 보인다. 해마다 봄이면 매화꽃이 지리산 자락에서 섬진

강 변까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그 향기가 강물에 실려 이곳

망덕 포구로 밀려온다.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원고가 숨겨져 있던

낡은 양조장의 정확한 주소는 “전라남도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

23번지”이다.

이곳이 식민지 시대 암흑기를 넘기며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원고를 감춰 두었던 집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많지 않다.

국문학자 정병욱 교수가 청년 시절을 보냈던 이 집을 둘러

보면 섬진강 가에서 매화 향기 속에 윤동주를 다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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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번 소개했던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숨겨진 스토리를 열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윤동주시인은 천성이 맑고 깨끗한 사람임을 알 수 있고, 그의

삶은 드라마틱했습니다. 만주에서 출생해서 유년을 보내고 연희

전문학교의 문과에 들어오기 전, 그의 아버지는 의대에 아들이

진학하기를 바랐고 그는 문과를 고집했나봅니다.

그가 의대에 진학했더라면 그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생각

도 해봅니다.


연희전문에서 동주는 정병욱이라는 운명의 후배를 만납니다.

아니 정병욱이 운명의 선배를 만났다고도 할 수 있네요.

어쨌든 둘은 감정의 코드가 같아 함께 시를 짓고 토론하고, 산책

하고 다방이나 영화관도 다녔다 합니다.


윤동주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날 때 그가 맡긴 원고를 후배 정

병욱이 보관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소중한 시집이

사라질 뻔했지요.

정병욱도 학병에 끌려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고향으로 돌아오고

이후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로 편입해, 서울대 교수가 되고 우리

나라 최고의 고전시학 연구자가 되었다 합니다.


둘 다 고인이 되었지만, 그들의 우정은 아름답고, 그 흔적을

정병욱의 고향집인 섬진강 망덕 포구에 가면 아직 흔적과 기록

들이 남아있다 하니 한번은 가볼 일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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